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질문에 답변을 열심히 해주는 것보다 애초에 질문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서비스'가 아닐까.

mp3 플레이어로 지난 3월부터 아이리버 클릭스를 사용 중인데, 주크온의 무제한 임대 형식을 이용해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듣고 있다. 한 번 음악을 꽉 채운 다음에는 가끔씩 음악을 바꾸곤 했는데, 오늘이 그 날이었다. 하지만 원하는대로 기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여러 일이 생겼다. 그 과정을 줄여보면

1. 간만에 컴퓨터와 연결, 아이리버 플러스(아이리버 전용 프로그램으로서 주크온과 연동이 된다. 애플 아이포드의 아이튠즈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될 듯.)로 주크온에 접속, 원하는 노래 몇 곡을 골라서 mp3p로 옮기려고 했는데, DRM 오류 어쩌구 저쩌구하며 곡이 옮겨지지 않았다.

2. 해당 곡에 문제가 있었나 싶어서 다른 곡으로도 시도, 여전히 실패

3. 펌웨어 업데이트를 확인, 최신 버전이었음, 여전히 실패

4. 최후 수단으로 기기 포맷, 여전히 실패

5. 노래 몇 곡 넣으려다가 이미 십 몇 분을 날린 상황이 됐다. 결국 검색엔진에 ‘클릭스 DRM 오류’로 검색

6. 아이리버 홈페이지 Q&A에 유사한 질문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고, “최신 펌웨어1.20이 버그를 일으키고 있으니, 이전 펌웨어인 1.17로 다운그레이드하라.”라는 답변이 달려 있었다.

7. 펌웨어 과정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a. 답변 페이지의 링크된 파일을 다운로드
b. 이걸 압축을 풀고
c. mp3p에 옮기고
d. mp3p를 재부팅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더불어 아이리버 플러스를 띄울 때마다 ‘펌웨어가 최신이 아니니 1.20으로 업데이트하겠냐’는 확인창이 뜨는 데 여기에서 꼭 ‘아니오’를 눌러야 했다.

결국 문제는 해결했고 mp3p는 다시 내게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지만, 스물스물 밀려오는 짜증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새로 개발한 펌웨어가 기존의 유료 서비스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일단 화가 났는데, 거기까지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버그가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이 문제 관련해서 게시판에 글 처음 올라온 게 4월 30일인데, 5월 19일 현재까지 이런 방식으로 공지를 띄우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화가 났다. 이런 공지가 아무런 의미없었다는 것은 공지 이후에도 끊임없이 똑같은 질문이 올라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질문 게시판에서 DRM으로 검색해본 것이 이 정도이니, 이 외에도 질문은 더 많았을테고, 아이리버 홈페이지 외에 지식인이나 까페 등에 올라오는 글들도 더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아이리버의 대처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a. 비스타 지원 위해 펌웨어 1.20 개발
b. 펌웨어 1.20 버그 보고됨
c. 공지사항 및 질문 글에 사용자에게 ‘다운 그레이드 작업’ 요구
d. 버그 해결하는 차기 버전 열심히 개발함.

하지만 이랬다면 어땠을까?

a. 비스타 지원 위해 펌웨어 1.20 개발
b. 펌웨어 1.20 버그 보고됨
c. 기존에 잘 작동하던 펌웨어 1.17을 임시로 펌웨어 1.21로 만들어 서버에 배포
d-1. 사용자들은 아이리버 플러스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해결.
d-2. 버그 해결하는 차기 버전 열심히 개발함.

이랬다면 내 경우에 3번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굳이 기기를 붙잡고 끙끙대다가, 검색엔진에서 문제를 찾아보고, 이후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서 직접 파일을 다운 받아 펌웨어 다운그레이드 할 필요 없이 말이다.

사용자는 기기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만을 원한다. 그 기기의 사용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사용자가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면 그 기기, 나아가 제조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자세한 내부 사정은 잘 모르니, 왜 저렇게 불편한 방법을 택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좀 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문제가 발생한 뒤 20일이 지나도록 사용자에게 작업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전에 '아이리버 E100 출시... 물건이 없다고???'라는 글에서도 아이리버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토해낸 적이 있었는데 애정과 기대감이 있으니 비판한다고 해야 하나. 내가 까칠한 건지, 세상이 무딘 건지 모르겠다.

ps : 5월 21일 펌웨어 1.20의 버그를 잡은 1.21이 나왔음. 개발하시는 분들 20일 동안 엄청 고생하셨을 듯.
2008/05/20 00:51 2008/05/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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