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 풀고... 일기.

Posted 2008/05/29 23:17, Filed under: 기록
간만에 요약문 없는 일기.

* 화요일 깁스 풀었다. 병원에서 당분간 보조기를 차고 다니라고 하는데, 일단 목발을 놓은 것만으로도 기쁘다.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다가 다시 양발로 땅을 디딜 때의 느낌은 참 낯설다. 두 발로 땅을 걷는 것. 어릴 때 한 번 일어선 뒤로는 계속 해왔던 일이지만, 새삼스레 그 신비함이 느껴진달까. 아직은 좀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다.

* 일단 이번에 다친 게 체중을 발목이 이겨내지 못해서라고 의심하고 있는데(정형외과), 내과에서도 살을 빼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정말 살을 빼야겠구나. 광우병이니 조류독감이니 먹거리의 위험성에 대한 얘기도 많아서 채식을 시도해볼까 싶었는데, 병원에서도 이런 소리를 듣고 나니 정말 진지하게 채식을 시도해봐야겠다.

* 올해 들어 그럭저럭 맘에 들게 살아왔는데, 2월이 조금 삐끗했고, 5월은 굉장히 많이 삐끗했다. 가끔씩 이렇게 퍼져버리는 달이 있는 것인지. 신체 리듬을 비롯한 모든 바이오 리듬이 한꺼번에 바닥을 치는 때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발 다친 것 외에도 5월에는 대체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좀 엉망으로 살았다. 생활 리듬도 다 깨져버렸고, 일기도 거의 1/3 정도가 구멍났다.

* 나는 이렇게 일이 안 풀릴 경우에, 계속 내 주변을 정리하면서 효율성을 올리려고 하는 편이다. 학교 책상은 이틀 째 정리 중이고, 집의 책상도 며칠 째 틈틈이 정리 중이다. 곳곳에 쑤셔둔 종이뭉치들이 왜 그리 많은지, 그리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서류들은 어디에서 그렇게 튀어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집 모니터를 22인치 와이드 LCD로 바꿨다. 화면이 너무 넓어서 아직 적응이 안 되는데, 창 여러 개 띄워 놓고 다중 작업하기에는 참 좋다. 학교 것은 못 바꾸려나.

* 광우병 관련해서 결국 수입 고시를 발표했다. 아마 외국 사람이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일일 것이다. 불과 100일 전에 투표자 중 과반에 해당하는 표로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불과 50일 전에 국회에도 절대 과반수를 밀어준 그 국민들이 그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라 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미 광우병이 문제가 아닌 지경인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 사회 전 부분에 걸쳐 이렇게도 빨리 후퇴가 일어날 줄은 몰랐지만, 정작 사람들이 화가 난 것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라는 부분인 듯 하다. 며칠 째 거세게 촛불시위를 하고 있고, 고시가 발표된 오늘은 약 5만 명이 시청에 모였다고 하지만, 아마도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쌩깐 채' 배후세력을 찾아 헤맬 것이다. 지난 수 년간 그렇게도 무능하다고 욕을 해대길래, 얼마나 유능한 지 지켜보려 했건만 가장 기본인 소통을 못하는 정부라니...

* 요새 박시백씨의 조선왕조실록을 계속 읽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때에는 평소에는 그 자리에 오르기 힘든 인물들이 어디에선가 나타나 자신의 능력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펼치기도 하던데, 오늘날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난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어째 보이는 사람이 강기갑 의원이랑 진중권 교수 밖에 없어.


2008/05/29 23:17 2008/05/29 23:17

Trackback URL : http://www.haralab.net/tt2/trackback/1484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75 : 76 : 77 : 78 : 79 : 80 : 81 : 82 : 83 : ... 144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