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8

Posted 2003/06/08 02:22, Filed under: 기록
역시나 늦게 일어났다. 동생이 오전 중에 백화점 가자고 했지만, 여차저차 오후에 가족들과 함께 슈~웅 갔다.

내가 노리는 건 하나. 맨발로도 신을 수 있는 가벼운 여름용 신발. 그리고 부모님 및 동생 앞에서 TV를 뭘로 살 것이냐 하는 합의하기 정도가 나의 목적. 간단히 달성했다.

이태원에서 사면 훨 쌌겠지만, 언제 살지 몰라서 그냥 백화점에서 사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신발은 편했다. 다만 매장직원의 '물놀이용'이라는 말을 상기했어야 했는데.. 맨발로 신으니 고무바닥 때문에 땀이 나더라. -_-; 그래도 농구화가 아닌 운동화를 10년만에 사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달리기할 거면 달리기용으로도 싼 거 하나 사야겠다. 역시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몸 유지하는데 돈이 들어가는구나. T_T (한때는 등산화신고도 농구를 했건만.;;)

TV는 에에.. 엄청 골치아프다. 일단 16:9냐 4:3이냐가 한 번 걸린다. 앞으로 대세는 16:9일테지만, 우리집에 나 혼자 dvd를 보는 것도 아니고, 공중파는 이제 슬슬 hd방송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우리집은 케이블도 많이 보는 편이고, 고로 아직 4:3이어야 할 듯. 다음으로는 PDP냐 LCD프로젝션이냐 프로젝션이냐 브라운관이냐 하는 문제까지 걸리는데. 가격과 화질과 크기등을 고려할때 브라운관이 우리 집에는 최적의 선택이다. 거실이 그리 큰 편도 아니고.

어쨌든 빨리 구입하긴 구입해야 할텐데. 기술적으로 과도기인 상황에서 뭔가를 산다는 건 정말 골 아픈 상황이다.

그외 쇼핑에 동참하고(쇼핑은 정말 힘든 일이다. T_T) 점심먹고 집으로 온 다음에 다시 코엑스로 출발했다. 엑스박스존에서 조금 놀다가. (엑스박스로 나온 NBA 잘 만들었더라. 담에 코엑스가면 거기서 그러고 놀까나;;) 영화를 봤다.

-----------------

영화는 '니모를 찾아서'!!! 느낌표 세 개 찍었다. 강력추천이다!!! 웃느라 정신없었고 목이 다 아프다. (물론 이건 개인차가 있을지도.)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적당히 몇 가지 얘기를 한다면.

1. 애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어른들이 보다 웃을 수 있다.
2. 정치적으로도 꽤 올바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3.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바닷 속은 환상이다.
4. 생물체들의 표현도 아주 좋다. 교육용으로도 좋을 듯
5. 더불어 저걸 cg로 만들다니.. 하며 경외심도 품을 수 있다.
6. 물고기는 친구다. 먹이감이 아니다.

다음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다.(사실, 이런 영화에 '스포일러'라는 게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장면들을 자기가 직접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을 듯 하니, 되도록이면 영화본 다음에 같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의 느낌이 살아있을 때 적어두고 싶어 메모하는 것이니 보고 싶은 사람은 드래그 하시라.;


# 1 : 니모라는 존재는 참 특이하다.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서 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람으로 풀면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라서 뛰거나 걷는데 어려움이 많다.. 정도로 풀 수 있을텐데. 니모의 아빠는 이 지느러미를 '행운의 지느러미'라고 부르며 니모와 하이파이브하곤 한다. 장애가 아니라 '특별한 행운'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저렇게 장애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함은 참 대단한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학교의 다른 꼬마 물고기들이나 아니면 나중에 수조에서 만나는 물고기들 가운데 아무도(내 기억엔 아무도) 니모의 그런 장애(?)를 먼저 지적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른 물고기들과 똑같이 대한다. 오히려 니모나 니모 아빠가 '얘/나는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서 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라며 먼저 얘기를 꺼낼 정도. 어릴 때 접하는 얘기들(특히 영상과 함께 전달되는 영화)의 강제력을 볼때, 이 영화를 보고 난 아이들이 주위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보다 편견없이 대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 2 : 잠수부는 자연의 바다에서 니모를 잡아서 자신의 수족관에 가둬둔다. 물고기들끼리 잠수부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인간들은 늘 탐욕스러워.' '아마도 미국인일거야.'와 같은 얘기를 늘어놓는다. 같이 본 친구와도 얘기했지만, Pixar는 디즈니와 너무도 안 어울린다. 그나저나 이걸 본 미국의 애들은 부모한테 뭐라고 물어볼까나?

# 3 : 우습게도 채식(!)상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물고기는 친구다. 먹이감이 아니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엔딩 직전에도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그렇다. 물고기들은 지구에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저 먹이감이 아니라 교감할 수 있는 상대라는 거다. 그리고 이런 말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더불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물고기는 친구다. 놀이감이 아니다.'일 것이다. 그리고 '달라'라는 여자아이를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흔들어대는 잔인한 짓을 하는 끔찍히도 못생겼으며 성격도 못된 아이로 그림으로써, 이 영화의 주된 대상일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나아가 생명을 괴롭히지 말라."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더불어 비싸게 수족관을 만들고 좁은 공간에 가짜수초를 넣고 필터로 물을 유지시키며, 물고기들을 가두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 또한 잔인한 일임을 일깨워줬다. 이는 열대어가 살고 있는 산호 어항을 언젠가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내게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아아. 하지만, 난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고 싶단 말이다. 산호초 지대에서 살아야 하나.;)

# 4 : 비교적 충실히 재현된(만화적 상상력이나 표현력은 논외로 하고서라도.) 바닷 속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뭐 전공병이라고 하면 할 수 없고. 산호나 말미잘의 표현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고. 각종 바다 생물들과 바다의 곳곳을 충실히 보여주는 건. 정말 황홀할 정도였다. 다큐를 싫어하는 애들에겐 교육용으로 써도 될 듯 하다. 어렴풋하게 느끼고는 있었지만. 갔다와서 웹을 뒤져보고 안 건데. 각 어종에 따라 유영상태가 다른 것까지 충실하게 재현했다. 해양학과 교수에게 12시간 강의를 들었다나? 그래.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단 말이다. 감동일 따름이다. T_T

# 5 : 컴퓨터 CG는 환상 그 자체였다. 컴퓨터 CG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물결의 일렁임이라던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 혹은 털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가 나오니 이들은 정녕. --; 나중에 엔딩 크레딧 보니까 유닛들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schooling & flocking'을 따로 담당하는 유닛이 있었다는 것. 음. 떼/무리 짓기라고 풀면 적당하려나. 아무튼 곳곳에 입을 벌어지게 하는 CG들이 넘쳐난다. 해류를 표현한 건 정말 ..;;

# 6 :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갈매기'를 정말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아마 영종도의 새우깡 따라다니는 갈매기와 비슷한 부류인 듯 한데. 아, 그거보다 심하겠다. 항구의 도둑갈매기들이니. 'Mine~ Mine~'하고 우는 게 진짜 웃겼다.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좀 길어졌군. 어쨌든 생각나는대로 다 써놨음 & 생각나면 또 수정해서 붙일 예정.

어쨌든. 보시라. 남녀노소 권할만 하며, 흠잡을 곳을 잘 못 찾겠다. 오버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후회하지 않을 듯.

-----------------

쓰다보니 꽤나 감흥이 깊었던 모양. 어쨌든 집에 오면서도 계속 생각을 했고. 이 영화의 '교육적 측면'에 보다 주목하게 되면서 "아, 이거 누군가가 애니에 나왔던 애들 원래 사진 올려놓고 도감식으로 설명해놓고 하면 진짜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거 보고 난 부모가 집에 가서 애들 앉혀놓고 원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공식 홈페이지 입장~

http://www.findingnemo.co.kr

메인화면 가득찬 푸른 바다를 보고 드는 감동도 잠시..

얼레? 6월 6일 대개봉..이라는 글자를 보고 엄청 불안해진다. 예고편과 포스터. 스틸 사진 몇장, 게다가 게시판도 없다. 메인의 '바다여행'으로 들어가보면 플래쉬가 하나 뜨기는 하는데, 텍스트만 번역했을 뿐, 음성은 영어 더빙 그대로다. -_-; 게임이나 레이의 학습교실과 같은 것이 있긴 한데 '준비중'이란다. 영화 개봉하고 난 뒤인데 '준비중'이라는 건 영원히 '준비중'이라는 얘기일테지.

젠장. 이건 정말 '난 디즈니 홍보팀 쪽에서 자료랑 돈 던져주며 "홍보 웹사이트 만들어주세요"라고 시켜서 뱉어낸 외주 홈페이지요. 영화 개봉 전에 완성시켰으니 땡이요. 관리고 뭐고 없소.'라고 자랑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크헉.;; 어째서 영화사 쪽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렇게 밖에 못 쓰는가.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애들의 궁금증에 시달릴/혹은 흥미가 붙어 오히려 더 궁금해진 부모들/혹은 인터넷 쓰는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어디 해양생물 전공하는 학생 하나 알바시켜주면서 도감 사진 올려놓고 설명 좀 붙여놓고, 아님 게시판 알바라도 시켜서 질문 올리면 답변도 좀 하게 해주고 그러면 안 되나? (그래봐야 돈 얼마 들지도 않을 거다. T_T) 물론 공부하는 사람들이야 바쁠테니 그런 거 할 시간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보면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한 두 명은 찾을 수 있었을 거란 말이다. 원한다면 OOO교수 감수 라는 딱지 붙여서 출판도 하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그렇지 않나. 끄응. --;

혹시나 해서. 영문 공식 홈페이지에 가봤다.

http://disney.go.com/disneypictures/findingnemo/index.html

기대했던 정도의 교육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사실 이걸 바라는 내가 이상하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PIXAR에서 자신들의 프로덕션 노트같은 거라도 올려뒀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싸이트를 애들 눈높이에만 맞춰놓은 듯. 조금 아쉽다.) 그래도 뜨아~ 싶은 게 많았다.

일단 메인 화면에 보면 'Crush에게 물어봐.'라는 게 있다. 영화속의 바다거북 캐릭터인 Crush에게 물어보는 형식이고, 일종의 FAQ인 셈데. 질문은 텍스트이지만, 답변은 음성(!)이라서 제대로 안 들리더라. (뉴스같이 또박또박 얘기하는 것도 잘 못 알아 듣는데 만화 속의 과장되게 꼬아놓은 말이 들릴 리가 없다. T_T)

질문은 딱 애들이 할만한 질문들이었다. "풀네임이 뭐에요?"(답은 에이브러험 링컨 어쩌구..라고 하더라. --;)라던가 "등껍질을 잃어버린 적이 있나요?" 등등등. 히어링이 잘 안 되는 관계로 하나만 옮겨보면...

Q: "거북이도 아가미가 있나요? - 마이애미의 워렌"
A: "아가미는 물고기들 거에요. 거북이에겐 폐가 있지요. 오호호~ "

라고 답하는 듯함.;; (참고로, 이 거북이의 성우는 감독 자신이라고 한다. 감독이 홈페이지에서 이런 서비스까지 해준다니. 이걸 못 접하는 우리나라 애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애들을 위한 트레이딩 카드 게임도 있고, 기타 등등 갖고 놀만한 거리를 만들어놨다. 흐음. 비교된다. T_T 아무리 인터넷 강국이고 전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장 발달했으면 뭐하냐. 그거갖고 써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T_T

흐음. 뭔가 굉장히 아쉽다.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갖고서도 그 뒤를 이어가지 못해서 아쉽다.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네 어쩌네 하는데. 막말로 도감만 좀 뒤져서 영화에 나왔던 물고기나 다른 동물들 (산호, 말미잘, 불가사리, 게, 펠리컨, 갈매기)의 원래 사진이랑 이름, 전세계의 사는 곳(지역과 환경), 간단한 생태(먹이라던가 알은 어떻게 낳는다거나)정도를 넣어주고. 니모가 원래 사는 곳..으로 해서 산호초 지역 표시해주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가 어딘지 지도에 표시해주고 그 사이를 있는 동호주 해류의 방향도 표시해주고... 그러고도 여력이 좀 있다면 영화 속에서 잘못된 점들 혹은 만화였기 때문에 적당히 다르게 표현한 것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줬다면...

그렇게 하면 이 영화 한 편 보고. 그 다음에 거기서 일어난 흥미로 웹 좀 뒤지고 하다 보면 한참 더 공부하고 책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사람들이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보고 하라고 하면 못할 거면서 바라는 건 언제나 많지. -_-;

ps : 정말 집에 올때만 해도 도감 좀 뒤지고 해서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지만. 이제 내 공부도 좀 해야 되고. 무엇보다 어줍잖게 아는 거라 틀릴까봐 걱정되고. (음. 무척추동물까지는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물고기 쪽은 tv에서 해주는 거 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단 말야.) 게다가 저작권도 걸릴테고. 쩝. 아쉽다. 저런 싸이트가 있으면 정말 괜찮았을텐데.;

ps2: 한글페이지의 '바다여행'으로 들어가서 '바다갤러리'로 들어가면 위쪽에는 스틸사진을 볼 수 있게 해놨고, 아래쪽에는 바다 상식이라며 한 문단 정도의 짧은 얘기들이 있다. (물론 외국 거 그대로 번역한 거다.)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군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는?]
불가사리. 지금까지는 시속 109킬로가 최고속도로 기록되어있다.

라는 말이 있었다. "에.. 별 모양의 불가사리가 그렇게 빠를리가 없을 뿐더러 물고기도 아니잖아. 아. 혹시 내가 모르는 물고기의 이름이 불가사리라는 녀석이 있을까? 왜, 그 '빠가사리'라는 것도 있잖아."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문 공식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봤는데. 저 문제의 답은 'sailfish'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돛새치'..-_-; 그럼 그렇지. 새치류의 물고기들이 가장 빠르겠지. 라고 일단 내 머리 속을 정리하고 보니. 대체 돛새치가 어떻게 불가사리가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sailfish와 starfish. s로 시작하고 fish로 끝나긴 하지만 철자도 꽤 많이 다른데. -_-;;; 그 몇 개 안되는 번역에서도 이런 엄청난 오역이 나왔던 말이더냐.;;;

혹시나 애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엄마, 아빠. 불가사리가 제일 빠르다네? 그거 어항에 붙어있던 빨간 별처럼 생긴 거 맞지? 그게 시속 109면. 음. 차보다 빠른 거네? 그게 어떻게 그렇게 빨리 헤엄칠 수 있어?"라며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는 자식을 앞에 두고 머리칼을 쥐어뜯을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애도를.;

ps3: 영화가 너무 좋아서 홈페이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다른 영화는 대부분 홈페이지도 안 보는데. (봤다 하더라도 그냥 한 번 슥 훑고 마는 수준이고.)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2003/06/08 02:22 2003/06/08 02:22

Trackback URL : http://www.haralab.net/tt2/trackback/185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1254 : 1255 : 1256 : 1257 : 1258 : 1259 : 1260 : 1261 : 1262 : ... 144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