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플라이 하이
Posted 2007/03/03 15:29, Filed under: 감상------------------------------------------------------
저는 스포츠 만화를 좋아합니다. '슬램덩크'는 물론이고 그외에도 '잘 만든' 스포츠 만화는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신없이 몰입해서 경기에 흠뻑 빠져 들 수 있고.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좀 뻔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뭔가를 성취해나가는 그 과정이 너무도 즐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뭔가 일이 지지부진하게 안 풀리고 스트레스가 쌓일 땐 스포츠 만화를 읽곤 합니다. 읽고 나면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며, '그래, 나도 할 수 있어.'와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여담이지만 시간이 좀 넉넉할땐 슬램덩크의 북산vs산왕 전이 꽤 좋고, 시간이 조금 부족할 땐 북산vs능남 전이 아~주 좋습니다. ^^; )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자, 여기 또 하나의 '잘 만든' 스포츠 만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비록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요. 스포츠 만화의 소재에 제한이야 없겠지만, 아무래도 흔한 것은 야구, 축구, 그리고 슬램덩크 이후 농구가 주된 소재겠지요. 하지만 이 '플라이 하이'는 보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체조' 입니다.
사실 체조는 올림픽같은 국제대회때나 좀 볼 뿐, 평소에는 관심 하나 없는 운동인데 과연 이 만화가 재미있을까....라고 걱정하신다면 그런 걱정 붙들어 매두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별 생각없이 1권을 집어들었다가 정신없이 읽기 시작하고 결국 34권 한 질을 이틀에 걸쳐 끝내버렸습니다. (아하하. --;;; ) 저와 비슷한 취향, 즉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만화에 흠뻑 빠지게 될 거라 자신합니다.
[그림 삭제] * 플라이 하이 (1권-34권 완결) - 원작 : 모리스에 신지 (84년 LA올림픽 메달리스트) / 그림 : 키쿠타 히로유키 / 대원출판
이 만화가 뭐가 그렇게 좋냐구요? '잘 만든' 스포츠 만화이기 때문이죠. 참, 여기서 '잘 만든' 스포츠 만화가 대체 어떤 것인지 잠시 짚고 넘어가야 겠군요. 만화를 그려본 것도 아니고 관련 계통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 그저 독자로서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좋은 스포츠 만화는 다음의 조건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 부족한 것 말씀해주시면 채워넣지요. :D )
(1) 작가의 해당 스포츠에 대한 충실한 이해
(2) 해당 스포츠의 기술 및 훈련 방법에 대한 설명들 (거의 교본 수준의..)
(3) 해당 스포츠의 움직임을 잘 포착해서 지면에 잘 옮겨놓을 것
(4) 회가 거듭할 수록 조금씩 성장해가는 인물들
(5) 역경을 헤쳐나가는 가운데 동료들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 (글로 써놓고 보니 굉장히 유치한 말처럼 보이네요. --;)
(6) 스포츠에 대한 인물들의 사랑과 열정
음, 일단 이 정도일까요? 이게 일단 '스포츠 만화'를 얘기할 때 기본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고. 거기에 일본 스포츠 만화의 기본 양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뿌려보면 얼추 비슷한 모양이 나오겠네요. 그 양념들이란, '운동 처음 시작하는 초보&턱없이 원대한 꿈', '한심한 수준의 운동부', '부 해체 위기' 등이 있을테고 여기에 학원물의 양념인 적당한 개그, 십대들의 사랑같은 것들을 붙이고 나면 준비 완료!입니다. (사실 읽다보면 스토리는 좀 뻔해요. ^^; )
자, 그럼 위의 사항들에 '플라이 하이'를 대입해볼까요? [그림 삭제]
(1)과 (2)을 같이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원작자가 84년 LA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모리스에 신지'입니다. (만화를 보다보면 그의 이름을 딴 '모리스에' 기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만화 스토리는 따로 각색한 것 같고 원작은 메달리스트 '모리스에 신지'의 자서전 혹은 수필집 정도가 아닐까 싶군요.
작가가 체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고, 취재를 많이 했는지, 만화를 그리는 동안 실제 체조선수가 감수해줬는지 등등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원작자가 메달리스트라는 건 만화에 엄청난 현실감을 불어넣어줍니다.
오른쪽 그림을 보면 이 오합지졸 체조부가 철봉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보여주고 있는데, 무슨 교본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 물론 저 그림만으로 '나도 체조를 배우겠다.'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체조'라는 운동을, 나아가 '철봉을 제대로 하는 법'을 이해하기에는 아주 훌륭합니다.
에잇, 각 항마다 이것 저것 여러 컷 옮기기도 뭐한데. 좋은 장면 두 장 크게 뽑아서 얘기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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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그림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처음엔 뺀질거리기나 하고 별볼일없던 체조부원이 몇 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성장해서 이런 경지에까지 오른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감동적인 건 두 번째 컷('이 감각'이라는 대사가 있는 칸)에 있는 저 '시야'입니다. 흔히 우리가 TV중계에서 보는 체조는 사실 좀 뻔한 맛이 있습니다. TV 카메라의 앵글이 전형적인 몇 가지로 고정되어있고, 그 각에서 볼 수 있는 동작이라는 건 크게 다른 느낌을 주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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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두 번째 컷에서 독자는 '체조선수의 시야'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 철봉을 거꾸로 돌고 있을 때는 세상이 저렇게 보이는구나.'로부터 시작해서 '아, 저런 광경을 볼 수 있다니 체조도 참 멋진 운동이구나.'와 같은 생각도 해볼 수 있겠죠.
작가는 이 '시야'라는 것을 중간 정도부터 만화의 양념으로 사용하는데. 만화 속 인물들이 감탄하듯이 저도 그 시야들을 보면서 '아,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체조란...'하며 만화책을 움켜쥐기 일쑤였습니다. 여기에 소개한 것 외에도 참 멋진 '시야'들이 많고 TV에서는 볼 수 없던 체조의 여러 모습도 있지만, 오른쪽의 하나(마찬가지로 철봉의 정점에 올랐을 때의 시야)만 더 공개하고 나머지는 책읽는 분의 즐거움을 위해 숨겨둡니다.
다시 위의 큰 그림을 보자면, 저렇게 쭉 뻗은 몸과 힘이 팽팽하게 들어가있는 팔을 그려낸 솜씨도 예사롭지 않지만, 체육관의 천정 타일과 조명, 그리고 스탠드의 관중 모습까지 묘사해놓은 걸 보면, 정말로 체조 경기장에서 저 선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곤 합니다.
오른쪽 그림은 사실 별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이 만화를 보다보면 꽤 여러번 볼 수 있는 장면일 지도 모르는데. '철봉의 스페셜리스트'인 주인공 후지마끼가 철봉을 할때면 늘 저렇게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날개가 달려있는 것 같아.'라는 대사도 있고, 보다보면 실제로 날개처럼 그려넣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철봉을 힘차게 휭휭 돌다가 뛰어오를 때의 그 모습을 잘 그려낸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날고 있는 것 같아요.
좀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만화는 (3)에 있어서는 가히 엄청난 능력을 보여줍니다. '체조'라는 운동의 특성상 신체 비례가 조금만 어긋나거나 동작 묘사를 조금만 실수해도 못 봐줄 정도의 그림이 될텐데, 1권을 읽을때부터 그런 장면은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그림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 이 작가의 기본기가 너무나도 엄청난 것 같아서 다른 작품을 좀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다음의 두 그림을 보세요. '그림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라는 건 이런 그림을 보고 써먹는 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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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총평을 하는 것보다는, 제 경우에 대해 얘기하고 끝맺는 게 나을 듯 싶군요.
총 34권을 정말 정신없이 읽어댔으며, 읽고 나서는 체조에 대한 이해가 꽤 늘었고 (웬만한 중계 용어는 다 알아듣지 않을까 싶습니다.), '체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으며 (물론 어릴 때 철봉에서 도는 것도 거의 못해본 운동신경이니 상상일 따름), 앞으로 체조 경기 중계를 해주면 유심히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 만화는 체조 만화로서 만점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네요. 시간 나면 보세요. :)
ps2: 아, 정말 딴 건 별로 유혹이 안 드는데 '드가체프'는 후지마끼처럼 해볼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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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던 만화입니다
드가체프 앞돌기~ 후지마끼1!!
등장인물도 개성있었고 재미있던 만화입니다-
네, 저도 어쩌다 접해서 미친듯이 읽었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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