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디지털이다
Posted 2006/11/26 23:06, Filed under: Aladdin 디지털이다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지음, 백욱인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
| 학부 때였나 유명하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생각만큼 재미를 못 느끼고 반납했던 그 책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현대의 필독서로 불리는 과학(?)책들이 몇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나는 아직 안 봤지만;)가 그렇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그렇고,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도 그런 평을 받곤 한다. 어찌 보면 과학시대를 넘어서 정보기술 시대로 넘어가는 마당에 '디지털이다'라는 책은 또 하나의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흔히 '디지털'이라고 하면 매일 매일 신기술, 신제품이 나타날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분야라고 생각을 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이런 디지털에 관해 10년도 전에 얘기한 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책장을 넘기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책은 디지털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멋진 신세계가 나타날 듯이 장밋빛으로 온통 찬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점들을 들먹이며 지레 겁을 주면서 이러저러하게 해야 한다고 큰 소리치지도 않는다. 그저 1 다음에 2가 왔으니 그 다음에는 3이 온다는 식으로 속성을 파악하고 그 다음 단계를 말해줄 뿐이다. 당시에는 정말 '이런 세상이 올까?'라고 느껴졌겠지만, 네그로폰테가 얘기한 VOD, 내로우캐스팅,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 등은 이미 현실에 나타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봐도 스카이 위성 TV는 리모컨으로 번호를 넣으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따로 구입해서 볼 수 있고, 한 때 인기를 끌었던 mp3 방송이 지나고 현재는 포드캐스팅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개인 맞춤형 검색엔진이나 뉴스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전의 얘기이다 보니 지금 세상에는 벌써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다. 무선으로 수 메가씩 전송하는 세상인데, 네트워크 수단으로서 전화선이나 케이블 선, 광섬유 등을 놓고 비교할 때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기술,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는 정말 잘 파악하고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디지털의 속성을 잘 파악한다면, 신기술이 나왔을 때 이런 기술은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며, 저런 기술은 계속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wired라는 잡지에 칼럼 식으로 기고한 것을 묶은 것이라서 글 하나하나가 호흡이 짧아서 짬날 때마다 쉬엄쉬엄 쉽게 읽을 수 있다. 10년도 넘은 책이라서 현대에 그대로 써먹기는 힘들겠지만, 분명 읽어볼 가치는 있다. 비유하자면 수능 시대에 재빠르게 나오는 문제집은 아닐지언정 수학의 정석쯤 된다고나 할까. 네그로폰테 아저씨. 요새는 빈부에 따른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발도상국 어린이의 교육용으로 10만 원짜리 노트북 프로젝트 에 열심이라고 하시던데, 시간 되시면 '디지털이다'의 속편을 써주시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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