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07년 10월 7일

Posted 2007/10/08 00:00, Filed under: 기록

* 정신을 차려보니 2007년도 85일 밖에 안 남았다. 85일 뒤에 새해를 맞이할 때쯤엔 ‘올 한 해 참 잘 보냈어.’라고 자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려면 남은 시간들을 좀 더 열심히 써야겠다.

* 대학원 들어와서 몇 년 동안 체한 것처럼 내려가지 않던 첫 논문 주제를 6월엔가 끝내고 드디어 그 동안 자료만 모아놨던 새로운 주제에 대해 해보려고 했건만 8월 학회에서 유사한 주제를 보고 OTL. 그 뒤로 약간 초점을 달리해서 계속 해보고 있긴 한데, 아무리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느긋하게 한다지만 너무 느긋하게 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야외조사도 가고 하니 좀 바짝 조여서 열심히 해봐야지.

* 그래도 올해 후반기에 다소 만족스러운 것이 있다면, 간만에 다시 책 읽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이다. 주로 붙잡고 있는 것은 황석영 씨의 삼국지(현재 7권에서 다소 정체 중)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현재 3권 시작)인데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진부한 얘기가 이렇게 실감날 지는 몰랐다.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롭고 삶에 대한 교훈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두 전집 시리즈를 읽는 와중에 그 때 그 때 내키는 대로 몇 권의 책을 사고 그 중의 일부를 읽고 있다.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을 다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읽고 있음에도 읽어야 할 책은 오히려 더 빨리 쌓이는 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 가끔 학부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 때의 나는 지금과는 참 많이 달랐다. 그 때는 지금보다 생각을 얕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신 일을 벌이고 꾸역꾸역 해내고 끝내는 데에 제법 능력을 발휘했었다. (물론 그 때도 끝내는 일에 비해서는 벌이는 일이 훨씬 많긴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요새는 뭔가 생각이 들어도 한참 묵히는 버릇이 들었고, 그러다 보면 때를 놓치거나, 잊거나, 혹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금세 할 수 있음에도, 시작 전에 지나치게 많은 걸 검토하고 확인하고 상상하다 보니 그냥 그 자체에 지겨워지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님 그냥 단순히 예전보다 게을러진 것일까.

* 뜬금없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결혼은 참 잘 했다. 색시는 나보다 좀 덜 계산적이고 덕분에 좀 더 과감하다. 자기 힘으로 조금 부족하다 싶은 것도 일단 벌여놓고 나면 어떻게든 되긴 되더라. 이런 부분은 나도 좀 다시 회복해야 할 텐데.

* 최근 블로그가 뜸한 이유는 ‘분점’을 냈기 때문이다. 일상의 기록은 미투데이 쪽에 쓰고, NBA 개막에 맞춰 NBA 잡담용 블로그를 간단하게 하나 더 만들었다.(상단 메뉴에 링크 있음) ‘재미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빼가는 것 같아 고민 중이다. 일상을 차근히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하루의 끝 무렵에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에 계수기라도 달린 것인지 하루에 몇 타를 치고 나면 더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드니 그게 문제이다. 내 경우는 취미 생활 대부분을 ‘글’로 사람들과 공유하는 편인데(NBA, 물생활), 글 쓰는 게 업인 대학원생이 글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나니 확실히 에너지가 떨어진단 말이지. 뭔가 글을 안 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없을까? 이를테면 사진이나 그림? 아서라. 그런 곳에 취미를 제대로 붙이면 또 그런 얘기를 글로 할 게 뻔하도다.

* 갑작스런 얘기지만 미투데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내 수첩이다. 어딘가에 공식적으로 쓰기에 자잘한 것들을 수첩에 적어놓곤 했는데, 미투데이 이후 수첩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 올해 초만 하더라도 달력을 보며 ‘아, 10월쯤 되면 또 대선 때문에 뉴스 보느라 정신 없겠구먼.’이라 생각했건만, 이처럼 재미없을 줄은 몰랐다. 땅파는 것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손대야 할 곳도 해야 할 일도 여전히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얘기만 하니 재미가 없다. ‘범여권’이라는 희한한 말도 웃기고 그 쪽에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정말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다. 이해찬 씨를 좋게 보고 있건만 상황이 뭐… 지금 같아서는 경부운하만 안 만든다고 하면 누가 된다고 해도 상관 안 할 지도 모르겠다(그렇다고 내 손으로 찍지는 않겠지만). 제발 한 번 했다가는 ‘물리기도 안 되는’ 그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문국현 씨가 끝까지 잘 달려주기만을 기대해야 하나.

* 책이나 좀 더 많이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나는 여전히 한없이 모자라다.

2007/10/08 00:00 2007/10/08 00:00

Trackback URL : http://www.haralab.net/tt2/trackback/1356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201 : 202 : 203 : 204 : 205 : 206 : 207 : 208 : 209 : ... 144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