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 인터뷰 03 - 연애, 결혼, 인생 등등

Posted 2008/06/02 15:00, Filed under: 기록
약 한 달 전부터 NBA매니아(http://nbamania.com) 사이트의 운영에 참가하고 있다. 운영진도 난생 처음이고 게다가 2만 명의 대규모 커뮤니티라서 좀 정신이 없긴 했는데, 요새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동호회 내에서 회원 인터뷰를 하는데 신입 운영진 릴레이 인터뷰가 마련되어서 내 차례가 돌아왔다. 질문이 많다 보니 답도 길어졌다. 너무 어깨에 힘넣고 쓴 글이 아닐까 싶지만, 기록 차원에서 쭉 옮겨본다. 너무 길어서 (1) 소개, 운영진 관련 (2) 응원팀인 킹스에 관한 얘기들 (3) 그 외 연애, 결혼 등 신변 얘기들로 나눠 올린다. 파란 글씨는 질문, 내 답은 검정색 글씨.


NBA와 농구외에 즐기시는 취미나 좋아하시는 분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웹질’ 굉장히 좋아해요. 아마 웹이 없는 시대였다면 벌써 박사 졸업했을지도 몰라요. ㄱ- 물건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지만 리뷰 읽기 굉장히 좋아하고요. 꼭 최신 제품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전자 기기 등을 수시로 바꾸는 것(중고 사서 중고 팔고 중고 사고 하면 의외로 돈은 그리 안 듭니다. 귀찮아서 그렇지…)도 취미라고 봐야겠네요. 운동은 농구만 하는데 체중 탓인지 자주 다쳐서 (얼마 전에도 깁스를… ㅠ_ㅠ) 가족들에게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은 전공 때문에 야외조사 나가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요새는 카메라가 이상하게 손에 안 잡히네요. 사진이라는 게 마음 붙이면 참 좋은 취미인 것 같은데 말예요. 결혼하고 나서 열대어 기르기 시작했고요. 그 중에 수초어항의 매력에 빠져 계속해서 어항을 늘리다가 최근에는 힘에 부쳐서 정체 상태네요. ^^ 그 외에 이것 저것 읽고 보고 상상하고 쓰는 것 좋아합니다. 취미까지는 아니지만 책 많이 보려 하고 블로그에 이것 저것 쓰는 편이에요.


결혼하신지 1년여가 지난 아직도 신혼중이신데, 두분이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셨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자세하게요^^)
굉장히 자세한 버전을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적(1/2/3/4)이 있고요. 너무 기니까 조금 줄여 얘기하면.


ICQ(msn이나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죠.)에서 랜덤 친구찾기(‘동갑인 나이’, ‘한국어’로 저를 찾은 셈이죠.)를 통해 와이프가 저를 찾았고요. 그 뒤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다가 와이프 컴퓨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윈도 씨디가 필요해서 빌려주면서 처음 만났고, 그 뒤로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연애 시작했습니다. 연애 2년 반 정도 하고 2006년 12월 30일에 결혼했습니다. ^^
(우와~ 크리스티님의 연애소설.. 재미있게 잘 보겠습니다~^^)


결혼전 연애생활과 결혼후의 생활에서 어떠한 차이점과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밤늦게 집에 안 데려줘도 되고요. 돈을 적게 씁니다(미혼남들에게 ‘경제적인 게 이유라면 하루 빨리 결혼해라.’라고 권하는 이유입니다.). 서로 버틸 수 있어서 든든하고요. 음, 그리고 밤이 외롭지 않습니다 정도? :P


신혼여행 프로젝트 이야기 들려주세요. (Jazz는곰이부리고님 외 다수의 질문입니다)

결혼 얘기를 하면서 신혼 여행 얘기도 좀 했었는데요. 저는 그동안 학회 때문에 외국에 몇 번 가보긴 했는데, 배낭 여행처럼 직접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고요. 와이프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어요. 사실 대학원생이 그렇게 맘대로 어디 훌쩍 다녀올 수가 없는데다가 와이프도 회사 다니면 여행 그렇게 다녀오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신혼여행 핑계 삼아 저는 지도교수님께 배를 째고-_- 와이프는 결혼 전 준비 등등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_- 2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와이프가 미술 전공이라 그림도 많이 보고 싶어했는데 우리나라 전시회는 비싸기만 하고 소위 명작들은 잘 보지도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 위주로 돌자 싶어서 계획했고 짧은 일정에 욕심 많이 내지 않고 런던-파리-베네치아-피렌체만 보고 왔습니다. 원래 로마도 가려 했는데 파리에서 안 좋은 일(도둑도 맞고, 와이프가 식당에서 치한도 만나고 해서 좀 심적으로 지쳤었죠.)을 겪어서 취소하고 왔는데 아쉽네요.


나이도 있고(이제 기차간에서 자고 그러는 건 못할 나이니까요.) 신혼여행이니 너무 바쁘게 뛰어다닐 수도 없고 해서, 진짜 말 그대로 시간을 돈으로 사면서(여행 계획 짜보신 분은 이해하실 듯. ㅠ_ㅠ) 다녔고 그럼에도 많이 못 보고 온 게 아쉽습니다. 꼭 다시 갈 생각이고,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은 꼭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을 가셔서 다른 세상을 겪어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섬이거든요.


보통 신혼여행은 휴양지에서 달콤하게 보내다 오는 게 좋다고도 하는데, 저는 좀 이런 빡센 여행도 괜찮은 것 같아요. 중간에 툭닥거리기도 했고, 안 좋은 일도 겪었지만 그 자체가 앞으로 인생의 축소판 아니면 예행연습 같기도 해서, 커플로서도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돌아온 느낌이었달까요.


부부생활중 주도권을 누구에게 있는지 궁금하고,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DAL]완소Kidd님의 질문입니다>


주도권 그런 게 뭐 어디 있나요. 그냥 모든 것은 와이프님의 뜻대로… 그 이유는 결혼식 당일 폐백에서 대추 씨앗을 빼겼기 때문일까요? 농담이고요. ^^ 사실 제가 겉으로 자상한 체 하면서 실제로는 무뚝뚝한 남편인지라 가끔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


결혼을 먼저 하신 결혼선배로서, 결혼을 앞둔 매니아 회원분들에게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연애부터 말씀 드리고 싶은데. 저는 26년 솔로로 지내다가-_- 첫 연애로 결혼한 케이스라 연애에 대해서 그리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요. 그냥 ‘언제 헤어질 지 모르니 늘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을 하고 삽니다. 사람이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법이잖아요. 서로 감정이 상해서 싸우다가 헤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누군가 한쪽이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인간 세상 별 일들이 다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평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가 언젠가 그런 일이 벌어져서 헤어진다면 얼마나 후회가 남겠어요. 사람이 사랑하고 같이 있으면 그 시절이 엄청 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창창한 나이를 70이라고 잡는다면 결혼해서 둘 다 70살까지 산다고 해도 끽해야 40년 좀 넘게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건 물론 최대치이고, 그게 10년이 될 지, 1년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일주일이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받아들이면 연애가 조금은 쉬운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당장 내일 모레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 서로 삐지면서 보내는 하루가 나중에 엄청 안타까울 거잖아요. 버스 떠난 다음에 ‘그 때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할 걸.’이라던가 ‘그 때 좀 더 잘해줄 걸.’이라는 후회해봤자 정말 후회밖에 안 되잖아요. 저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웃기지만 ‘언제 헤어져도 아쉽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니까.’라고 마음먹고 연애했고, 그러다 보니 결혼까지 스르르 온 것 같네요.

뭐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상황이 다 다르겠지만, 저렇게 생각해보시면 일이 좀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에, 그리고 결혼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인 조언이라면… 결혼 전 조건이 자신의 기준에 한 70-80% 정도까지 갖춰진 상황이라면 그냥 달리시라고 보통 조언을 합니다. 혼자 달리는 것도 아니고 일단 달리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나머지 부분을 채울 수 있고 못 채워도 결혼하고 사는 데 큰 지장 없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결혼이라는 게 결국은 두 사람이 2인 3각으로 달리는 거라는 것만 잊지 않으시면 될 거에요.


지질학(고생물학)과를 나오시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데, 지질학(고생물학)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요새 공부를 좀 게을리하는 터라 좀 찔리기도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자연과학에 비해 상상력이나 직관이 중요하다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다른 분야에도 직관이 필요하고, 지질학 쪽에도 분석과 논리가 필요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추리력이랄까 그런 부분이 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몇 억년 전의 생물체의 흔적을 보면서 ‘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얘는 대체 뭘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끝없이 상상을 해야 하니까요. 물론 그런 상상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해야겠지만요. 다른 자연과학들과는 달리 ‘지구’가 실험실이라서 야외조사를 많이 해야 한다라는 점도 매력이었고요.


공부 자체는 분명 재미있는 공부이고, 호기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훌륭한 부분이라 이른바 ‘로망’으로는 참 좋은데요. 요새는 사람이 발 딛고 사는 세상이랑 좀 떨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 부분이 좀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요. '순수학문이라 취직이 안 되요.'라는 걱정도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지금 이거 배워서 어디다 써먹나?'하는 회의가 들 때가 조금 있네요. 현재로서는 자연사 박물관 정도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인데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박사과정과 함께 현재 월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프리랜서 번역을 맡고 계시는데, 번역일의 어려운 점과 매력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또, 번역도중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것도 결국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일인데요. 그 전에 혼자서 몇 년 동안 번역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일을 시작하니 좀 다르더라고요. 신문 기사처럼 글을 다듬는 것이야 편집부 분들께서 해주시지만, 영어 원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랑 그것을 우리말로 제대로 풀어내는 것이 이렇게나 다를 줄은 또 몰랐네요. 혼자 번역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놀 때에야 글자수 제한도 없지만, 기사화되는 것이니 최대한 압축해서 써야 하고요. 영어 자체의 뉘앙스나 말장난 같은 걸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고, 영어로는 무슨 뜻인지 아는데 거기에 맞는 정확한 우리말 단어가 머리 속에서 빙빙 돌면서 생각이 안 날 때 참 답답하기도 하다가, 그런 단어를 찾아내면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마지막 퇴고를 마쳤을 때 원문의 느낌과 우리말로 옮긴 것의 느낌이 비슷하게 그려질 때 기분이 가장 좋고요.

에피소드라면 여러 삽질;; 들이 있을텐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several hundred를 눈에 뭐가 쓰였는지 계속 퇴고하면서도 seven hundred로 생각해서 ‘700’으로 옮겼다가 나중에야 발견해서 사고쳤다 싶었는데, 편집하시는 분이 척 수정해 놓으셨더군요. ^^;


Christie님의 인생의 좌우명에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행복하게 살자.

이게 최우선이고, 창의적이고, 유연하면서도,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단은 학교 탈출-_-이 가장 큰 목표예요. 여기까지 왔으니 공부를 일단 한 번 끝맺음해야 하는데, 계속 눈이 학교 밖에 가있으니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앞으로 한 1-2년 정도는 끊임없이 뭔가를 벌이면서 최대한 ‘실패’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실패해도 큰 타격이 없을 지금 실패를 하면서 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 안에 2세도 좀…. ^^;;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네요. 스콧 니어링처럼 생계유지에 4시간, 지적활동에 4시간, 사람들과 친교활동으로 4시간 하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서울 시장-_-이 되어 심시티를 해버릴테다-_-하는 생각도 요새 들고 그러네요. 허허헛.


마지막으로, 매니아와 매니아 회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크롤 압박이 상당할 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자유게시판 질문 적다고 좋아했는데, 스카티님의 질문이 이렇게 많다니. OTL). 요새 정치 게시판 등등에서 너무 깐깐하게 굴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죄송스럽기도 한데, 제가 약간 고지식한 면이 있는 데다가(대학원생들이 원래 좀 그래요. 학생들 리포트 채점하면서 빨간 펜 찍찍.ㄱ-)

아무래도 처음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그러는 것이니만큼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매니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끝 -

2008/06/02 15:00 2008/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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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비밀방문자 2008/06/02 17:26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Re: # HaraWish 2008/06/02 17:43 Delete

      워... 이래서 MS 워드 맞춤법에만 의존하면 안 되는 거라니깐.. 고맙. 수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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