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뭐랄까. 실력에 비해 인기가 없는 팀이다. 최근 몇 년은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블리의 성장 덕에 시원시원한 돌파같은 것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팀의 팀 칼라는 기본적으로 '수비', '기본기', '팀 농구'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로 게임이 답답하게 흘러간다. 상대편의 공격을 깔끔하게 틀어막고, 자신들의 공격은 (대부분) 훌륭한 센터를 통해 전형적인 하프코트 오펜스로 풀어가는 편이다. 리그의 추세가 공격 농구 / 빠른 농구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그래서 110~120점 경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 자신들은 95.57 득점하는 대신 상대편에게 평균 88.75점(리그 2위)만을 허용하는 정말 징하게 수비를 잘하는 팀이다. 그래서 관중들이 보기에는 득점도 잘 안 나고 경기 속도도 느리고 지루할 수도 있는 팀이다.
하지만 이 팀은 정말 강하다. '소리없이 강하다'라는 광고 문구는 이 팀에게 붙여야 할 것이다. 올 시즌 팀의 기둥인 팀 던컨은 데뷔 이후 최고로 부진한 성적(18.6득점, 11리바운드, 3.2어시스트로 효율면에서 +23.0으로 리그 선수들 중 15위에 올라있는 게 '부진'한 것으로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다.)으로 매너리즘이니 노쇠화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나 피닉스 선즈가 워낙 인상적인 성적을 거둬서 '스퍼스? 올 시즌 별 거 아니지 않나요?'라는 소리를 듣고 있긴 하지만... 이 팀은 조용하게 63승 19패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승률을 기록했으며, 이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아무리 킹스 팬이고, 킹스가 이기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 면면으로 보면 '부족하지만 해볼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파커, 지노블리, 보웬의 백코트는 정말 강하지만, 이름값으로 따진다면 비비, 웰스, 아테스트도 그리 중량감이 떨어져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프론트 코트에서는 완전한 열세이다. 주전만 놓고 봐도 던컨, 네스테로비치, 모하메드의 인사이드를 킹스의 밀러, 압둘라힘, 토마스가 공략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수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거기에 후보 선수까지 비교해보면 더욱 한숨이 나오는 판이다. 시즌 내내 7-8인 로스터를 썼던 킹스가 갑작스레 '플레이오프 용 비밀병기'를 쓰지는 않을 것 같고(혹시나 작년에 던컨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포타펜코를 쓰려나?) 그렇다면 2-3번의 마틴, 가르시아 정도가 전부이다. 리그 2년차와 루키. 둘 모두 한창 성장 중인 선수들일 뿐이다. 이에 반해 스퍼스의 후보 선수들을 보면.... 핀리, 호리, 밴 액셀, 브렌트 배리... 후아. 킹스의 원수들을 다 모아놓은 건가? 다들 나이가 좀 들긴 했지만 언제든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나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선수층에서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1라운드부터 스퍼스가 온 힘을 쏟을 것 같지는 않지만, 까놓고 단기전에서 '물량'으로 체력 승부를 걸어도 킹스는 쓰러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킹스가 힘들다고 본 것은 이런 선수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의 상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마저 갖고 있는 편이다. 문제는 팀의 '내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해보인다. 양팀 모두 몇 년씩 플레이오프를 진출한 명가들이고, 그 기간을 모두 같은 감독이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의 킹스는 예년의 킹스와는 다르다. 선수들이 거의 다 바뀌어서 사실상 다른 팀이며, 시즌 전반만 해도 꼴찌에서 헤맬 정도였다. 그리고 아테스트가 들어와 승률을 올렸다고는 해도, 이는 개인기량에서 도움받은 것이 많은 편이지, 팀으로서 뭔가를 키워낸 것은 아니다. 스퍼스에 대해 킹스의 우위점이라면 '공격'인데, 아직 킹스는 새로운 멤버들로 '공격'을 제대로 수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내년이면 모를까. 올해 킹스의 창으로 스퍼스의 방패를 뚫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게다가 아델만 감독은 장기적으로 팀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조련하는 데에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단기전에서의 순발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아직 팀의 조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플레이오프라...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내 결론은 스퍼스 4-1 승이다. 킹스 홈구장의 응원열기와 여러 변수들을 생각하면 4-2까지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퍼스가 1라운드에서 탈락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후우.
그나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면, 정규시즌 중 잘 하다가 플레이오프에서 핵심 선수가 늘 부상으로 빠져서 고생했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 킹스는 시즌 전반에 헤매다가 후반에 치고 올라와서 분위기가 좋은 편이며 (아직은) 선수들의 부상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테스트도 지난 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못 나갔었고, 압둘라힘은 10년만에 처음이니.. 이 둘이 뭔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이랄까? 내 예상을 깨고 킹스가 분전해주면 좋으련만. ^^;
경기 결과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비비 vs 파커, 아테스트 vs 지노블리/보웬, 밀러 vs 던컨, 아델만 vs 포포비치 등 경기 자체는 꽤 흥미로울 것 같다. 8-9년씩 플레이오프에 단골진출한 두 팀인데 서로 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정말로 꽤 재미있을 것이다.
첫 경기는 한국 시간. 일요일 오전 6시 반 -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