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D-2, 함 들고 가다.
Posted 2006/12/28 01:54, Filed under: 기록실제로 함을 들고 간 것은 D-3일의 일이지만.
상견례때부터 간소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간소하게 하자라고 합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함도 최대한 간소하게 했다(D-2의 심정으로는 '전해져 내려오는 교본대로 다' 했다면 누군가가 지쳐 쓰러졌을 것 같다 ^^). 청사초롱도, 오징어 가면을 쓴 함잡이도, '함사세요~'라며 골목에 울려퍼지는 목소리도, 함잡이의 한 걸음마다 벌어지는 치열한 신경전도 없었다.
그저 보자기로 싼 큰 여행가방을 들고 간 신랑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곡주머니, 색지로 싼 한복, 목각 원앙 한쌍, 결혼 반지, 예복, 그리고 혼서지가 담겨있는 가방은 단순한 가방이 아니었고, 절차는 가벼워졌다지만 마음은 가볍게 가지지 않으려 했다.
한 발 한 발. 저 멀리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 슬그머니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준비에 정신이 팔려 차분히 되새겨보지 못했지만, 며칠 뒤면 나에게도 '무촌'인 사람이 생기고, 지금껏 세상에 한 분씩만 계시는 걸로 생각했던 아버지, 어머니도 한 분씩 더 생기게 된다. 아, 나 정말 결혼하는구나. 나와 내 친구-자기-아내-와이프-마누라(아직 호칭을 못 정했다.)가 새로운 가족을 꾸리게 되는 것이구나.
고마운 사람들, 제대로 못해서 미안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마음이 들뜨고 여유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 글로나마 하려고 했는데 한참 닭살스런 것들을 적어나갔는데 키보드 조작 하나 잘못 했다가 날려먹었고...
내일 하루 정도 힘을 더 내서 모든 준비를 끝내보고, 결혼식 전날 하루는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일단 감기도 꼭 나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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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력히 주장해서 함을 생략하려고 했는데, 흘러가는 분위기가 그리 될 것 같지는 않아. 아마 자네처럼 간소화 해서 하게 될테지. 함 지고 들어가는 그 순간, 얼마나 떨릴까? :)
감기 뚝 떨어뜨리고, 씩씩하게 식장으로 향하길. ;)-
곧 마주하게 되겠지만, 결혼이라는 게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더라고. ^^ 부모님들께서도 자식의 결혼식이니 바라시는 것이 있고 말야. 그걸 잘 맞춰나가는 게 두 사람의 몫이 아닌가 싶어. 다행히 우리는 큰 문제없이 잘 해온 것 같아. ^_^
감기 떨어져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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