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 시즌도 끝났다. 혼자서 시즌을 돌이켜 보다가, 시즌 탑10을 뽑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적어봤다. NBA 잘 모르는 사람도 글을 읽으면 한 해가 어땠는지 알 수 있도록 적어보는 게 목적이었는데, 지식이 얕아서 이 정도밖에 못 쓰겠다. 간만에 긴 글이자, 블로그 개편 후에 제대로 된 첫 글 되겠다. ^^
10. 실패로 끝난 공인구 교체.2006년 6월,
NBA 사무국은 30년만에 처음으로 공인구를 교체하고 06-07시즌부터 새 공인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무국에 따르면 새롭게 만든 공인구는 합성 섬유를 사용하여, 기존의 가죽공과는 달리 그립감을 향상시키고 언제나 똑같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의 공과는 느낌이 달랐기 때문에 시범경기 때부터 선수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샤킬 오닐은 이 공을 가리켜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싸구려 공같다. 끔찍한 수준이다.'라고 불평을 쏟아냈으며, 그 외의 선수들도 사무국의 발표와는 달리 공이 말랐을 때는 너무 끈적하고, 젖었을 때는 너무 미끄럽다는 것을 지적하고, 기존의 공과는 달리 예측하기도 힘들고 슛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NBA 총재 스턴의 입장은 확고하여 '메이저 스포츠 가운데 여전히 가죽공을 쓰는 곳은 농구밖에 없으며, 새 공은 이미 다각도로 검증이 끝났고, 지금은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새 공인구를 고집했다. 하지만 피닉스의 내쉬, 댈러스의 노비츠키, 뉴저지의 키드 등이 마찰력 높게 만들어진 새 공의 표면 때문에, 손가락 끝이나 손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등 부작용이 계속되자, 스턴은 결국 새 공인구 도입 세 달만에 고집을 꺾고 2007년 1월부터 기존의 가죽공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9. 팀들의 흥망성쇠.
NBA리그도 시간의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 강팀이라고 언제까지 강팀은 아니며 (물론 샌 안토니오 등의 '전통 강호'도 있지만) 약팀도 언젠가는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과거 몇년 동안의 착실한 팀 재정비 작업 끝에 결실을 이룬 팀들이 있었다. 스탁턴-말론 콤비 해체 이후 한동안 힘든 시절을 보낸 유타 재즈는 슬로언 감독의 지도 하에 다시 제2의 스탁턴-말론 콤비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데론 윌리엄스-카를로스 부저 콤비를 만들어냈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서부 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냈다. 만년 꼴찌이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03년에 르브론 제임스를 뽑은 후, 르브론의 팀을 만들어가면서 올해는 동부 결승에서 디트로이트를 꺾고 리그 결승까지 진출했다. 마이클 조던 이후 한동안 암흑기를 거친 시카고 불스는 03년도 커크 하인리히를 비롯 좋은 신인들을 발굴, 육성하고 오프시즌에 벤 월러스도 데려오면서 탄탄한 전력을 갖추었다. 빈스 카터 이적 이후 다시 약팀이 된 듯한 토론토는 뛰어난 GM 콜란젤로가 멋진 솜씨를 발휘하면서 다시 젊고 매력적인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언제나 재능은 있지만, 어딘가 구심점을 못 찾았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돈 넬슨 감독이라는 접착제를 영입하면서 팀으로서 살아나 12년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정규리그 우승팀인 댈러스 매버릭스를 패배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뜨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도 있는 법.
새크라멘토 킹스, 시애틀 수퍼소닉스, 인디애나 페이서스에게 올 시즌은 잔인한 한 해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강팀 소리를 들었던 이들 팀이지만, 조금씩 쇠퇴하여 올 시즌에는 과거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킹스는 아델만 감독 계약 만료 이후 에릭 머슬맨 감독을 영입,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팀 색깔을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9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소닉스의 경우 04-05 시즌 팀을 신데렐라로 만들었던 맥밀란 감독의 이적 이후 계속 해서 자리를 찾고 있지 못한데, 올 시즌에는 팀의 연고지 이전 루머까지 돌면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무관의 제왕 레지 밀러가 버티고 있던, 동부의 전통 강호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선수들의 노쇠화, 그리고 이에 따른 몇 번의 안 좋은 트레이드들로 인해 팀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경우이다. 시즌 중 골든 스테이트와의 4:4 트레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선수 구성에 높은 연봉으로 인해 재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킹스, 소닉스, 페이서스 이 세 팀은 시즌 중 혹은 시즌 종료 후 모두 감독을 해임하였는데, 다음 시즌 이 팀들의 분발이 기대된다.
8. 리그의 뉴스메이커, 악동과 기인들개성강한 선수들이 많은 곳이다보니, 리그에서는 온갖 사건과 사고를 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들이 있다. 시카고의 루키 타이러스 토마스는 올스타 전의 슬램덩크 대회 진출을 앞두고 '슬램덩크 대회에 돈 벌러 간다.'라는 망언을 해서 리그에 오히려 1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실력이 뛰어난 03 드래프티 가운데에서도 언제나 세 손가락 안에는 넣어야 할 듯한 덴버의 카멜로 앤쏘니는 뉴욕과의 경기에서 난투가 벌어지자 상대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하고는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악행들은 현재 리그 최고의 악동, 킹스의 론 아테스트가 벌인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비록 팀은 바닥을 기고, 팀 전술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공격을 펼치긴 했지만, 그래도 시즌 초반에는 농구에 전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사람이 달라졌나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아테스트는 지난 시즌과는 달리 기자보다는 변호사를 자주 만나게 되었다. 애완견을 묶어놓고 먹이를 안 줘서 동물학대죄로 신고되는가 하면, 부인과의 가정 폭력 건이 불거졌고, 이에 이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등의 말로 여전히 농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그에 이런 꼴불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기행도 있었는데, 그 대표주자가 바로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워싱턴 위저즈의 길버트 아레나스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르브론과의 맞대결을 통해 높은 기량을 선보였던 아레나스는 시즌 중반까지 엄청난 득점포를 가동시키며 팀을 한 때 동부 1위까지 올리며 MVP 후보로까지 얘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 팀을 상대로 50점 이상을 넣겠다'라는 초유의 득점 예고를 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당한 아레나스는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고전 중일 때 자신이 엑스박스360용 게임
NBA LIVE08의 표지 모델이 되었다며 행사에 참여 희희낙낙, 팀 동료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7. 승리에 목마른 프랜차이저들의 한 해는 또 그렇게 갔다. 케빈 가넷, 폴 피어스, 파우 가솔, 저메인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올스타급 기량으로 팀의 대들보를 맡고 있는데, 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외로운 늑대'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케빈 가넷이야 입아플 정도이고, 셀틱스의 폴 피어스는 SF-PF를 오가며 나홀로 활약하고 있으나 팀은 만년 리빌딩 중이다. 아직까지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못해본 그리즐리스의 파우 가솔은 올시즌 초에 큰 부상을 당해 꽤 쉬게 되었고, 그동안 팀은 꼴찌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꼴찌를 했음에도 운명의 장난인지 그리즐리스는 1픽(=오든)을 얻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마이더스의 손' GM 제리 웨스트마저 팀을 떠났으니 가솔도 꽤나 답답할 것이다. 답답하기는 저메인 오닐도 빠지지 않는다. 레지 밀러 이후 계속해서 동부 쪽 명가였던 팀이 2004년 아테스트 등등의 선수들이 경기장 폭력 사건을 만들어낸 이후로 차차 기울더니, 올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고 그동안 함께 했던 릭 칼라일 감독은 경질되었다. '아, 옛날이여.'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앞의 선수들에 비해서는 상황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신이 정상을 맛봤었기에 누구보다도 목이 마를 선수가 바로 코비 브라이언트이다. 지난 시즌 한 경기 81득점이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4경기 연속 50득점 등등 득점에 관한 신기록들을 만들어갔으나, 팀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오덤-콰미 브라운은 못 미덥고, 바이넘은 너무 어리다. 전성기는 앞으로 2-3년 정도, 코비가 초조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답답한' 선수들. 문제는 이들 선수들이 몇 년째 똑같은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워낙 거물인지라 팀을 옮기기가 쉽지도 않고 거액계약으로 인해 조력자를 불러모으기도 힘든 상황. 다음 시즌에는 이들 선수들 중 한 두 명이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6. 아이버슨, 덴버로 이적위의 선수들과는 달리, 드디어(?) 오랜 애증의 관계를 청산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알렌 아이버슨이다. 183cm의 작은 키로 거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96년에 들어와 한 번의 시즌 MVP, 네 번의 득점왕, 세 번의 스틸왕을 수상했던 바로 그 사람, 신인 시절부터 필라델피아 식서스에서 쭉 뛰어온, 필라델피아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가 팀을 옮겼다. 옮긴다 옮긴다 하는 얘기가 나온지 3-4년은 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로 옮겨버렸던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단신에 리딩보다는 득점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백코트 파트너를 맞추기 쉽지 않은 점, 08-09시즌까지 매년 평균 연봉 약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 그리고 이제 우리나이로 서른 셋인 나이 때문에 아이버슨의 트레이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으나, 덴버 너게츠에서 아이버슨을 덥썩 데려왔다. 덴버가 정확히 어떤 계산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시즌 카멜로 앤쏘니와의 시너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고 팀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호흡을 좀 더 맞춰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버슨으로 인해 덴버는 연봉 총합이 거대해졌고, 구단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당장의 전력손실을 겪긴 했지만, 그동안 아이버슨의 그늘에 가려있던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동시에 아이버슨의 대가로 안드레 밀러라는 좋은 PG를 얻어 팀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이버슨의 거대 계약을 보내는데 이어 또다른 거액계약이었던 크리스 웨버를 과감히 바이아웃해서, 구단 운영에 상당한 유연성을 가져오게 되었다. 아마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필라델피아가 얻은 것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5. 런앤건, 리그는 스몰볼이 대세?피닉스 선즈로 이적한 뒤로 국내 팬들은 스티브 내쉬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돌격대장' 스티브 내쉬. 내쉬가 이적해온 04-05 시즌부터 피닉스 선즈의 농구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내쉬라는 좋은 포인트 가드가 속공을 이끌고, 숀 마리온,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커트 토마스 등 달리는 빅맨들이 속공을 덩크로 마무리지었고, 그리고 라자 벨, 바보사 등이 3점을 넣어주곤 했다. 경기의 속도가 정신없이 빨라졌다. 하프코트에서 24초를 활용하며 전술대로 작전을 걸어 공격을 하는 것이 피닉스를 상대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애써 공격을 성공시키더라도 백코트해서 수비를 갖추기 전에 내쉬가 진영을 휘젓고 곳곳에서 덩크를 허용했으니 말이다. 내쉬가 피닉스에 온 지도 3년째. 피닉스 선수들의 손발이 맞기 시작하자, 이들의 런앤건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고, 실점한 뒤 2초만에 상대편 골대에 덩크를 꽂아넣는 일까지 만들어내고 말았다. 관중들은 환호했고, 팀들은 고민했다. 피닉스를 막기 위해서는 내쉬를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상대편의 빅맨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수 전환이 느린 센터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키가 작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빠른 파워포워드를 센터로 올리는 스몰 라인업이 유행하게 되었다. 여기에 돈 넬슨 감독의 골든 스테이트, 아이버슨-앤쏘니 콤비가 있는 덴버 너게츠까지 가세 좀 더 빠르게 공격을 풀어가는 팀들이 많아졌다. 물론 리그에는 샌 안토니오, 디트로이트, 유타, 시카고 등 하프코트 바스켓을 하는 좋은 팀들이 여전히 있지만, 과거에 비해 확실히 키 큰 농구보다 빠른 농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곧 있을 드래프트나 오프시즌 동안의 트레이드에서도 드러날 것이다.
4. 피스톤스와의 5차전에서 48득점으로 불타오른 르브론 제임스.
조던-코비의 뒤를 잇는
NBA의 아이콘.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03 드래프트를 사실상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신을 위한 드래프트로 만들며 당당히 1순위로 뽑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자신의 팀으로 만들어온 르브론 제임스. 르브론 자신은 그 '백지' 상태를 좋아했을지 모르겠지만,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애초에 출발선이 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카멜로 앤쏘니나 드웨인 웨이드가 좋은 팀 동료를 두고 플레이오프에서 선전하고, 그 중 웨이드는 바로 전해 우승까지 했지만, 제임스는 데뷔 이후 2년 동안 플레이오프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팀과 자신을 단련시켜나갔고, 05-06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1라운드에서 워싱턴을 4승 2패로 꺾고, 2라운드에서는 동부 강호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만나 3승 4패로 아쉽게 패배했다. 그리고 올해. 르브론이 결국 사고를 쳤다. 1라운드에서 워싱턴을 만나 4승 0패로 승리, 2라운드에서 뉴저지를 4승 2패로 승리, 동부 결승에서 디트로이트를 4승 2패로 승리, 팀을 리그 결승까지 진출시켰던 것이다. 비록 결승에서 만난 샌 안토니오에게 0승 4패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84년생 청년의 위업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직 젊고 내년에는 샌 안토니오의 벽을 넘기 위해 노력할테니까. 누군가 '르브론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06-07시즌, 디트로이트와의 시리즈 중 5차전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2승 2패로 힘대결이 팽팽한 가운데,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했던 5차전. 시합종료 3분 여를 남겨놓고 캐벌리어스는 81-88로 피스톤스에게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르브론의 전설이 시작됐다. 레이업, 3점슛, 한 개의 덩크 슛. 31초를 남겨놓고 89-88로 캐벌리어스 리드. 이어 피스톤스의 촌시 빌업스가 3점슛을 성공시켰으나 9초를 남겨놓고 르브론이 다시 덩크슛 91-91로 4쿼터 종료. 승부는 연장전으로 미뤄졌고, 연장전은 르브론의 시간이었다. 2차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109-107로 캐벌리어스 승리. 5차전 승리로 시리즈는 캐벌리어스로 기울어졌고, 6차전을 캐벌리어스가 승리함에 따라,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캐벌리어스가 리그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 경기에서 르브론은 연장전 팀득점 전득점을 포함해 캐벌리어스가 경기 종반에 올린 30점 중 29점을 자신이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는 비록 예전보다는 숨통이 트였다지만 여전히 질식 수비로 유명한 그 피스톤스였다. 그 피스톤스를 상대로 연장전을 사실상 1:5의 농구를 하면서도 결국 승리했다는 것. 이는 이미 리그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다.
3. 오든을 잡기 위한 꼴찌 경쟁, 사라진 대박의 꿈.

그렉 오든. 오하이오 스테이트 대학 1학년, 88년생, 213cm, 116kg. 드래프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잘 되면 데이빗 로빈슨, 못 되도 에메카 오카포.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1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센터'라고 불렀다. 이렇게 리그를 지배할만한 센터는 흔히 나오지 않기에, 센터가 중요한 농구에서 이런 선수를 잡으면 팀의 전력이 단숨에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몇 년 동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다. 멀리 볼 것 없이 바로 팀 던컨이 버티고 있는 샌 안토니오가 그렇지 않은가. 이런 오든이 07-08 시즌부터 리그에서 뛰기로 했고, 팀들은 차세대 대들보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07년도 드래프트는 자연스레 '오든 드래프트'라 불리게 되었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생각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하위권 팀들은 아예 한 시즌을 포기하고 오든을 잡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꼴찌 경쟁을 시작했다. 팀의 주축인 파우 가솔이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진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그랬고, 폴 피어스와 유망주들로 버티고 있는 보스턴 셀틱스 또한 참 열심히 졌다. 리그에서는 이런 꼴찌 경쟁으로 인해 시즌 후반이 재미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드래프트 로터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멤피스는 22승 60패, 보스턴은 24승 58패라는 성적를 거두면서 각각 64.3%, 55.8%의 확률로 1-3순위의 픽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멤피스의 경우 25.0%, 보스턴의 경우 19.9%의 확률로 오든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의 확률이라면 사실상 오든은 멤피스로 가야 했을 것이나, 로터리 추첨 결과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1순위 받을 확률이 5.3%에 불과했던 포틀랜드 블레이저스가 1순위를 받게 되었고, 시애틀이 2번, 아틀랜타가 3번을 받았으며, 멤피스는 4번, 보스턴은 5번픽을 얻는 데 그치고 말았다. 별 기대않고 있던 포틀랜드는 대박을 내서 다음 시즌뿐만 아니라 수 년 내에 우승권도 노려볼 수 있게 된 반면, 한 시즌을 망쳐가며 드래프트에 올인했던 멤피스와 보스턴은 별다른 전력보충을 못한 채 다음 시즌을 맞게 되었다. 인생무상이랄까.
NBA에서도 현재를 무시하고 미래의 대박만을 노리면 별 재미를 못 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골든스테이트의 업셋
시즌이 시작하기 전 달라스 매버릭스가 60승 이상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제법 됐다. 최근 몇 년간의 담금질로 달라스는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팀이 되었고, 비록 지난 시즌 웨이드와 샤크 때문에 우승컵을 눈 앞에 두고 물러나긴 헀지만, 리그에서 공수 양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시즌 시작 전에 골든스테이트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워리어스 팬들의 희망섞인 예상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워리어스는 배론 데이비스, 제이슨 리차드슨 등 화려하고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만한 사령탑을 갖고 있지 못했기에 시즌 초에 반짝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주전 중 한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무려 1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었다. 가끔 운좋은 날에는 그 어떤 팀과 붙어도 이겨내나, 대체로 승보다는 패가 많은, 그런 전형적인 도깨비팀이었다. 그렇다면 시즌 시작 전에 워리어스가 플레이오프에서 매버릭스를 만나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0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2006년 8월 시즌 시작 전 '미스매치의 귀재' 돈 넬슨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05년까지 매버릭스를 감독한 바 있는 돈 넬슨 감독은 포지션의 평균 사이즈에 비해 작은 대신 더 빠른 선수들을 이용해 미스매치를 만들어내고, 3점슛을 퍼붓는 스타일의 '원조 스몰볼'을 즐기는 편이다. 필연적으로 리바운드가 달리고, 수비 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2점 먹으면 3점으로 갚는다.'라는 철학이랄까? 공격 템포가 빠르고, 3점슛을 많이 쏘기 때문에 한 번 리듬을 타면 무섭게 리듬을 타게 되는데, 속도가 느리거나 외곽슛이 좋지 않은 팀은 이에 고전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의 매버릭스가 바로 그런 팀이었다. 05-06시즌 돈 넬슨의 후임으로 들어선 돈 넬슨의 제자 에이버리 존슨 감독은 기존의 스몰볼을 지양하고 노비츠키를 4번으로 놓고 공수 양면의 조화를 꾀하는, 좀 더 정통농구에 가까운 팀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매버릭스는 정규시즌 67승 15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중에도 워리어스에게 4전 전패 당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 마디로 매버릭스 입장에서는 상성이 가장 안 좋은 팀이었달까. 매버릭스는 분명 강한 팀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워리어스 선수들은 기름에 불붙이듯 타올랐고, 돈 넬슨 감독은 매버릭스와 노비츠키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결과는 4승 2패로 워리어스 승리. 이로써 워리어스는 리그 역사상 8번 시드로 진출해서 1번 시드의 팀을 꺾은 세번째 팀이 되면서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1. 스퍼스 4회째 우승지난 9년 동안
NBA 결승에 네 번 진출, 그 네 번 모두 우승. 이제는 그들을 '왕조'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왕조의 건립부터 함께 한 팀 던컨이 있다. 실력에 비해 화려함이 떨어져서 인기는 조금 덜 하지만, 팀 던컨은 진짜이다. '미스터 기본기'라고 부를만큼 기본기에 충실하고, 모든 움직임들이 교과서의 정석처럼 펼쳐진다. 덩크가 파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난이도의 점프슛을 쏘는 건 아니지만, 그의 단순한 덩크도 간결한 뱅크슛도 모두 같은 2점이며, 화려한 패스는 아닐지라도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었을 때 오픈된 동료에게 패스해주는 것은 정말 일품이다. 현재의 스퍼스 농구는 이런 팀 던컨의 색깔과 비슷하다. 기본에 충실하고 팀전술대로 움직이며 수비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비유하자면 대장간에서 내려치는 망치와 같달까. 어디가 특별히 뾰족하고 예리한 것은 아니지만, 약점없이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그대로 밀어붙인다. 던컨의 스트레이트를 의식해서 잔뜩 움츠리고 있다보면 토니 파커, 지노빌리의 훅이 좌우로 흔들고 들어오고, 이 모든 걸 방비해도 조금의 틈을 놓치지 않는 롤 플레이어들의 3점 잽을 허용하다 보면 결국 무릎을 꿇게 된다. 이것이 현재 리그의 지배자라고 자부할만한 '산 왕토니오'의 실체이다. 물론 리그에 '절대 강자'란 있을 수 없고, 샌 안토니오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샌 안토니오보다 수비는 좀 덜 하지만 공격은 더 나은 정도로 균형을 잡은 댈러스 매버릭스에게는 작년도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바 있고, 샌 안토니오와는 정반대로 빠르고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피닉스 선즈와는 올해 정말 혈전 끝에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플레이오프 동안 브루스 보웬의 거친 수비, 로버트 호리의 피닉스 선수들과의 동반 출장 정지 건, 지노빌리의 지나친 파울 유도 등으로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이들의 실력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강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이들은 능글맞을 정도로 우승하는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벤치 선수들의 노쇠화가 다소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던컨이 건재하는 한, 구단이 그에 맞는 조각들을 채워넣을 것이고, 당분간 스퍼스는 강팀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