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네츠 vs 매버릭스 1차전 - 악바리 크리스 폴
Posted 2008/04/25 11:57, Filed under: NBA호네츠 vs 매버릭스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 080419
뒤늦은 감상 후기.
어제에야 봤고, 어제에야 진정한 ‘폴’을 보고 놀랐다. 1985년생 183cm, 80kg, 포지션 PG, 2005년도 4번픽으로 NBA에 입성, 현재 리그 3년차의 이 어린 선수가 ‘이 정도였나.’하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얼마 전 호네츠의 경기를 보긴 했는데 하필이면 그 경기가 호네츠가 죽을 쑨 유타와의 경기였던지라 폴의 위력을 잘 못 봤다.)
호네츠는 기본이 잘 되어 있는 팀이다. 비록 벤치의 득점력이 다소 빈약하긴 하지만 웨스트-챈들러의 프론트 코트도 좋고, 폴과 함께 백코트를 이루는 모리스 피터슨도 그만하면 괜찮고, 요새 들어 기복이 좀 있긴 하지만 스토야코비치는 여전히 뛰어난 장신 3점 슈터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규시즌 56승 26패로 스퍼스와 함께 서부 1위의 성적을 냈고, 크리스 폴이 NBA에 들어온 뒤로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정규 시즌에 날아다녀도, 플레이오프는 정규 시즌과는 다른 무엇이 있고, 리그 3년차에 플레이오프를 첫 경험하는 크리스 폴도 나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게다가 상대팀의 PG는 전성기가 조금씩 지나고는 있다지만 제이슨 키드 아닌가.
결과를 알고 본 경기이긴 했지만, 전반까지는 비교적 예상대로였다. 매버릭스의 수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호네츠가 헤맸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은데, 호네츠의 슛 선택 및 슛감이 좋지 않아 야투율이 굉장히 안 좋았다. 2쿼터 초반부터 바이런 스캇 감독은 무슨 일인지 크리스 폴을 거의 7분 넘게 자리에 앉혀두고 있었다. 전반은 52:40으로 매버릭스가 앞선 채로 종료.
하지만 후반은 크리스 폴의 몫이었다.
크리스 폴. 잘하기도 잘하는데, 완전 악바리다. 코트 바깥에서 성격은 굉장히 좋고 순둥이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트 안에서는 이거 뭐 거의 깡패스럽다고나 할까. 플레이가 더티하다는 게 아니라, 공에 대한 투쟁심이 이 정도인 선수는 참 오랜만에 본다.
일단 상대방 주전 PG인 제이슨 키드가 자기보다 꽤 큰 데도 포스트업 등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틈만 나면 상대방에게 더블팀을 가서 공을 뺏어오고, 매버릭스가 조금만 어리버리하게 공을 다루면 바로 뺏어버리고, 파울의 한계선 바로 밑에서 계속해서 치열하게 상대방과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진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자기보다 수십 cm 작은 선수가 이렇게 나오니, 매버릭스 선수들은 아예 정신력에서 기세가 꺾인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여기에 공격할 때도 참 예술적이었는데, 일단 드리블이 굉장히 낮다. 이건 뭐 북산의 송태섭도 아니고, 매버릭스가 더블팀을 들어오던 말던 두 명 사이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버린다. 얼핏 보면 하프라인 넘어와서 대충-_- 드리블 하다 보면 수비수가 어느새 사라져있고, 그럼 폴은 안정적으로 점프 슛을 던진다. 그렇게 몇 번 당하고 나니 매버릭스가 좀 더 밀착해서 붙는다. 그럼 또 대충-_- 드리블 하다 보면 골대에서 레이업이나 플로터를 던질 수 있다. 그렇게 하니 키드 외에 빅맨을 하나 더 붙여 폴의 돌파와 야투 둘 다 막으려 한다. 그럼 또 대충-_-몸 몇 번 움직이면서 점프해서 그 사이로 패스해주면, 노마크인 팀 동료가 손쉽게 슛을 넣어 버린다. 그렇다고 공을 오래 잡으며 끄는 것도 아니고, 탑에서 공이 활발하게 오가는 중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공을 만지면서도 이런 일들을 해낸다. 허...참... 못하는 게 도대체 뭐냐.
내가 NBA를 보기 시작한 게 아마 98-99년 정도부터였을 텐데, 이런 광경은 진짜 처음 본다. 예전 아이재아 토마스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다시 경기로 돌아가자면, 후반에 폴이 그렇게 날아다니면서 팀원들의 기세가 살고 나니 어느새 동점이 됐고, 어느새 역전이 됐고, 어느새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버렸다. 매버릭스는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넋놓고 당하는 느낌이랄까. 최종 점수는 104:92 호네츠의 승리. 난생 처음 밟은 플레이오프에서 크리스 폴은 35득점(야투 15-23), 10어시스트, 3리바운드, 4스틸, 1턴오버(!)를 기록했다. 새로운 괴물의 탄생이다. 휴우, 세상에 농구 잘 하는 사람 진짜 많구나.
폴에 대한 예찬은 이쯤하고, 경기 전반에 대해 말해보자면.
일단 매버릭스의 에이버리 존슨 감독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듯 하다. 작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당할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정규 시즌에서 팀을 강하게 단련하는 데는 강하지만,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전술 운영의 순발력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분명 호네츠가 잘하긴 잘 했지만, 그렇게 어이없게 무너질 경기는 아니었다. 기세가 오른다 싶을 때 타임아웃도 걸어줬어야 했는데, 다 조금씩 늦는 느낌이었다. 이에 반해 바이런 스캇 감독은 갈수록 명장의 대열에 오르는 듯.
호네츠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얇은 벤치이다. 균형 있고 중량감 있는 주전에 비해 파고-웰스-라이트-보웬-암스트롱의 라인업은 정말 너무 약해 보인다. 아마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 진출 못한 것이기도 할 텐데,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주전 의존도가 심하다는 것은 부상이든 체력 저하든 분명 불안요소가 된다.
다만 이 중에 본지 웰스는 좀 다르게 평가하고 싶은데, 이 경기의 숨겨진 x-factor였다고 생각한다. 파고가 거의 듀얼 가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폴의 유일한 백업이라 할 바비 잭슨을 주고 데려온 본지 웰스인데, 바비 잭슨이 아쉽긴 하지만, 웰스의 영입은 큰 성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날 경기에서 웰스는 20분 뛰며 8득점(야투 4-8), 5리바운드, 5파울, 기록 상으로는 그저 그런 활약을 했다. 하지만 그 20분이 언제였는지가 중요한데, 그 대부분이 2쿼터 폴이 쉬는 타임이었다. 호네츠의 공격은 사실상 폴의 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폴이 쉬거나 막히거나 하면 거의 답이 없다. 모리스 피터슨을 제외하면, 스토야코비치나 웨스트, 챈들러 등 주전 전원이 자신이 공을 쥐면 공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모르는 선수들이다(반대로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가 공을 받아 자신의 공격을 펴는 데는 엄청 강력한 선수들이기도 하고). 폴이 조립하는 정교한 팀 공격이 잠시 삐그덕거리거나 쉬는 동안, 팀의 공격력을 ‘유지’시켜주는 것. 그것이 웰스의 임무였고, 참 잘 해냈다.
그나저나, 매버릭스. 어째 답이 없어 보인다. 예리한 칼이라기보다는 잘 단련된 망치같은 느낌의 팀이었는데, 어째 지금은 솜방망이가 된 듯 산만하다. 이러다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하면 큐반 구단주가 가만 있지 않을텐데…
뒤늦은 감상 후기.
어제에야 봤고, 어제에야 진정한 ‘폴’을 보고 놀랐다. 1985년생 183cm, 80kg, 포지션 PG, 2005년도 4번픽으로 NBA에 입성, 현재 리그 3년차의 이 어린 선수가 ‘이 정도였나.’하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얼마 전 호네츠의 경기를 보긴 했는데 하필이면 그 경기가 호네츠가 죽을 쑨 유타와의 경기였던지라 폴의 위력을 잘 못 봤다.)
호네츠는 기본이 잘 되어 있는 팀이다. 비록 벤치의 득점력이 다소 빈약하긴 하지만 웨스트-챈들러의 프론트 코트도 좋고, 폴과 함께 백코트를 이루는 모리스 피터슨도 그만하면 괜찮고, 요새 들어 기복이 좀 있긴 하지만 스토야코비치는 여전히 뛰어난 장신 3점 슈터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규시즌 56승 26패로 스퍼스와 함께 서부 1위의 성적을 냈고, 크리스 폴이 NBA에 들어온 뒤로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정규 시즌에 날아다녀도, 플레이오프는 정규 시즌과는 다른 무엇이 있고, 리그 3년차에 플레이오프를 첫 경험하는 크리스 폴도 나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게다가 상대팀의 PG는 전성기가 조금씩 지나고는 있다지만 제이슨 키드 아닌가.
결과를 알고 본 경기이긴 했지만, 전반까지는 비교적 예상대로였다. 매버릭스의 수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호네츠가 헤맸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은데, 호네츠의 슛 선택 및 슛감이 좋지 않아 야투율이 굉장히 안 좋았다. 2쿼터 초반부터 바이런 스캇 감독은 무슨 일인지 크리스 폴을 거의 7분 넘게 자리에 앉혀두고 있었다. 전반은 52:40으로 매버릭스가 앞선 채로 종료.
하지만 후반은 크리스 폴의 몫이었다.
크리스 폴. 잘하기도 잘하는데, 완전 악바리다. 코트 바깥에서 성격은 굉장히 좋고 순둥이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트 안에서는 이거 뭐 거의 깡패스럽다고나 할까. 플레이가 더티하다는 게 아니라, 공에 대한 투쟁심이 이 정도인 선수는 참 오랜만에 본다.
일단 상대방 주전 PG인 제이슨 키드가 자기보다 꽤 큰 데도 포스트업 등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틈만 나면 상대방에게 더블팀을 가서 공을 뺏어오고, 매버릭스가 조금만 어리버리하게 공을 다루면 바로 뺏어버리고, 파울의 한계선 바로 밑에서 계속해서 치열하게 상대방과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진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자기보다 수십 cm 작은 선수가 이렇게 나오니, 매버릭스 선수들은 아예 정신력에서 기세가 꺾인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여기에 공격할 때도 참 예술적이었는데, 일단 드리블이 굉장히 낮다. 이건 뭐 북산의 송태섭도 아니고, 매버릭스가 더블팀을 들어오던 말던 두 명 사이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버린다. 얼핏 보면 하프라인 넘어와서 대충-_- 드리블 하다 보면 수비수가 어느새 사라져있고, 그럼 폴은 안정적으로 점프 슛을 던진다. 그렇게 몇 번 당하고 나니 매버릭스가 좀 더 밀착해서 붙는다. 그럼 또 대충-_- 드리블 하다 보면 골대에서 레이업이나 플로터를 던질 수 있다. 그렇게 하니 키드 외에 빅맨을 하나 더 붙여 폴의 돌파와 야투 둘 다 막으려 한다. 그럼 또 대충-_-몸 몇 번 움직이면서 점프해서 그 사이로 패스해주면, 노마크인 팀 동료가 손쉽게 슛을 넣어 버린다. 그렇다고 공을 오래 잡으며 끄는 것도 아니고, 탑에서 공이 활발하게 오가는 중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공을 만지면서도 이런 일들을 해낸다. 허...참... 못하는 게 도대체 뭐냐.
내가 NBA를 보기 시작한 게 아마 98-99년 정도부터였을 텐데, 이런 광경은 진짜 처음 본다. 예전 아이재아 토마스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다시 경기로 돌아가자면, 후반에 폴이 그렇게 날아다니면서 팀원들의 기세가 살고 나니 어느새 동점이 됐고, 어느새 역전이 됐고, 어느새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버렸다. 매버릭스는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넋놓고 당하는 느낌이랄까. 최종 점수는 104:92 호네츠의 승리. 난생 처음 밟은 플레이오프에서 크리스 폴은 35득점(야투 15-23), 10어시스트, 3리바운드, 4스틸, 1턴오버(!)를 기록했다. 새로운 괴물의 탄생이다. 휴우, 세상에 농구 잘 하는 사람 진짜 많구나.
폴에 대한 예찬은 이쯤하고, 경기 전반에 대해 말해보자면.
일단 매버릭스의 에이버리 존슨 감독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듯 하다. 작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당할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정규 시즌에서 팀을 강하게 단련하는 데는 강하지만,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전술 운영의 순발력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분명 호네츠가 잘하긴 잘 했지만, 그렇게 어이없게 무너질 경기는 아니었다. 기세가 오른다 싶을 때 타임아웃도 걸어줬어야 했는데, 다 조금씩 늦는 느낌이었다. 이에 반해 바이런 스캇 감독은 갈수록 명장의 대열에 오르는 듯.
호네츠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얇은 벤치이다. 균형 있고 중량감 있는 주전에 비해 파고-웰스-라이트-보웬-암스트롱의 라인업은 정말 너무 약해 보인다. 아마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 진출 못한 것이기도 할 텐데,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주전 의존도가 심하다는 것은 부상이든 체력 저하든 분명 불안요소가 된다.
다만 이 중에 본지 웰스는 좀 다르게 평가하고 싶은데, 이 경기의 숨겨진 x-factor였다고 생각한다. 파고가 거의 듀얼 가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폴의 유일한 백업이라 할 바비 잭슨을 주고 데려온 본지 웰스인데, 바비 잭슨이 아쉽긴 하지만, 웰스의 영입은 큰 성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날 경기에서 웰스는 20분 뛰며 8득점(야투 4-8), 5리바운드, 5파울, 기록 상으로는 그저 그런 활약을 했다. 하지만 그 20분이 언제였는지가 중요한데, 그 대부분이 2쿼터 폴이 쉬는 타임이었다. 호네츠의 공격은 사실상 폴의 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폴이 쉬거나 막히거나 하면 거의 답이 없다. 모리스 피터슨을 제외하면, 스토야코비치나 웨스트, 챈들러 등 주전 전원이 자신이 공을 쥐면 공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모르는 선수들이다(반대로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가 공을 받아 자신의 공격을 펴는 데는 엄청 강력한 선수들이기도 하고). 폴이 조립하는 정교한 팀 공격이 잠시 삐그덕거리거나 쉬는 동안, 팀의 공격력을 ‘유지’시켜주는 것. 그것이 웰스의 임무였고, 참 잘 해냈다.
그나저나, 매버릭스. 어째 답이 없어 보인다. 예리한 칼이라기보다는 잘 단련된 망치같은 느낌의 팀이었는데, 어째 지금은 솜방망이가 된 듯 산만하다. 이러다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하면 큐반 구단주가 가만 있지 않을텐데…
Tag : 크리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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