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 쓰는 과정

Posted 2008/05/24 23:20, Filed under: 기록
요약: 기본 구상을 메모로 남겨놓고, 워드에서 살을 붙인 뒤 다듬어 글을 등록한다. 여러 번 읽어 보면서 퇴고한 뒤에 최종 공개한다.

다른 사람들은 블로그에 글을 어떻게 쓸까.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한 번에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내 나름의 절차를 거쳐야 그나마 그럴싸해 보이니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다. 언젠가는 이런 절차 없이도 글 제대로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내 절차를 기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구상: ‘이걸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면 일단 메모를 한다. 수첩이든, 전화기든, 아이포드든, 미투데이든 간에 손에 잡히는 대로 적어둔다. 간단하게 몇 단어로 흐름을 적거나, 군데군데 써먹을만한 표현을 적는 게 보통이다. 필요한 경우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를 만들어둔다. 가끔 이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쓰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 대체로 글이 맘에 안 든다. 어느 정도 묵혀둬야 하는 건지... 그냥 이렇게만 해두고 시기가 너무 지났거나, 다시 보니 별 게 아니라서, 혹은 내 관심이 사라져서 그냥 묻어두는 얘기들도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쓰기: 각자 나름의 ‘달리는 기관차의 흔들리는 책상’이 있을 텐데, 내 경우는 MS 워드(혹은 동호회 답글 창)에서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하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도구이기도 하고, 갈수록 자신 없어지는 맞춤법도 지적해주기 때문이다. 일단 메모해둔 것을 그대로 한 번 타이핑하고, 이리 저리 순서를 좀 바꾸면서 흐름을 잡은 다음에 마구 살을 붙여나간다. 모자라다 싶으면 자료를 더 찾기도 하지만, 일단 워드에서 쓰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리는 편이다. 기껏 워드를 켰는데 다시 하드에 처박아두기엔 아깝달까. 적어도 2단계에 오면 나도 ‘일필휘지’인 셈이다.

3. 압축: 그리고 애써 붙여낸 살들을 쳐낸다. 얼마 전부터 시작했고, 요새 공들이고 있는 ‘압축’ 과정인데 제일 하기 싫고 어렵다. 별 의미 없이 늘어진 부분을 적절한 표현을 찾아서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더 분명한 문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이다. 하지만 머리를 너무 써야 해서 잡담성 글에서는 대부분 이 과정을 생략한다. 아참, 글 맨 앞의 요약문은 이 때 쓴다.

4. 등록: 글을 블로그에 등록. 그림이 있다면 적당하게 배치하고, 필요한 경우 약간의 편집(굵게, 혹은 밑줄)을 하기도 한다.

5. 퇴고: 두세 번 읽으면서 퇴고한다. 워드의 맞춤법으로는 못 잡아내는 비문이나 어색한 부분들이 주된 목표이지만, 공격받거나 오해를 살만한 표현도 계속 바꾸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공개한다. 끝.

ps : 이 노력을 전공 논문에 쏟아 부었다면 아마 최소 한 편은 더 썼겠지? -_-

ps2: 참, 사진 중에 맨 왼쪽은 사형제도 글. 무려 4월 11일에 처음 수첩에 적어둔 건데 한 달 동안 묵혔다가 썼다. 가운데는 며칠 전 잠들기 전에 전화기에 대충 적어둔 '교수인형' 감상, 언제 쓸 지는 모르겠다. 오른쪽은 어젯밤에 아이포드 터치에서 그리고 메일로 보낸 '4분면 할일 목록'에 대한 생각, 오늘 바로 써버렸다.

2008/05/24 23:20 2008/05/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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