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차분하고 깔끔했던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

2007년 1월 1일.

하이드 파크 부근에 내린 우리들은 목적지인 박물관이 있는 쪽으로 살살 걸어갔다. 1월 1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대부분 카메라를 목에 건 관광객들이었다. 하이드 파크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던데, 공원 건너편의 건물들이 매력을 내뿜고 있어서 구경하느라 끝까지 공원 건너편으로 걸어버렸다. 안녕, 하이드 파크. 언젠가 좀 더 따뜻한 날씨에 런던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구경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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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켄싱턴 거리를 따라 이것 저것 구경하다 보니 어느 새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 앞에 와있었다.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꽤나 방대한 양이 적혀 있다. 주로 장식 예술과 응용 예술(?) 쪽 소장품이 많은 모양이다.

살짝 들러보는 수준으로 가려했는데, 밖에서 보니 건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거 과연 제대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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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 들어서면 커다란 유리장식이 천장에서부터 멋지게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박물관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사람도 적당한 수준의 차분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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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만 잠시 둘러봤는데, 중국, 일본 등 아시아관이 있었다. 소장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적어도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어느 정도씩은 있어서 '중국풍' 혹은 '일본풍'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게 해놓았다. 한국관도 삼성 쪽에서 지원해서 복도 쪽에 작게 있긴 했는데, 중국관이나 일본관에 비해서는 거의 초라한 지경이어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시아 것을 대충 보고 몸을 움직이니...

이 박물관의 백미라 할 '캐스트 코트'를 볼 수 있었다. Cast court. 말 그대로 유명 예술품의 복제품(캐스트)을 모아놓은 곳인데, 복제품도 이 정도로 모아놓으니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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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 로마에 있는 큰 기둥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부터 해서, 피렌체 예배당에 있는 '천국의 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나 피에타 등 유명한 조각 작품들이 1:1의 크기로 복제되어 한 방에 진열되어 있었다.

'복제품'인지라 어찌 보면 가치를 낮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했기 때문에(이를테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뒤편에는 한 때 귀부인들 방문에 앞서 다비드 상의 중요부위;;를 가리기 위해 만들었던 나뭇잎 가리개 조각도 재현되어 있었다.) 공부하기에는 꽤 좋아보였다. 복제품이니 훼손같은 걸 조금은 덜 신경써도 되니까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편하게 전시되어 있는 편이었고, 이 작품들의 진품을 보려면 이 곳 저 곳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스케치북을 펴놓고 그림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대학생들이 공부하러 자주 찾는 곳'이라는 민박집 사장님의 소개말에 동의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각시는 이 곳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보면서 멍-하니 감동받고 있었고, 곳곳에 널려있는 작품을 더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이미 1시가 넘은 상황이라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슬슬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었다. 각시는 "어차피 이건 복제품이니까... 우리는 여기 있는 대부분을 이탈리아에 가서 다시 볼 거 잖아? 예행연습은 이 쯤으로 하자."라는 내 얘기를 듣고 나서야 발길을 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파리나 피렌체를 가서야 알게 됐지만, 진품은 주위에 사람들이 정말 너무나 많았고, 훼손을 염려해서 높게 설치되어 있는 등 찬찬히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게다가 로마는 안 갔고...;;)

빅토리아 미술관. 언젠가 다시 찾아가주마.

- 계속 -

ps : 흑, 역시 슬슬 날림 기운이 보이는군요. 아직 첫 날인데... 2월에도 천천히 써보면 되려나요?

2007/01/29 18:10 2007/01/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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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자유 2007/02/03 10:01 Delete Reply

    이런 곳도 있었구나.
    런던 여행을 단 하루만에 끝내버린 나라서 이 곳은 못 봤었네. :)

    p.s. 로마 안 갔어???

    1. Re: # HaraWish 2007/02/05 17:06 Delete

      우린 여러모로 런던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더라고, 다음에는 좀 더 진득하게 붙어있으면서 런던의 삶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말야.

      ps : 2주가 넘다보니 둘 다 좀 피곤하기도 하고, 사람 너무 번잡한 곳 가기 싫기도 하고 해서 그냥 로마를 아예 뺐어. 좀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지금쯤 신혼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겠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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