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예지자'가 아닌 '역사가'였다.
Posted 2008/06/24 23:59, Filed under: Aladdin 마이너리티 리포트![]() |
그들은 '예지자'가 아닌 '역사가'였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개봉을 앞두고 소개된 필립 K 딕(1928-1982)의 단편집이다. 필립 K딕의 작품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외에도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토탈 리콜, '휴머노이드는 전자양을 꿈꾸는가' - 블레이드 러너 등 여러 편이 영화화되었는데, 그만큼 그의 상상력이 시대를 초월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책 제목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포함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SF답게도 작가가 살고 있는 현재 사회를 토대로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스토피아인 미래사회를 보여주며,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다.
각 작품의 정확한 연대까지는 모르겠지만, 1982년 생을 달리한 작가의 삶을 감안하면, 필립 K 딕은 소련이 무너지기 전의 사회, 즉 냉전시대를 살았다. 그 무렵 전세계는 미국과 소련,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둘을 양 축으로 흑과 백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이러한 이념대립으로 미소 양국은 서로 소모적인 군비 경쟁을 시작했고, 덕분에 지구 상에는 모든 생물을 수십 번이라도 멸종시킬 수 있을만한 핵무기들이 생겨났다. 핵무기의 위력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고, 가공할 무기 앞에서 인간 개인이 과연 그런 책임을 질 수 있을만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이 책의 단편들은 모두 그런 맥락에 묶여있다. 냉전 상황에서 양 진영은 흑/백을 강요했고('그래, 벨로벨이 되는거야.'), 자연스레 사회는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는 방향('스위블')으로 흘렀다. 혹시나 핵전쟁이 터진다면 우리가 자랑했던 문명이나 가치들이 모두 황폐해질 것이며('퍼키 팻의 전성시대'),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핵으로 인한 돌연변이('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 '우리라구요!')일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개인의 판단이 아닌 좀 더 체계적이고 오류없는 의사 결정시스템('마이너리티 리포트', '완벽한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작가가 그리듯 그게 잘 작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유머를 곁들이며 SF 작가들을 '예지자'로 등장시켰지만('물거미'), 내가 보기에 그는 예지자라기보다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역사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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