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물생활 열흘째
Posted 2007/03/26 20:47, Filed under: 기록
지지난번 토요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한 열흘쯤 되나 싶다. 딱히 변화무쌍한 편은 아닌데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서 나도 색시도 멍-하니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다른 한 명이 뭔가를 하고 있을때 구경한다거나 하는 편인데, 가끔 같이 볼 때는 서로 어항 가운데 쪽에 앉으려고 자리싸움을 하기도 한다. ㄱ-
* 수초는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맨 뒤에 있는 하이그로필라(길쭉한 대에 조그만 잎이 쌍으로 붙어 있는 수초)는 쑥쑥 크는 종이라던데, 줄기 양끝, 그러니까 맨 위쪽에 있는 잎들과 바닥 부근에 있는 잎들이 조금 시들고 있다. 뿌리가 잘 안 잡힌 것인지 어항 내 환경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수초(타원형의 긴 잎이 있는 풀)와 가장 앞쪽에 있는 시금치-_-비슷한 수초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가운데 중간쯤에 있는 저 보슬보슬한 수초들은 제법 새 순(?)이 돋는 듯 하다. 맨 끝 부분이 싱그러운 것이 잘 자랄 모양이다.
* 달팽이는 처음 며칠 동안 하루 2-3마리씩 잡아댔는데, 열댓마리 잡고 나니 잘 안 보인다. 최근 2-3일은 구경 못 했다. 요새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어항을 한 번 휙 둘러보면서 이상한 점은 없나 보고,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이 달팽이 찾는 일이다. ㄱ-
* 네온테트라들은 굉장한 먹성을 자랑하고 있다. 누가 붕어-_-아니랄까봐 배가 빵빵하게 터질 것 같은데도 주는 대로 받아먹으려고 한다. 네온 테트라가 생물학적 분류로는 송사리과인데 얘네 은근히 웃기는 면이 있다. 첫째로 수면에 떠있는 먹이는 먹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로 바닥에 가라앉은 먹이도 먹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즉, 이 놈들은 먹이가 수면에 떠있다가 물기를 머금고 바닥에 가라앉는 동안, 그 가라앉는 흐름을 감지하고 달려든다는 것인데.. 코 앞에 있는 수초의 잎사귀에 가라앉은 먹이도 먹이로 못 보는 걸 보면 좀 안쓰러울 때도 있다.
그런 주제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에 눈을 떴다. 며칠동안 규칙적으로 먹이를 줬더니 이제 그걸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먹이통을 어항받침대의 서랍에 넣어뒀기에 먹이를 꺼내려면 서랍을 한 번 열고 닫아야 하고, 그러면서 어항에 약한 진동이 가해진다. 그 진동을 느끼면 얘네들이 눈치채고 밥달라고 수면 부근으로 올라오면서 난리를 친다. 최근에는 좀 더 영악(?)해졌는지 구경하려고 어항 앞에 주저앉아도 그 진동을 느끼고 먹이 달라고 난리를 친다.
나는 배고픈 걸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먹이는 늘 후하게 주게 된다(이건 우리 집의 내력일지도 모르겠다. 친척이 열흘 정도 강아지를 맡겼었는데, 원래는 좀 비쩍 말라있던 그 녀석, 우리 집에 열흘 머물면서 털에 윤기가 돌아버렸다.). 원숭이도 아니면서, 다른 먹이를 입에 물려고, 입에 물고 있던 먹이를 놓치고, 결국은 둘 다 놓친다거나, 혹은 배가 터질듯이 빵빵한데도 먹이를 계속해서 담아넣으려는 녀석들을 보면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겠다 싶으면서도 밥달라고 빨빨거리는 녀석들을 보면 결국 후하게 주게 된다.
* 결과적으로 우리 집 어항에는 항상 먹이가 남아돌게 되는데, 이는 새우들의 몫이다. 수초 잎사귀나 바닥에 가라앉은 건 11마리 새우들이 다 처리한다. 진정 먹성이 좋은 건 이 새우들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새우 때문에 크게 놀란 적이 있는데, 어느 날 보니 새우가 다른 새우의 시체-_-를 물어뜯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 새우야 잡식성이니 동료 새우를 못 먹을리 없지만, 먹이도 많은데 다른 새우를 죽였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그 외에 다른 새우들이 죽지도 않았으니 환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그 때 뜯어먹히고 있던 새우 외에도 바닥에 새우 허물이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유력한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는데, 어떤 새우가 허물 벗기를 했고 몸이 굳기 전에 약할 때 다른 새우에게 공격당했다라는 것이 그것이다. 수초어항용 민물새우가 허물 벗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같은 새우라도 개체마다 몸집 차이가 꽤 나고, 갑각류인 새우가 몸집을 키우려면 허물 벗기 밖에 없을테니 그럴싸한 가설이 아닌가 싶었다.
문제는 맨 처음 우리집 새우가 10마리였던 것 같은데, 어째서 한 마리가 먹힌 것 같은 지금 총 새우 수가 11마리이냐...라는 것. 새끼가 태어났다고 보긴 애매하므로 그냥 맨 처음에 새우 수를 잘못 세었겠거니 하고 있다. -_-
* 싹싹이라 이름붙여준 청소용 물고기는 늘 어딘가에 붙어있을 뿐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먹이 먹는 모습도 거의 못 봤는데, 밥은 먹고 다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열흘이 지나도록 죽지 않았으니-_- 우리가 자는 동안 몰래 혼자서 숨겨놓은 먹이를 먹는 건 아닐까 생각 중이다.
* 하이그로필라가 조금씩 시드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 어항은 꽤나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이 다소 건조한 탓에 일주일째 되는 날에 1-2리터 정도를 보충(생수를 비닐 봉지에 담은 다음 어항에 띄워놓고 물온도가 같아질 때를 기다려 봉지를 뜯었다.)하면서 수온 및 성분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도 어항 속 세상은 건강해 보인다.
애초 계획보다 좀 더 빨리 추가 생물을 집어넣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수초 한 두 종류 더 하고 (좀 더 빨리 자라는 것 하나, 예쁜 것 하나) 구피 몇 마리, 거기에 맞춰 추가 새우 정도 넣으면 어떨까 싶은데 수초는 몰라도 동물 넣을 때는 좀 더 알아보고 넣어야겠다.
* 그나저나 이 어항의 경우에는 아직 크게 신경쓸 일이 없음에도(먹이주기+물보충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물갈이는 반년에 한 번 정도) 계속 눈이 가게 된다. 밖에 있을 때도 '오늘 아침에 어항에 전등 켜주고 나왔었나?'하며 살짝 걱정하는 정도. 더 복잡한 애완동물/식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존경해야겠다. :)
* 하긴 어제, 일요일에는 봄맞이 기분용으로 2000원-4000원짜리 화분을 예닐곱개 들여놓기도 했다. 집에 생명의 존재가 늘어나니 좀 더 활기차서 좋긴 한데, 신경쓸 것도 같이 늘어나긴 하더라. 아우... 고양이나 페릿도 언젠가 키워보고 싶건만. 그 놈의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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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저도 맹렬히 사고 싶어져서 ㅜ_ㅠ;;
알아보는 중입니다.. 죄송한데, 그 정도 하시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죠?-
음, 위에 보이는 게 가로 43cm, 세로 32cm의 어항인데, 거기에 여과재+여과기+흑사+수초+생물들 등등 해서 17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동네 수족관에서 그냥 세트로 맞춰진 것을 조금만 바꾸는 정도에서 그대로 구입했어요. 인터넷 같은 곳에서 알아보시면 더 쌀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부근에 아는 수족관을 만들어 놓고 싶어서 & 처음 배달+설치를 해주시기에 그냥 동네에서 했어요. 관심있으시면 http://trofish.net 이라는 곳이 꽤 유명한 것 같던데 더 알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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