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
Posted 2007/02/19 18:09, Filed under: Aladdin 팜므 파탈이명옥 지음/다빈치 |
| 2004년 초에 샀던 책인 것 같은데, 책을 손에 넣고 재미있게 읽다가 끝을 조금 남겨뒀었는데 마저 읽었다. 기본적으로 그림책인데 너무 오래 걸린 듯. ^^ Femme Fatale. 직역하자면 치명적 여인이라고 풀 수도 있겠고, 흔한 말로는 '요부'라고도 풀 수 있는 이 말. 뇌쇄적인 성적 매력과 함께 다방면에 걸친 재능들을 발산하여 남자들로 하여금 '어, 이 여자를 가까이 했다간 내가 망가지겠는데?'라는 위험신호가 머리 속에서 삑삑삑 울리는데도 불을 본 나방처럼 달려들게끔 하고, 결국 그 남자들을 파멸시키는 여자...라고 보통 얘기한다. (뭐, '삼손과 데릴라'라던가 혹은 '트로이 전쟁의 헬레네'라던가 등등등) 뭐 팜므 파탈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보다 자세한 얘기는 다른 책들을 본다거나 해야 할텐데, 일단 이 책을 집어든 원인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도 팜므 파탈의 '이미지'에 확 끌려버렸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볼 무렵에 본 영화 '젠틀맨 리그'의 뱀파이어 '미나'를 보고 "오오오-"하는 탄성을 질렀기 때문이랄까? 책을 집어들고 휘리릭 넘기는데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자니, 뭔가 엄청나게 불안정해보이고 동시에 가까이 하기에는 어딘지 위태위태해보이지만, 그 아슬아슬한 매력이랄까. 그런 것들이 눈길을 휙 잡아끌었다. (표지조차 그렇지 않은가. 클림트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II'인데 어딘가 무신경해보이는 저 여인과 그 여인의 손에 들린 남자의 머리라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잔혹, 신비, 음탕, 매혹이라는 네 개의 주제어에 각각의 팜므파탈들을 모아놓고, 그 여인 하나 하나의 그림들을 쭉 모아놓고 얘기를 풀어가는 구성 방식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잔혹'에는 살로메, 메두사, 유디트 등이, '신비'에는 키르케, 세이렌, 클레오파트라, 조제핀 등이, '음탕'에는 들릴라, 나나, 메살리나, '매혹'에는 헬레네, 비너스, 해밀턴 부인 등을 싣고 있는데, 그 가운데 유디트를 설명할 때는 유디트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유디트를 그린 그림들을 같이 배열하면서 각 화가들이 유디트라는 한 인물을 각자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가 하는 해석도 곁들이고 있어서 글을 읽는 것도 꽤 즐거웠다. 고대로부터 팜므 파탈은 화가의 좋은 주제가 되곤 했지만, 팜므 파탈이 아예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19세기였기에 책은 19세기 화가의 그림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색깔 자체는 어두운데도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런 분위기의 그림들을 좋아해서 (뭐...뭔가 좀 우울한가?) 그림을 보는 재미들도 꽤 좋았다. (클림트의 그림들은 대충 지나가다 본 적이라도 있었지만, 이 책으로 알게 된 워터하우스의 그림들은 진정 멋졌다. ) ![]() 인어 by 워터하우스 흠을 하나 잡자면, 주제를 잡고 그림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역사적 배경 지식을 설명해주는 지은이의 솜씨에 비해 정작 지은이의 관점은 약간 산만해보인다라는 점이다. 음.. 뭐라고 콕 집어 얘기하기는 좀 힘든데 이를테면 팜므 파탈에 대해 '정숙하지 못한'이라거나 '타락한 영혼'과 같은 말을 붙이는 건 어딘가 조금 맘에 걸렸다. (지은이가 여성이라서 그런 부분을 더 많이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 얘기는 팜므 파탈을 본격적으로 다룬 사회과학 서적 등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이 정도는 옥의 티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떤 '시대 사조'나 특정 화가의 작품들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특정 인물이나 특정 주제를 잡고 그림들을 소개해나가는 것은 꽤 맘에 드는 구성이었고, 그림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 첫 발걸음을 떼게 하는 데에는 꽤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 지은이의 전공이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전부 서양의 인물들인데, 동양의 인물, 혹은 보다 좁혀서 한중일에서의 팜므 파탈(?) 그림들도 모아서 서로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면 삼국지에서 동탁-여포 사이를 오갔던 초선이라던가, 사랑이냐 조국이냐를 고민했던 낙랑공주라던가, 왜장을 껴안고 투신한 논개라던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일본 쪽에선 우키요에 같은 것이 뭔가 관련되어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ps2: 사실 단순히 '이미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뱀파이어 vs 구미호의 이미지가 같은 페이지에 실려서 서로 충돌하는 걸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_' 볼만할 것 같은데. :) |
ps3: 예전 글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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