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 개막과 함께 혁명적이면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새로운 축구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어로 “팀 정신”을 뜻하는 ‘+팀가이스트’라는 이름의 이 축구공은 단 14개만의 판을 사용하는 혁신적인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지난 36년 동안 월드컵에서 써왔던 32개 판 축구공에서 벗어나는 첫번째 축구공이 되었다. 새 축구공을 디자인한 아디다스 사는 이 공이 지금까지의 축구공 중 가장 진보한-즉 가장 둥근- 공이라며 극찬했다. 대회 관계자들은 이 공 덕분에 득점이 많이 나올 것이며, 이로써 전세계 수십억 명의 월드컵 시청자들에게 또다른 흥분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스타 선수들도 새로운 디자인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매특허인 휘어지는 공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팀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 또한 그렇다, 아디다스 협찬을 받는 베컴은 언론 발표자료에서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게 중요한 것이죠.”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과 스포츠 과학자들은 새로운 공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새 공이 너무 가볍고 공기역학적이기에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곤 하고, 따라서 골키퍼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골키퍼들은 우려하고 있다.

텔스타
오늘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축구공은 아디다스의 ‘텔스타’라는 모델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 축구공은 20개의 백색 육각형판과 12개의 흑색 오각형판을 한데 꿰매어 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팀가이스트에서 판을 적게 썼을 뿐만 아니라, 공을 꿰매지도 않았다. 대신 열 접착 방식을 사용해서 접합 부분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만들었다. 제조사는 이런 신기술 덕에 비가 올 때나 맑을 때나 똑 같은 느낌으로 공을 찰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디다스는 또한 팀가이스트가 기존의 축구공에 비해 세 배 더 구형에 가까우며,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컵 개최기구인 FIFA에서는 합성물질로 덮인 이 공이 선수들에게 중대한 향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팀가이스트는 표면이 매끈하고 모양이 완벽한 구형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일정하고 신뢰성이 높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FIFA는 팀가이스트를 2006년 월드컵 공인구로 채택하기 위해 가혹한 실험실 테스트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골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들은 팀가이스트의 디자인에 그다지 고운 눈길을 보내고 있지 않다.
화요일 기자회견에서 잉글랜드의 골키퍼 폴 로빈슨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새 공은 골키퍼한테 아주 불리합니다. 아주 가볍고 공중에 뜬 상태에서 많이 움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제대로 짚은 것일 수도 있다.
영국, 배스 대학의 스포츠 운동 과학 그룹의 일원이자 ‘득점하는 법: 과학과 아름다운 경기’의 저자인 켄 브래이(Ken Bray)는 새로운 공이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골키퍼들이 이 특별한 공은 이상하게 움직인다고 푸념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골키퍼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기존의 표준 육각형 무늬의 공과는 매우 다른 공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브래이의 말에 따르면 팀가이스트에서 판의 개수가 줄어들고 재봉선이 사라진 것이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놀랍게도 판 사이를 잇는 재봉선 때문에 축구공에 공기역학적 안정성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 야구공과 유사한 움직임
브래이에 따르면 야구공, 즉 두 개의 판과 하나의 재봉선이 있는 공을 관찰하여 새로운 공의 움직임에 대해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야구에서는 투수가 가끔씩 아주 회전이 전혀 없는 너클볼이라는 혼란스러운 공을 던지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몇 개 안 되는 재봉선이 재봉선 부근의 특정 지점에 있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공이 예측 불가능하게 흔들리게 된다.
아주 스핀을 적게 줘서 찼을 때만 일어날 일이지만, 비슷한 힘이 팀가이스트 볼에도 작용할 수도 있다. 브래이는 “32개 판 공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그 공에는 접합부분과 재봉선이 많기 때문에 공에 규칙성이 생기거든요. 14개 판 공은, 내 생각이지만, 공기역학적으로는 야구공에 훨씬 더 가까울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그 결과로 올해 월드컵에서는 더 많은 골키퍼들이 공을 안전하게 잡기 보다는 주로 공을 멀리 쳐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공을 잡으려 해서는 안 되죠.” 그의 말이다.
최신 월드컵 공인구는 골키퍼들에게는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만간 선보일 첨단 기술의 축구공은 심판들이 판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FIFA의 ‘스마트볼’ 기술은 득점 인정 시비를 끝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컴퓨터 칩을 사용하여 심판들이 득점 여부를 판단하게 해준다. 켄 브레이에 따르면 스마트 볼 안에 있는 칩은 자체 전원을 갖고 있어서 초당 2,000번 공의 위치를 축구장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무선 수신기에게 발신할 수 있다고 한다. 브레이는 “이 기술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심판이 인간의 눈으로 잡아내기 힘든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게 해줄 거에요.”라고 말했다. FIFA는 스마트볼을 이번 대회부터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개발 및 테스트”를 위해 이의 도입을 연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