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선수 NBA에 진출.

Posted 2004/06/25 16:05, Filed under: NBA
3대 메이저 스포츠 가운데, 야구(메이저리그), 축구(유럽리그)는 몰라도, 농구(NBA)는 한국인이 세계로 진출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게 사람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정말 천재라는 허재 선수를 제외하고는(그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 그 누구도 NBA 입성을 꿈조차 꾸지 못했었다. 김승현 선수나 김주성 선수가 잘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스포츠신문들이 얘기하는 NBA진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늘 그 불가능하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아직도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나있고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표정을 짓는 85년 생의 하승진. 그가 바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NBA의 문을 열었다. 정말 축하할 만한 일이다.

nba 공식 사이트에서 태극기를 볼 날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하지만, 그는 아직 '문을 연' 수준에 불과하다.

223cm, 138kg. 국내에서 그를 막을 선수는 없었다. 몸집에 비해선 꽤 빠른 편이었고 야투나 자유투나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무패였고, 지난 농구대잔치에서 그의 수비 상대는 그의 어깨에도 미치지 못했다. 223cm. 막말로 서서도 림에 손이 닿는다. 그 어느 스포츠보다 신체조건이 큰 '재능'이 될 수 있는 농구에서 그의 커다란 몸집은 그 자체로 빛나보였다.

하지만, NBA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승진 선수는 2라운드 중위권, 전체 46번째로 지명되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올해 새롭게 NBA에 진입하려는 선수들 가운데 여타 팀들로부터 46위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선발출장은 어불성설이며, 12인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는지조차 의심해봐야 할지 모른다.

물론 223cm라는 키 자체는 NBA에서도 꽤 드물게 큰 편이다. 하지만, 큰 키만 믿고 자신있게 NBA에 발을 내딛었던 많은 선수들이, 거친 몸싸움에 밀려나고, 빠른 움직임에 못 따라가고, 단순한 공격패턴이 파악되어 번번이 공격을 실패하고, 팀전술을 이해 못해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사라져갔다. 키만 믿고 멍하니 있다가는 하 선수 또한 그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 선수에게는 '키'말고도 또다른 재능이 있다. 1985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스무살이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원석'이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원석'이다. 다듬고 또 다듬어라. 포틀랜드 구단주 존 내쉬의 말처럼 '3-4년 후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포틀랜드는 (하승진 선수에게) 꽤 괜찮은 팀이다. 비록 최근 몇 년은 다소 하향세이고, 작년에는 빡빡한 서부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했지만, 5-6년전만 해도 '명가' 얘기를 들었으며, 현재 팀의 분위기가 좀 어수선할 뿐 구성원 자체는 꽤 좋은 팀이다. 포워드나 센터진이 비교적 건실한 편이라 당장은 벤치에 앉아있을 시간이 훨씬 많겠지만, 벤치에 앉아있으면서라도 배워라.

이건 그의 인생에 더없는 기회이다.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농구를 배워 자신을 계속해서 갈고 닦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언제까지나 자기보다 머리 하나 작은 사람들을 상대로 덩크를 꽂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 곳에서는 너의 키가 '비겁하게 큰' 것처럼 보이진 않을테니. 부디 열심히 하길.



ps : 하승진 선수의 진출은 하 선수 자신을 위해서도, 국위선양(?)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일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NBA팬들은 '콩고물'인 'TV중계확대'-박찬호 선수 진출 이후 메이저리그 중계가 늘었던 것처럼-를 기대하기도 한다. ^^
2004/06/25 16:05 2004/06/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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