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Posted 2006/12/16 22:20, Filed under: Aladdin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황금나침반
유럽으로의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남들은 어떻게 다니고 있을까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얘기를 접할 곳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혼여행이라면 어찌보면 가장 비밀스러운 여행이며, 둘만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여행이라 할텐데, 이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노릇 아닌가.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서점 사이트에서 '신혼여행'으로 검색했을 때 처음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였다. 이우일 씨라면 '도날드닭'의 작가로 약간은 들어본 정도. 호기심이 동해서 집어들었다.

책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이 사람들 도대체 안에 무슨 얘기를 담은 것일까...하는 생각이었다.

'신혼여행기'라고 이름붙은 책이 상하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상, 하권을 합쳐 700쪽이 넘는 두께를 자랑한다면 누구라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해답은 이들의 신혼여행이 범상치 않다라는 점에 있다. 총여행기간 303일. 신혼집할 돈으로 배낭 두 개 사들고 비행기타고 떠버렸다. 그리고는 정교한 시간표없이 유럽과 이집트 일대(막판에 3개월 정도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보냈지만, 이건 뭐 친척집 부근이니..^^)를 말그대로 떠돌아다닌 것이다. 첫 출발인 공항에서부터 우여곡절 끝에 계획했던 파리 대신 런던으로 날아가질 않나, 아일랜드에서는 폭풍을 만나 계획보다 며칠을 더 묵기도 하고, 바다 빼고는 별 볼일 없는 이집트의 다합에서 두 달 동안 바다를 벗삼아 살기도 하는 등 이들의 여행에는 '시계'가 빠져있었다. 시간이 넉넉한 대신 여행경비가 빠듯한 탓에 이들의 여행은 결코 호화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로 여행을 즐겼다. 읽는 사람이 그 즐거움에 밤잠을 쪼갤 정도로.

이 책은 이들의 이런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곳곳에 유용한 정보들도 있지만,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울 것이다. 선현경 씨가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둘 풀어내고, 이우일 씨는 풍경, 만난 사람들, 여러 일들을 때로는 널널하게 때로는 엄청나게 세밀하게 그려 하나의 책으로 묶어냈다.

읽고 있노라면, 이들 부부 집에 초대받아서 여행 사진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아, 그 사진은 말예요. 어디에서 찍은 건데, 그 땐 이런 일이 있었지 뭐에요~.'라는 수다를 듣는 느낌이다.

여러모로 참 부럽게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라고 여행 후의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그래도 과감하게 다른 현실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그걸 실행에 옮겼으니. 게다가 읽다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들은 여행하는 내내 이 책을 썼다. 몸이 피곤함에 지친 때를 제외하면 틈틈이 선현경 씨는 글을 쓰고, 이우일 씨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딱히 일이라고 할 수도 없고, 놀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그런 활동...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일과 놀이를 구분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보는 사람조차 까닭없이 힘이 나기 마련이다.

비록 지금 나와 내 친구가 계획하고 있는 여행은 이들처럼 '즐기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배낭여행, 즉 '공부하는' 여행에 가깝지만, 이들의 여행을 마냥 부러워하지는 않으련다. 이들도 처음에는 어깨에 힘 잔뜩 주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이 곳 저 곳 바쁘게 찾아다녔을테니까. 이번에 일단 여행을 다녀오면, 나중에 언젠가 현실에 묻혀 버둥거릴 때 이들처럼 잠시 이 곳을 떠보자라며 배낭을 둘러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006/12/16 22:20 2006/12/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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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자유 2006/12/17 02:21 Delete Reply

    언젠가 표지를 본 기억도 나는데, 정말이지 돌아와서의 뒷감당이 두려워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
    집 장만 할 돈을 1년 여행에 다 써버리면 그 뒤는... (ㅠㅠ)

    결론은, 로또뿐? :D

    1. Re: # HaraWish 2006/12/19 16:38 Delete

      사실 돈도 돈이지만, 나는 그 '유목민' 생활을 직접 해냈다는 게 놀랍더라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정착한 상태에서 잠시 나들이 다녀오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말야.

      로또보다는 여행 펀드라도...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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