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구매율(=구입한 물건 수/구경한 물건 수)이 매우 낮은 편이긴 하지만 (바꿔말해 구경하는 물건이 굉장히 많다라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는 물건을 많이 사는 편이고(그만큼 되팔기도 한다.) '한정상품 몇 개 남았습니다!!!'에 손이 저절로 마우스에 갈 정도로는 아니지만 쇼핑 중독증이 있다. 뭐 쇼핑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물건을 구경하고 사는 것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많은 남자들이 쇼핑을 고문이라고 부르면서 괴로워하고 혼수 구경 등에 있어서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대부분의 경우 쇼핑 때 먼저 지치는 것은 jopen일 정도로 쇼핑에 관한 한 나는 말 그대로 넘치는 에너지와 왕성한 욕구를 보이는 편이다.

그런데... 슬슬 그 에너지가 떨어져간다.

1. 무엇이 필요한지 결정하고
2.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3. 여러 평이나 사용기를 읽어가며 그 상품들을 비교하고
4.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검색 후
5. 마지막으로 결제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쇼핑' 단위로 볼 때, 결혼 준비를 시작한 뒤로 우리는 정말 수없이 많은 '쇼핑'들을 해댔다. 식장을 예약하고, 웨딩 플래너를 만나 사진관을 고르고, 드레스를 골랐다. 서로 예복을 골랐고, 예물도 골랐고, 살 곳도 골랐다. 살 곳을 꾸미는 것도 골랐고, 여행지를 고르고, 비행기표니 기차표니 숙박지니 하는 걸 계속 골라댔다.

지출을 시작한 뒤로 전체 예산표와 일일 지출표를 기록하고 있는데, 11월 중반부터는 2-3일에 한 건씩, 12월 들어와서는 매일 최소한 한 건 이상 고르고 있다.

그 결과로 얼추 다 되어가는 것 같지만... 아직 '살림'을 안 산 것이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시간 날때마다 서로 구경하고 비교해오긴 했지만, jopen은 오늘 하루 동안 TV, 냉장고, 세탁기의 3대 가전과 전자렌지, 그릇세트를 다 골라 결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가장 덩치 큰 살림일 뿐이지, 짐을 옮기고 나서 다시 살펴보면 자잘하게 사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을꼬. 쇼핑도 일이 되는 지경이면 지치는 모양이다. ^^ 비유하자면, 쇼핑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치면, 지금은 아드레날린 과다상태랄까? 앞으로 2주 내에 마트 한 번, 면세점 한 번, 이수 가구 단지 한 번 정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구글 캘린더에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쯤 되니 진짜 일이구나. ㄱ-

그나저나 이러다보니 돈 관념도 흐리멍텅해지고 있다. 몇달치 용돈이었을 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지출하고 있어서 그런가. 게다가 우리가 쓰는 물건이라 할 지라도, 부모님께서 사주시는 것이라면 부모님의 의지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예산도 더 커지고 등등등. 뭐 이것도 일생에 한 번 뿐인 기억이겠지. 앞으로 2주 정도 상황에 맞춰 지출하고, 그 뒤로는 허리띠 꽉 졸라매야겠다.

ps :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타블렛노트북 P1510을 염가형 미니노트북인 고진샤 SA로 바꾸고, 그 차액으로 동생의 디카와 데스크탑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그 와중에 텐바이텐에 월간 '디자인' 과월호가 싸게 풀린 것도 놓치지 않았다??

2006/12/19 01:30 2006/12/1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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