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기력 고갈
Posted 2008/01/16 00:04, Filed under: 기록* 야외조사로 산을 오르내릴 때 체력을 남겨두는 버릇 때문인지, 난 평소에 몸에 여분의 기력을 남기는 편이다. 학교 생활도 주로 그렇게 하는 편이라 집에 오면 책도 좀 보고 키보드도 좀 두드리고 이것 저것 하다가 자는데, 요 며칠은 '기력 고갈'(체력은 있으나 기력이 없다.)의 상황에 와있다.
아니 정확히는 '키력 고갈'이라고 해야 하나. 번역이나 강좌 준비 등 공부 외에도 머리를 쓰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쉬는 시간에는 웬만하면 키보드에서는 손을 떼고 싶다. 그런 면에서 프로그래머 등 업무 내내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에게 존경이라도 표하고 싶달까.
그래서 요새는 좀 더 편하게 블로그를 대하려고 한다. 요즘 들어 부쩍 사진이나 그림이 늘어나고 글이 줄어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오늘은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의 공룡 강좌 첫 날이었다. 유치원생 스무 명.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정말 귀엽고 똘망똘망한 아이들(기껏해야 조금 시끄러운 개구쟁이?)이지만, 이들이 뭉치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그저께 담당하시는 분께서 '유치원생은 그래도 괜찮은데, 초등학교 저학년만 되어도 강사와의 기싸움을 하려 하기 때문에 초반에 잘 제압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실 때만 해도 '애들이랑 무슨 기싸움?'이라는 생각을 했건만... 정말 기싸움이 필요했다. 중간에는 마이크도 고장 나고 해서 목소리를 크게 냈더니 목도 칼칼한 것이 잘못하면 쉴 판이다.
강의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학부모들이 아이의 수업을 지켜 볼 수 있는데, 이것도 내 기력을 뺏어가는 느낌이다. 오늘 아이들의 반응은 괜찮아 보였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아으, 이걸 사흘이나 더 해야 하다니...
* 응원하는 NBA팀의 요새 모습도 재미있고 해서 좀 더 블로그에 붙어 있고 싶지만, 키력도 다 했고 내일도 1시간 반 가량 움직여 9시 출근을 지켜야 한다. 흑. 널널원생에게 어쩌다 이런 시련이...
Trackback URL : http://www.haralab.net/tt2/trackback/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