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올바른 번역은 어떤 것일까?
Posted 2006/05/17 22:08, Filed under: 생각최근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를 짬짬이 읽고 있는데, 중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것은 마치 아우토반에서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로서는 '쌩' 하고 달리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지경인데도 메르세데스(Mercedes)가 나를 앞지르고 이어 또 다른 차들이 계속 나를 추월한다. 그들은 시속 120마일(시속 193킬로미터)로 운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것이 정보고속도로의 고속 차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뭔가 어색하다. 아마도 원문은 각각 시속 100마일, 시속 120마일이라고 되어있을 것이다. 뭐랄까, 원문을 정확하게 잘 옮겼다. 100마일은 실제로는 160킬로미터이고, 120마일의 경우 시속으로 변환해서 괄호에 정확한 수치까지 옮겼으니, 정확하게 옮긴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럴 때는 수치가 수치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수사적으로 쓰인 것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살려서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보고 이 문장을 번역하라고 하면, 마일을 쓰는 사람에게 100마일과, 120마일의 느낌이 어떨지 생각하고, 이를 킬로미터를 쓰는 사람에게 맞춰서 150km, 200km 정도로 풀 것 같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그것은 마치 아우토반에서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로서는 '쌩' 하고 달리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지경인데도 메르세데스(Mercedes)가 나를 앞지르고 이어 또 다른 차들이 계속 나를 추월한다. 그들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운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것이 정보고속도로의 고속 차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는 원문에서 얘기한 '절대적인 수치'와는 다르다. 하지만 의미 상에서는 오히려 이 쪽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굳이 괄호치고 문맥과는 동떨어진 수치를 넣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욕심같아서는 메르세데스도 우리나라에서 좀 더 익숙한 벤츠로 바꿔주고 싶지만.) 사람들로부터 '오역'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이런 경우까지 굳이 직역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용과 어감을 그대로 옮길 수 있다면 이 정도 융통성을 보이는 게 더 나을 듯 한데.
Tag :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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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처럼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비록 게임이지만 번역된 걸 훑어보고 있는 중인데, 직역하면 의미전달이 잘 안되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그런거 뜯어고치고 있지요.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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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 듯. 어떻게 보면 번역은 문화 자체도 번역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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