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카토 켄지
쉬는 와중에 지난 반년-사실 그것보다 길 것 같기도 하지만-쯤의 내 생활을 돌아봤다. 내가 내 삶을 전혀 조절하지 못하는 엉망진창인 삶이었다. 다른 사람과의 일은 물론, 내 자신에게 중요한 것도 잊기 일쑤였고, 머리 속에 뭔가 반짝인다 싶었지만, 정작 그걸 펼쳐 보이려 하면 기억도 나지 않고, 책상 양쪽에는 이런 저런 서류와 책들이 쌓이기 시작했으며, 뭔가를 하려 해도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었다.
해결법은 잘 알고 있었다. 적절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시간관리, 그리고 메모 등등 이른바 ‘개인 정보 관리 시스템 (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의 재정비가 지독히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PDA를 쓰기 시작한 지 3년째이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비록 최근에는 일정이나 할일 관리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 감을 찾고 있었지만, 메모는 영 쉽지 않았다. PDA도 쓰고, 수첩도 쓰고, 연구실 노트에도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지만, 이것들은 쓴 다음 어디론가 사라졌고, 쌓여있는 메모들 중에서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찾기 힘들었다.그래서 사람들에게 ‘메모에 관해서 어떤 책이 좋을까?’를 물어보고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메모하는 법에 있어서 ‘바이블’이라고까지 얘기되고 있는 책이지만, 책 자체는 무척 간결하다. 두께도 얇고 문장도 간결해서 후닥닥 읽을 수 있다. 전철에서 들고 다니며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구성은 오히려 산만한 감도 있다. (어쩌면 이 책 자체도 저자의 ‘수첩’에서 ‘메모기술’부분만 복사해서 ‘메모기술책’이라는 파일상자에 넣어둔 것들을 그대로 묶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고, 심심하면 아무 곳이나 펼쳐서 조금 더 읽다가 던져두고, 생각날 때 다시 보는 그런 정도로 읽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될 책이다. 수십 년 동안 메모를 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담겨져 있고,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지인들의 메모방식도 들어가 있다. 메모를 해야 하는 원칙에 대해 얘기하는가 하면, 저자 자신의 경험담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처음 한 번 읽고,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메모를 하면서 빠르게 다시 책을 넘겨봤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 메모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습관을 들여라.
* 메모를 한 후에는 다시 읽고 활용/폐기/분류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 메모에 필요한 도구는 취향에 맞게,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장단이 있다.
* A5수첩을 택했다면 모든 자료를 축소 복사해서 그 안에 넣어두자.
* 편지, 강연회, 독서, 여행, 회의 등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메모를 해보자.
* 일기를 비롯한 ‘개인적인’ 메모 또한 소중하다.
정도랄까. 이 곳 저 곳에 낙서를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것들이 두리뭉실하게 주변을 감싸고만 있을 뿐, 막상 쓸만하게 정리되어있는 걸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읽으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참에 수첩도 새로 샀다. PDA도 계속 쓰긴 하겠지만, 아날로그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맨 앞의 책을 추천한 이의 말처럼 ‘정보 과부하증’에 걸려있는 현대인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메모법으로 그 정보를 자신이 최대한 이용할 수 있게 가공하는 것도 소중한 능력이지 싶다.
가볍고 간결한 책이다. 강력추천까지는 아니지만, 한 번 읽어보고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는 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한 마디.
'메모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한 후 잊기 위해 하는 것이다.'
ps : ‘신문/잡지 스크랩’에 대한 얘기는 이런 책들을 보면 잘 나온다. 하지만, ‘웹에 있어서의’ 정보 저장/가공법에 대해서는 노하우를 얻기가 참 힘든 것 같다. 무작정 파일 저장하기를 누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부분하고, 디지털 사진 등으로 인한 PC의 개인자료 과부하를 정리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도 뭔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 컴퓨터 하드는 내 머리 속보다도 뒤죽박죽이다. -_-;)
ps2: 00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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