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버스를 타고 새해 첫 날의 런던으로 고고.


2007년 1월 1일

간밤에 졸도한 것치고는 일찍 일어났다. 지난 밤에는 정신없어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방에는 강쪽으로 나있는 작은 창이 있었다. 민박집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있었고, 그래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평화로웠다. 흐린 날씨로 악명높은 런던답지 않게 하늘은 구름 한 점없는 맑은 날씨에 슬슬 동이 터오고 있었고, 창문 바로 앞에 서있는 나무에서는 다람쥐들이 오가고 있었다.

민박집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마찬가지로 지난 밤에는 정신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한 사장님과 다른 여행객들과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도 얘기하겠지만, 여기 민박집 참 편했다. 그냥 아는 사람 집에 놀러간 느낌이랄까? 구경할만한 곳도 추천받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여러가지로 좋았다. 우리는 오늘 자연사 박물관을 보기로 계획했었는데 (1월 1일인지라 다른 박물관, 미술관은 거의 다 쉬기 때문이다.), 자연사 박물관 갈 거라고 하니 사장님이 그 옆의 빅토리아 박물관도 들러보라고 조언해줬다. 이 곳 대학생들이 공부하러 많이 가는 곳이래나.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어제 마구 팽개쳐 둔 짐들을 대충 정리해놓고 드디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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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지하철이 타고 다니기 편할 것이라고 말해줬지만,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버스가 상대적으로 쌌고, 3파운드 정도 되는 1일권을 끊으면 하루 종일 교통비 걱정은 끝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땅 위의 경치를, 사람들의 생활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택했다. 무엇보다 "런던에 왔으니 2층 버스를 -_-+"이라는 이유가 컸을지도 모르겠지만.  

버스 정류장 앞 쪽에는 information이 잘 마련되어 있고, 안내소에서는 런던 지도+버스 노선도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는데 1월 1일이라고 민박집 부근의 안내소는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머리 속에 넣어둔 런던 지도와 버스 정류장에 있는 노선도를 비교해보다가, 목적지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음을 깨닫고, 일단 교통의 요지 워털루 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런던의 중앙역인 워털루역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이었다.

퉁탕퉁탕거리며 관광객 지정석(?)인 2층의 맨 앞자리로 갔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 중에 할머니랑 손자가 2층 버스 맨 앞에 탄 뒤 모형 핸들을 꺼내어서 운전하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모형핸들은 준비해오지 못했지만, 버스가 커브를 틀 때마다 몸을 움직이며 운전하는 기분을 냈다.

버스는 정말 멋졌다. 차량도 새로 교체한 것인지 번쩍 번쩍 광이 나있었고 내부 관리도 깔끔했다. 당연히(?) 저상버스였고, 나이든 분이 정류장에 서 있으면 '푸쉬시시시-'하며 무릎을 꿇어주는 센스도 발휘했다. 예전에 그런 버스가 있다는 걸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버스가 기우뚱하며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올 때는 어찌 그리 재미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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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안 하는 각시는 잘 못 느꼈지만, 우리나라와 차선이 반대인지라 차가 크게 꺾을 때마다 나는 움찔움찔했다. 게다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주택가라 그런지 도로도 좁고 주차해있는 차들도 있어서 그 큰 버스가 요리조리 빠져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느 나라나 버스 운전사는 묘기 운전사인가. 휴일이라 그런지 버스는 한산했다.

버스 안에 안내방송은 안 나오지만, 대충 어림짐작으로 1차 목적지인 워털루 역에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여기에서 다시 노선도를 보면서 다음 버스를 어디로 타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하이드 파크 쪽으로 가려면 일단 빅토리아 역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내린 정류장에는 그런 버스가 없어서 잠시 버벅대고 있으니, 한 노부부가 다가와 어딜 가냐고 물어왔다. 빅토리아 역 쪽으로 가려 한다고 했더니, 굉장히 부드럽게 뭐라 뭐라 말을 쏟아내줬는데, 유감스럽게도 너무 빨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ㄱ- 하지만 눈치로 약간 떨어진 곳에 정류장이 있는 것을 알아내고 그 쪽으로 이동.

이동하다 보니, 런던 아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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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착륙하는 비행기에서도 보였던 런던 아이. 실제로 보니 무지 컸다. 지금 위키피디아에서 London Eye를 찾아보니 높이 135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관람차라는데, 주변 건물들의 고도가 제한되어 있고 템즈 강변에 서있기 때문에 전망이 꽤 좋을 것 같았다. 타보는 것도 괜찮았겠지만, 한 번 도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멀리서 사진찍는 걸로 대체했다. 여기서부터 둘은 서로의 카메라를 자랑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야외에서는 내가 FZ30으로 12배 줌으로 당겨찍으며 자랑하고, 박물관이나 밤거리 등 어두운 곳에서는 각시가 F10을 들고선 뭔가를 찍을 엄두조차 못내는 나를 보며 씩~ 웃곤 했다. (그 카메라, 내 카메라 단점 보완할 수 있게 내가 일부러 골라준 거라구!)

날이 꽤 쌀쌀해서 커피와 핫도그로 몸을 살짝 데우고 다시 버스를 탔다. Vauxhall 역인가 그 쪽으로 나갔는데, 강 건너편으로 빅벤과 웨스트 민스터 대성당이 보였다. 버스에서 대~충 강건너 구경하고, Vauxhall 역 쪽으로 나가보니, 젊은이들이 클럽 들어가려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사진은 못 찍었다.). 안에서 쿵쾅거리는 음악이 들리는 것이 영락없는 클럽이던데, 대체 1월 1일 오전 10시와 클럽이라니 통 안 어울려 보였다.

조금 더 걷다보니 마치 마크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물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 버스 정류장이었다.  워털루 역이 서울역이라면 Vauxhall 역은 영등포역 쯤 되는 것인지, 버스 정류장이 연달아 대여섯 개나 붙어 있었고, 이 곳 버스 안내소는 열려 있었다. Central London 지도를 얻고 의기양양하게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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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시내인 것 같았는데, 도로는 여전히 좁았다. Victoria 역 부근에는 극장이 몇 개 몰려있는 것 같았다. 거리의 풍경이 좀 더 중심지같은 느낌이 들 무렵 드디어 하이드 파크 부근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출발해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탔고(딱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갈아타는 것이 힘들지도 않았다.) 중간에 간식까지 먹었지만, 이제 목적지 '부근'까지 온 것이다.

- 계속 -

ps : 그나저나 이렇게 자세하게 쓰다간 끝도 안 나겠다. 그냥 대충이라도 끝까지 정리해야 하는 걸까나. 흑.
2007/01/25 00:56 2007/01/2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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