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AA Final 4. 흑장미는 진짜였다.

Posted 2008/04/07 02:26, Filed under: NBA
농구 글은 다른 블로그에 따로 올렸었는데, 간만에 이 곳 블로그에 올리려니 조금 어색하다. 쓰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제목부터 설명하자면, NCAA는 미국 대학 농구이다. 지구 별로 시즌 경기를 벌이고, 정규 시즌이 끝나고 64강 토너먼트를 치르는데 이것이 소위 '토니'이다. 토니는 보통 3월에 펼쳐지고, 이 3월 동안 미국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다른 프로 스포츠를 제쳐두고 여기에 열광할 지경이라 이 3월을 '광란의 3월(March Madness)'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Final 4는 바로 '4강'. 말이 좋아 4강이지 농구 종주국인 미국 전국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일 것이다.

보통 나는 NBA만,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킹스 팀 위주로만 가끔 경기를 보는 편인데, 어쩐지 이번에는 Final 4 경기가 보고 싶어졌다. 이름을 알고 있는 선수도 둘이고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두 선수였다. 바로 케빈 러브(kevin Love)와 데릭 로즈(Derrick Rose).

케빈 러브는 몇 번 얘기도 듣고 하이라이트도 봐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다. 덩치 큰 백인 빅맨, 운동능력은 별로지만, 인사이드를 장악하고 벌이는 공격이 좋으며 패싱 감각이 매우 좋다. 그에 반해 데릭 로즈는 뛰어난 수비수가 될 자질을 지닌 PG라는 정도이며 비즐리에 이어 NBA 드래프트 2 순위가 확실시 된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솔직히 '그래, 어디 드래프트 예비 2순위 얼굴이나 구경해보자.'라고 보기 시작했건만, 경기를 보고 나니 나 또한 데릭 로즈, 흑장미의 팬이 되어 버렸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케빈 러브의 UCLA와 데릭 로즈의 멤피스 대학은 여러 면에서 상반되는 팀 칼라를 띠고 있었다.

비록 이 경기에서는 그 모습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UCLA의 공격은 전통적인 하프 코트로서 케빈 러브에게 공을 투입한 다음,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기회를 외곽의 3점 슛을 비롯, 여러 전술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UCLA의 경기는 초반부터 거의 흔들려 버렸는데, 첫째로 케빈 러브에게 더블 팀을 비롯해 거의 완벽한 수비가 가해졌다는 것과 둘째로 데릭 로즈와 크리스 더글라스-로버츠 등의 멤피스 장신 백코트가 UCLA의 단신 가드 진을 압도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UCLA의 3점슛 및 외곽 슛이 평소보다 못했고, 멤피스 대학의 자유투가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는 통계 등도 얘기해볼 수 있겠지만, 초반부터 멤피스는 UCLA로 하여금 자신들의 게임 스타일을 포기하게 만들면서(오죽하면 후반에는 케빈 러브가 하도 공을 못 받으니 3점 라인 부근에서 공을 받고 외곽을 던졌다. 물론 러브는 슛거리가 긴 것이 장점이지만, 센터가 안에서 공을 받지 못해서 밖에서 점프 슛을 날렸다는 것 자체가 팀이 얼마나 헤맸는지를 반증한다.) 경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로즈가 있었다.

로즈와 더글라스-로버츠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UCLA의 가드진을 수비 초반부터 압박했고, UCLA의 가드들은 더블 팀으로 막힌 자신들의 기둥 케빈 러브에게 공을 투입하지 못하고 장신의 상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장신을 뚫고 가까스로 돌파를 하거나 겨우 겨우 러브에게 공을 투입해도, 멤피스의 인사이드는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그렇게 UCLA의 공격이 실패하고 나면, 로즈가 달렸다. PG치고는 장신이고 신체도 제법 탄탄한데 볼 핸들링 및 바디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자기보다 작은 상대를 맞아 로즈는 이를 최대한 활용했다. 밀어붙이고 달리고 또 밀어붙였다.

그렇게 몇 번의 태풍이 몰아치자, UCLA의 PG 콜리슨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야투율 1-9, 4 어시스트 5 턴오버. 한 때 드래프트 상위픽까지 거론되던 콜리슨이었건만 로즈 앞에서 정말 처절하게 무너지더라.

팀의 PG가 심리적으로 얼어버리고 흔들렸는데 무슨 경기를 더하랴. 전반부터 UCLA는 어이없는 실책들을 범하며 정신력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 UCLA가 5점 차까지 따라붙기도 했지만, 멤피스에게는 이미 승자의 여유가 보였달까. 더글라스-로버츠를 비롯해 '팀 멤피스'가 이뤄낸 승리건만, 이토록 로즈의 후광이 강해 보이는 건 아마도 PG 대결에의 TKO 승이 너무 강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콜리슨은 경기 5분 정도를 남겨두고 거의 공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서 파울, 5반칙 퇴장했다. 벤치에서의 모습이 처량해 보일 정도였다.)

보통 대학선수들을 평가할 때 NBA의 누구와 비슷하다 이런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 로즈에 대해서는 누구라고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슬램덩크에 비유하자면 해남의 이정환이 가장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포지션 대비 키가 크고, 몸도 다부지며, 바디 밸런스를 잘 잡고, 수비로서 상대편 PG를 거의 파멸시키는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얼굴마저 잘 생겼다!)

NBA 입성하면 어느 팀에서 뛰게 될 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 스타 응원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2008/04/07 02:26 2008/04/0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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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CAA 파이널 4 멤피스 vs UCLA

    Tracked from 爆走天使의 낙서장 2008/04/08 00:18 Delete

    데릭 로즈. 소닉스로 요~~컴 온 SBS 중계가 일요일 새벽 6시 30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본방을 사수하는 근성을 보였습니다. ㅋㅋ.그리고 달콤한 일요일 새벽잠을 포기한 대가로 데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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