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인여행은 한 번도 못 가봤고, 전부 학회 관련해서 다녀온 곳들입니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열흘 남짓으로 비교적 짧게 다녀온 곳이고, 중국은 2001년부터 시작해서 이 곳 저 곳을 헤매고 급기야는 박사 과정 연구지역이 되는 덕에 최근 2년 동안은 매해 두 달씩 산동성 쪽에 체류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미국, 캐나다도 그렇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각 성마다 분위기가 정말 완연히 달라서 어딜 다녀왔다고 해서 중국을 봤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것 같습니다.)
*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대도시보다는 주로 시골-_-에서 머무르는 편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역시 남부 프랑스의 꼰느 미네르바라는 마을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아마 까르까손인가 하는 곳과 가까울 텐데, 남부 뚤루쥬 공항에서 차를 타고 두 세 시간인가 달려가야 하는 외진 곳입니다. 면사무소(급 건물?)와 성당, 학교 하나 정도 있는데, 돌로 포장된 골목길을 따라 느긋하게 돌아도 1시간이면 충분한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프랑스라고는 해도 남쪽에 가깝기 때문에 덥지는 않고 따뜻한 정도로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지평선 가득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마을 뒤로는 나지막한 야산이 있는데, 산에 오르면 지평선 저 멀리 피레네 산맥 자락이 보이고요. 별을 보려고 밤에 선배 형과 산을 올랐는데… 와, 정말 ‘별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라는 표현이 어떤 건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한 30분쯤 바닥에 누워있다가 왔는데 유성도 하나 봤었지요.
작은 마을이어서 당시 숙박장소가 모자라서 저희 연구실 사람들은 어느 아저씨의 민박집에서 묵게 됐는데, 작은 골목길을 끼고 2층 발코니에 앉아서 바게뜨에 애플쨈을 발라먹은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그 아저씨는 파리의 향수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정년 퇴직은 아닌 듯 했어요.) 그냥 연금 받으면서 이 곳에서 사신다던데, 정말 기가 막히게 부러웠습니다. 차타고 2시간이면 지중해도 갈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 캐나다는 록키 산맥 언저리를 다녀왔는데, 아아, 좋습니다. 그냥 사진 한 장이면 더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네요. 레이크 루이즈인데, 나중에 나이 먹어서 저 모습을 꼭 재현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젊을 때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더군요. 교포 분께서 자본사회주의라고 얘기할만큼 세금이 빡빡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땅이 넓어서인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거든요. 나~중에 자식들이 십대를 넘어 머리가 좀 굵어지고 그러면서 말이 서로 안 통할 때쯤이면, 록키산맥을 따라 걷거나 아래 사진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면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러려면 돈도 돈이지만 저도 체력을 길러놔야겠군요. -_-
* 에, 중국의 경우는, 가장 많이 가본 곳임에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마차와 BMW 7이 같은 길을 달리는 곳이라서 어디에 눈높이를 둬야할 지도 모르겠고요. 정말 기가 막힌 절경이 있는가 하면 버스 유리창에 그을음이 묻을 정도로 오염이 심한 곳도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힘들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 자체가 농업 국가 + 비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참 당황스런 나라이기도 합니다.
음,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괜찮습니다. 제가 주로 있는 곳이 공자의 고향-_- 산동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정도 참 많고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활기차고 그렇습니다. 갈 때마다 중국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스칸디나비아 반도 – 노르웨이나 핀란드 그 정도요? 왠지 그 침엽수림을 누비고 싶습니다. 춥겠지만. 아예 조금 더 북쪽으로 가서 그린랜드를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_- 그리고 뭐랄까 그 동네 사람들은 정말 특이한 것 같거든요. 서구식 합리주의를 걷는 것 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널널해보이기도 하고요. 제가 북유럽 메탈 밴드들을 좋아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쿠바 – 좀 극과 극이랄 수 있겠는데, ‘생태도시 하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고 쿠바에 완전히 반해버렸거든요. 뭐 책 자체가 쿠바를 좀 많이 띄워주는 편이기는 했는데, (경제 제재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다지만)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의료라던가, 도시 곳곳에서 밭을 일구는 도시 농업이라던가 등등 보고 싶은 게 좀 많네요. 다른 남미 지역 같은 경우 사회도 좀 불안하고 그럴 것 같은데, 이 곳은 체제가 다를 뿐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쿠바하면 떠오르는 그 아련한 태양과 음악도 놓칠 수 없습니다.
바하마 혹은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 산호초. 산호초. 산호초. 스킨 스쿠버 배워서 니모와 함께 물놀이 하렵니다. 다른 것 전혀 필요 없습니다. 물고기, 말미잘, 산호, 해파리 등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구경하고 있을 듯 합니다.
미국, 새크라멘토 – 에… 이건 정말 개인적인 것이지요. 태평양 건너에 있는 제가 선수가 계속 바뀌어감에도 한 농구팀을 8년째 응원 중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농구팀 새크라멘토 킹스의 연고지입니다. 새크라멘토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의 주도인데, 그것 외에는 별 것 없는 행정 소도시입니다. 프로 스포츠팀도 이 농구 팀 단 하나 밖에 없고요. 그래서 지역 관중들의 홈팀 사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충 우리나라 농구 리그의 원주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한창 때 경기장 내 소음은 무려 90데시벨! 덕분에 원정팀들이 가장 뛰기 싫어하는 경기장 중에 한 곳입니다. 언젠가 그 곳으로 달려가 90데시벨에 보탬이 되는 것이 소박한(?) 꿈 중 하나입니다. 흐흐.
에.. 그리고 캐나다 에드몬튼에는 기네스 북에 올라간 초 거대 울트라 쇼핑몰이 있다던데 왠지 구경 한 번쯤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