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내가 본 영화들, 간단히 주절거리다.
Posted 2004/12/21 02:24, Filed under: 감상내가 쓰려고 만든 목록이니, 얼른 써보자.
2004년은 내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해인데, 영화도 꽤 봤다. 극장에서 본 건 얼마 안 되지만 (특히 하반기에는 놓쳐서 아쉬운 것들이 많다.) 나중에 DVD로 본 것도 꽤 되고. 음~ 그냥 개봉일 순서대로 놓고, 그 영화에 대해 주절거려 볼까나.
(주의 : 해당 영화의 줄거리를 미리 말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감상이므로 그러려니 해주세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많은 분들을 욕보일 생각은 없습니다. 나쁜 말도 잘 들으면 다음 영화에 채찍이 되지 않겠습니까.)
* 페이첵 : DVD.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꽤 즐겁게 봤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필립 K 딕 원작이었던 이 영화가 궁금했다. 킬빌에 홀딱 빠져있던 터라서 우마 서먼 누님의 활약이 궁금하기도 했고. 에.. 결론적으로는 참 애매한 영화였다. 중반에 퍼즐 맞추듯 단서를 꿰맞춰가는 부분은 조금 재미있었지만, 그냥 그냥 무난하게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 좋았다고 하면 너무 혹평이려나. 사실 벤 애플랙한테 총 쥐어주고, 무대를 홍콩에서 근미래의 미국으로 바꾼 것 정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예전의 오우삼 감독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으려나.
* 자토이치 : 킬빌 vol 1.의 흥분이 아직 몸에 남아있을 때 기타노 다케시의 사무라이 영화가 왔다. 아아. 그래 딱 이런 걸 바랬었다. 칼놀림은 절제된 듯 하면서도 시원했고, 다케시 특유의 헛웃음 나오는 유머는 꽤 재미있었다. 음악과 영상을 맞춰놓은 부분도 좋았고.
* 런어웨이 : DVD. 사실 어제 DVD로 본 건데. 이거 괜찮다. '펠리컨 브리프'의 존그리샴의 원작인 법정 스릴러(?)라고 해야 할텐데. 원제는 'Run away Jury'로서 굳이 풀자면 '도망쳐, 배심원' 정도가 되려나. 총기회사에 걸린 소송을 두고 배심원들을 놓고 원고와 피고, 그리고 제3의 인물들이 머리 싸움을 벌인다. 존 쿠삭, 레이첼 와이즈, 더스틴 호프만, 진 해크만 등의 탄탄한 연기가 아주 좋았다.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DVD. 이것도 개봉 후 반년이 넘게 지나서야 이번 겨울에 DVD로 봤다. 별 기대없이 봤는데 의외로 가슴에 찡하게 다가왔다. 섹스를 할 때 심장마비를 조심해야 하는 환갑의 아저씨와 폐경이 다가오는 쉰 넘은 아줌마의 사랑 얘기도, 결국은 사랑 얘기인 것이다.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그들은 대배우이다.
* 그녀를 믿지 마세요 : DVD. 요것도 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홍반장'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 보다 어울릴법한 소재였으나 한정된 시간 내에 잘 풀어냈다. 강동원의 매력이 저건가 싶기도 했고. 농촌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라고나 할까.
* 목포는 항구다 : DVD. 인간성은 좋은데 영화운은 없던 차인표가 조재현을 만나 일본 판타스틱 영화제 상까지 받았다. 영화는 '폭풍 속으로'와 같이 깡패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오히려 거기에서 보람을 찾는 내용. 일본인들의 눈으로 보면 야쿠자 얘기인 것 같은데 피도 거의 안 튀고 한 명도 안 죽는 게 '판타스틱'해보였던 걸까. 무난했다.
* 콜드마운틴 : 쥬드로, 니콜 키드먼, 르네 젤위거의 이름만 보고 극장에 들어섰던 영화. 남북 전쟁이 배경인 것도 몰랐다. '전쟁 속에 피폐해진 사람들과 사랑, 그리고 그조차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의지'라고 멋없게 줄일 수도 있으나, 영화는 참 좋았다. 대전투 속에서 사실상 '죽은' 쥬드로가 마음 한 켠에 그나마 남아있는 사랑을 나침반삼아 좀비처럼 끝없이 걸어와 결국 니콜을 만났을 때, 그들이 재회를 나눴을 때 가슴 한켠이 뭉클할 수 밖에 없었다. 약방의 감초가 된 르네 젤위거를 보는 맛도 아주 쏠쏠했다. 걸어다니는 서바이벌 사전이었으니. 아참, 그리고 당시 미국의 풍경을 그려보는 데에도 꽤 좋은 자료가 될 듯.
* 스쿨 오브 락 : DVD.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아니 꽤 재미있다.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를 살짝 짚고 넘어간다. 락 음악에 대해 아는 게 많을 수록 재미가 넘치게 되는 영화. (난 절반쯤이라도 즐겼으려나.) 참, OST도 좋다. ^^
* 홍반장 : DVD. 캐스팅을 그대로 하고, 10부작 정도로 시간을 늘려서 미니시리즈 정도로 TV에 내놓았으면 꽤 시청률을 끌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 매력적인 홍반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놓고도 영화를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을까. DVD에서 삭제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 편집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더라. (내 생각에 중요장면들을 죄다 삭제하고 어설픈 코미디는 다 집어넣은 듯한.)
* 바람의 전설 : DVD. 요거 굿! 스토리는 조금 애매하고, 박솔미의 연기는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춤 영화가 춤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제 몫은 한 거잖냐. 보고 나면 '나도 뭔가에 저렇게 빠져봤으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 범죄의 재구성 : 이게 감독 데뷔작이란다. 한국 영화에 이런 장르 영화도 나오다니 너무 너무 기뻐서 영화보면서 혼자서 계속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으나 (염정아 누님은 앙큼한 어리버리 팜므파탈) 이 영화는 백윤식 님의 영화나 다름없다. 알 파치노,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아아. 백윤식 님. 이런 건 진단해보면 시추에이션이 좋단 말이지.
*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 : DVD.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원츄를 날려버렸다. 시대 설정이 약간 어수룩하게 얹어졌다는 기분은 들지만, 격식을 차린 사교댄스를 배운 여주인공과 자유분방한 쿠바 댄스를 몸에 싣고 있는 남주인공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춤이 달라지는 걸 보는 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현대적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한 쿠바 음악들도 멋졌고, 아아 춤이란 정말 너무 너무 멋졌다. (참고로 남주인공이 - 내 기준에서 - 좀 귀엽게 생겼다.)
* 아라한-장풍대작전 : DVD. 개봉 당시에 중국 가있느라 한참 뒤에 봤는데. 막판에 힘이 좀 빠지는 거 빼고는 원츄! 이게 바로 한국식 액션 영화인 걸까나. 빌딩 사이를 뛰어넘고 장풍을 날리는 호쾌함이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진다.
* 킬빌 Vol.2 : vol.1 만큼 아드레날린을 쏟아내지는 않았지만, 나름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 사실 사무라이 검이 조금 더 보고 싶긴 했는데 vol.2편은 쿵푸 영화에 가까웠다. 브라이드와 드라이버 간의 결투 씬의 박력은 당분간 다른 영화들이 못 따라올 듯 하다.
* 트로이 : 연인들끼리 갔다가 헥토르와 자신을 비교하는 통에 혼났다라는 남자들의 투정이 말해주듯이. 헥토르는 새롭게 태어났다. 전략, 전술(!), 전투를 아우르는 전쟁의 천재인 아킬레스를 보는 맛도 참 좋았지만(아아, 브래드 피트 님), 나는 오히려 여리고 자기 뒷감당도 못하던 파리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버렸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헐리우드의 영웅서사극 사랑은 계속 된다. 쭈욱~ '알렉산더'도 개봉하지 않는가.
* 옹박 : CG가 아닌 100% 리얼액션!이 전부였고, 그래서 나름 의미도 있었다. '우리는 CG없이 헐리우드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라는 게 목표였다면 성공한 거겠지만, 영화로서의 재미는 말하기 힘들었다. 17년 동안 무에타이를 익혔다는 토니 쟈의 몸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13년쯤 무에타이를 하고 4년쯤은 연기를 공부했으면 대성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 투모로우 : 작년의 재난 영화, 또 돌아왔네. 이번에는 기상이변. 한여름에 빙하기를 데리고 들어왔다. 도입-중간 정도까지 이르는 부분의 설정같은 것은 참 괜찮아보였는데, 우리나라 과학교육으로는 이해했을 사람이 적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작품에서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던 아가씨, 연말에 크리스틴으로 돌아오다!
* 슈렉 2 : 패러디 패러디 패러디.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우하하 우하하 우하하.
* 스파이더맨 2 : 새로 얻은 능력을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하던 옆집 젊은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슬럼프에 빠지는 소시민 영웅으로 돌아오다.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스파이더맨과 옥토퍼스의 결투씬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나저나 얼굴팔린 스파이더맨은 3편에서 어찌 살려나. (문제의 그 씬에서, 우리나라였으면 당장 그 자리에 디카/폰카들이 튀어나와서 게시판마다 '스파이더맨 정체 직찍 사진'이라는 글이 올라올 것이라고 상상하곤 웃어버렸다.)
* 아이,로봇 : DVD. DVD로 봤는데 극장용 영화였다. 영화 스토리보다 컨버스, 아우디, JVC의 간접광고가 더 기억에 남았다면 문제가 심한 것 아닐까나. 시각적인 면은 멋진 장면들이 많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인 적도 있었지만 카메라 앵글도 특이한 것들이 많았고 (영화 '크로우'를 감독했었단다.) 하지만 영화는 특수효과 홍보영상이 아니지 않은가.
* 반헬싱 : 볼때는 광분해서 봤지만 (악악- 너무 좋아. 뱀파이어가 날고, 늑대인간이 뛰고, 프랑켄슈타인이 돌아다녀. 몬스터 종합선물세트란 말이냐!) 사실 뒷맛은 좀 씁쓸했다. 헐리웃의 상상력은 이제 다 떨어졌나. 끊임없이 자기 복제를 하거나 (하이드를 육체능력 강화로 묘사한 건 '젠틀맨리그'에서 이미 했다. 게다가 그 초록색이란 헐크냐.) 아니면 급한 대로 동양 쪽에서 소재를 끌어와서는(막판 뱀파이어의 움직임은 '천녀유혼'에서 나오는 동양 귀신 이미지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연출+특수효과)로 그럭저럭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얼마나 가려나.
* 바람의 파이터 : 예전에 '무사'를 보고 났을 때랑 비슷하다. 만든 사람들 참 수고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휑하다.
* 연인 : 장예모 감독의 초대작 판타지 영화들은, 집에 홈씨어터 시스템을 새로 갖추고 성능 테스트를 해보고 싶을 때 보면 될 듯 하다. 색감 테스트, 음향 테스트. 완벽하지 않은가?
* 슈퍼스타 감사용 : 생각만큼 흥행이 안 되어 안타까운 영화.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였다. '꼭 이기고 싶었어요.'라는 그 말은 가슴에 참 오랫동안 남았다.
* 스텝포드 와이프 : 바로 이거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 2시간 눈과 귀가 즐거워도 그만이긴 하겠지만, 가끔은 머리도 좀 돌려봐야하지 않겠냐 말이다. 극장을 나서서 '아까 그 장면 엄청 멋있지 않았냐?'라는 말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이런 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사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문제점들도 짚었을 것 같은데 편집 과정에서 사라진 듯 하다라는 것.
* 주홍글씨 : 바로 이거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영화 시스템의 발달로 영화야 어쨌든 간에 때깔나고 소리좋은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웰메이드라는 옷을 입고 감독 혼자 젠 체하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 게다가 메이저인 양 극장까지 점령하고 말이다. 내 심정을 보다 드러낸 건 씨네 21의 글 두 편이었는데..하나는 듀나님의 장르영화 어쩌구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남성판타지라고 비판한 글이었다. (한석규의 연기는 호연이었다. 인정.)
* 나비효과 : 뭔가 과학적으로 보이는 장치까지 덧붙이고 심령 스릴러인척 했으나, 본질은 '인생극장'이었을까나. 감독판은 배드 엔딩이라는데.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것이 진실이겠으나, 그래도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 오페라의 유령 : '복제예술'로서의 영화 만세! 이 세트에 이 출연진이 실제 공연을 했더라면 공연료가 얼마 정도 되었을까? 영화의 '복제성'에 감사하자. 뮤지컬 창법의 대화가 스크린 위에서는 감정이입이 되기 힘들었다는 건 잊자. 원작에서 그려낸 그 미로같은 극장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는데에 미술제작진들에게 찬사를 보내자. 소설만 읽고 뮤지컬은 안 봤기에 의견이 좀 다를 수 있겠는데, 팬텀과 라울에게는 만족. 크리스틴 다에는 개인적으로 보다 '악'한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순진무구하게 그려진 크리스틴에 조금 적응이 안 되긴 했다.
* 인크레더블 : 같이 이미지를 빌려왔다고 해도, '반헬싱'은 상상력 부재라는 얘기를 듣고, '인크레더블'은 오마쥬라는 소리를 듣는다. 픽사는 천재이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원츄 원츄 원츄! 올 한 해 극장에서 최고로 많이 웃은 영화.
HaraWish
2004년은 내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해인데, 영화도 꽤 봤다. 극장에서 본 건 얼마 안 되지만 (특히 하반기에는 놓쳐서 아쉬운 것들이 많다.) 나중에 DVD로 본 것도 꽤 되고. 음~ 그냥 개봉일 순서대로 놓고, 그 영화에 대해 주절거려 볼까나.
(주의 : 해당 영화의 줄거리를 미리 말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감상이므로 그러려니 해주세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많은 분들을 욕보일 생각은 없습니다. 나쁜 말도 잘 들으면 다음 영화에 채찍이 되지 않겠습니까.)
총 29편 보자.
* 페이첵 : DVD.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꽤 즐겁게 봤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필립 K 딕 원작이었던 이 영화가 궁금했다. 킬빌에 홀딱 빠져있던 터라서 우마 서먼 누님의 활약이 궁금하기도 했고. 에.. 결론적으로는 참 애매한 영화였다. 중반에 퍼즐 맞추듯 단서를 꿰맞춰가는 부분은 조금 재미있었지만, 그냥 그냥 무난하게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 좋았다고 하면 너무 혹평이려나. 사실 벤 애플랙한테 총 쥐어주고, 무대를 홍콩에서 근미래의 미국으로 바꾼 것 정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예전의 오우삼 감독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으려나.
* 자토이치 : 킬빌 vol 1.의 흥분이 아직 몸에 남아있을 때 기타노 다케시의 사무라이 영화가 왔다. 아아. 그래 딱 이런 걸 바랬었다. 칼놀림은 절제된 듯 하면서도 시원했고, 다케시 특유의 헛웃음 나오는 유머는 꽤 재미있었다. 음악과 영상을 맞춰놓은 부분도 좋았고.
* 런어웨이 : DVD. 사실 어제 DVD로 본 건데. 이거 괜찮다. '펠리컨 브리프'의 존그리샴의 원작인 법정 스릴러(?)라고 해야 할텐데. 원제는 'Run away Jury'로서 굳이 풀자면 '도망쳐, 배심원' 정도가 되려나. 총기회사에 걸린 소송을 두고 배심원들을 놓고 원고와 피고, 그리고 제3의 인물들이 머리 싸움을 벌인다. 존 쿠삭, 레이첼 와이즈, 더스틴 호프만, 진 해크만 등의 탄탄한 연기가 아주 좋았다.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DVD. 이것도 개봉 후 반년이 넘게 지나서야 이번 겨울에 DVD로 봤다. 별 기대없이 봤는데 의외로 가슴에 찡하게 다가왔다. 섹스를 할 때 심장마비를 조심해야 하는 환갑의 아저씨와 폐경이 다가오는 쉰 넘은 아줌마의 사랑 얘기도, 결국은 사랑 얘기인 것이다.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그들은 대배우이다.
* 그녀를 믿지 마세요 : DVD. 요것도 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홍반장'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 보다 어울릴법한 소재였으나 한정된 시간 내에 잘 풀어냈다. 강동원의 매력이 저건가 싶기도 했고. 농촌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라고나 할까.
* 목포는 항구다 : DVD. 인간성은 좋은데 영화운은 없던 차인표가 조재현을 만나 일본 판타스틱 영화제 상까지 받았다. 영화는 '폭풍 속으로'와 같이 깡패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오히려 거기에서 보람을 찾는 내용. 일본인들의 눈으로 보면 야쿠자 얘기인 것 같은데 피도 거의 안 튀고 한 명도 안 죽는 게 '판타스틱'해보였던 걸까. 무난했다.
* 콜드마운틴 : 쥬드로, 니콜 키드먼, 르네 젤위거의 이름만 보고 극장에 들어섰던 영화. 남북 전쟁이 배경인 것도 몰랐다. '전쟁 속에 피폐해진 사람들과 사랑, 그리고 그조차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의지'라고 멋없게 줄일 수도 있으나, 영화는 참 좋았다. 대전투 속에서 사실상 '죽은' 쥬드로가 마음 한 켠에 그나마 남아있는 사랑을 나침반삼아 좀비처럼 끝없이 걸어와 결국 니콜을 만났을 때, 그들이 재회를 나눴을 때 가슴 한켠이 뭉클할 수 밖에 없었다. 약방의 감초가 된 르네 젤위거를 보는 맛도 아주 쏠쏠했다. 걸어다니는 서바이벌 사전이었으니. 아참, 그리고 당시 미국의 풍경을 그려보는 데에도 꽤 좋은 자료가 될 듯.
* 스쿨 오브 락 : DVD.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아니 꽤 재미있다.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를 살짝 짚고 넘어간다. 락 음악에 대해 아는 게 많을 수록 재미가 넘치게 되는 영화. (난 절반쯤이라도 즐겼으려나.) 참, OST도 좋다. ^^
* 홍반장 : DVD. 캐스팅을 그대로 하고, 10부작 정도로 시간을 늘려서 미니시리즈 정도로 TV에 내놓았으면 꽤 시청률을 끌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 매력적인 홍반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놓고도 영화를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을까. DVD에서 삭제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 편집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더라. (내 생각에 중요장면들을 죄다 삭제하고 어설픈 코미디는 다 집어넣은 듯한.)
* 바람의 전설 : DVD. 요거 굿! 스토리는 조금 애매하고, 박솔미의 연기는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춤 영화가 춤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제 몫은 한 거잖냐. 보고 나면 '나도 뭔가에 저렇게 빠져봤으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 범죄의 재구성 : 이게 감독 데뷔작이란다. 한국 영화에 이런 장르 영화도 나오다니 너무 너무 기뻐서 영화보면서 혼자서 계속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으나 (염정아 누님은 앙큼한 어리버리 팜므파탈) 이 영화는 백윤식 님의 영화나 다름없다. 알 파치노,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아아. 백윤식 님. 이런 건 진단해보면 시추에이션이 좋단 말이지.
*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 : DVD.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원츄를 날려버렸다. 시대 설정이 약간 어수룩하게 얹어졌다는 기분은 들지만, 격식을 차린 사교댄스를 배운 여주인공과 자유분방한 쿠바 댄스를 몸에 싣고 있는 남주인공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춤이 달라지는 걸 보는 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현대적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한 쿠바 음악들도 멋졌고, 아아 춤이란 정말 너무 너무 멋졌다. (참고로 남주인공이 - 내 기준에서 - 좀 귀엽게 생겼다.)
* 아라한-장풍대작전 : DVD. 개봉 당시에 중국 가있느라 한참 뒤에 봤는데. 막판에 힘이 좀 빠지는 거 빼고는 원츄! 이게 바로 한국식 액션 영화인 걸까나. 빌딩 사이를 뛰어넘고 장풍을 날리는 호쾌함이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진다.
* 킬빌 Vol.2 : vol.1 만큼 아드레날린을 쏟아내지는 않았지만, 나름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 사실 사무라이 검이 조금 더 보고 싶긴 했는데 vol.2편은 쿵푸 영화에 가까웠다. 브라이드와 드라이버 간의 결투 씬의 박력은 당분간 다른 영화들이 못 따라올 듯 하다.
* 트로이 : 연인들끼리 갔다가 헥토르와 자신을 비교하는 통에 혼났다라는 남자들의 투정이 말해주듯이. 헥토르는 새롭게 태어났다. 전략, 전술(!), 전투를 아우르는 전쟁의 천재인 아킬레스를 보는 맛도 참 좋았지만(아아, 브래드 피트 님), 나는 오히려 여리고 자기 뒷감당도 못하던 파리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버렸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헐리우드의 영웅서사극 사랑은 계속 된다. 쭈욱~ '알렉산더'도 개봉하지 않는가.
* 옹박 : CG가 아닌 100% 리얼액션!이 전부였고, 그래서 나름 의미도 있었다. '우리는 CG없이 헐리우드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라는 게 목표였다면 성공한 거겠지만, 영화로서의 재미는 말하기 힘들었다. 17년 동안 무에타이를 익혔다는 토니 쟈의 몸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13년쯤 무에타이를 하고 4년쯤은 연기를 공부했으면 대성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 투모로우 : 작년의 재난 영화, 또 돌아왔네. 이번에는 기상이변. 한여름에 빙하기를 데리고 들어왔다. 도입-중간 정도까지 이르는 부분의 설정같은 것은 참 괜찮아보였는데, 우리나라 과학교육으로는 이해했을 사람이 적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작품에서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던 아가씨, 연말에 크리스틴으로 돌아오다!
* 슈렉 2 : 패러디 패러디 패러디.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우하하 우하하 우하하.
* 스파이더맨 2 : 새로 얻은 능력을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하던 옆집 젊은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슬럼프에 빠지는 소시민 영웅으로 돌아오다.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스파이더맨과 옥토퍼스의 결투씬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나저나 얼굴팔린 스파이더맨은 3편에서 어찌 살려나. (문제의 그 씬에서, 우리나라였으면 당장 그 자리에 디카/폰카들이 튀어나와서 게시판마다 '스파이더맨 정체 직찍 사진'이라는 글이 올라올 것이라고 상상하곤 웃어버렸다.)
* 아이,로봇 : DVD. DVD로 봤는데 극장용 영화였다. 영화 스토리보다 컨버스, 아우디, JVC의 간접광고가 더 기억에 남았다면 문제가 심한 것 아닐까나. 시각적인 면은 멋진 장면들이 많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인 적도 있었지만 카메라 앵글도 특이한 것들이 많았고 (영화 '크로우'를 감독했었단다.) 하지만 영화는 특수효과 홍보영상이 아니지 않은가.
* 반헬싱 : 볼때는 광분해서 봤지만 (악악- 너무 좋아. 뱀파이어가 날고, 늑대인간이 뛰고, 프랑켄슈타인이 돌아다녀. 몬스터 종합선물세트란 말이냐!) 사실 뒷맛은 좀 씁쓸했다. 헐리웃의 상상력은 이제 다 떨어졌나. 끊임없이 자기 복제를 하거나 (하이드를 육체능력 강화로 묘사한 건 '젠틀맨리그'에서 이미 했다. 게다가 그 초록색이란 헐크냐.) 아니면 급한 대로 동양 쪽에서 소재를 끌어와서는(막판 뱀파이어의 움직임은 '천녀유혼'에서 나오는 동양 귀신 이미지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연출+특수효과)로 그럭저럭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얼마나 가려나.
* 바람의 파이터 : 예전에 '무사'를 보고 났을 때랑 비슷하다. 만든 사람들 참 수고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휑하다.
* 연인 : 장예모 감독의 초대작 판타지 영화들은, 집에 홈씨어터 시스템을 새로 갖추고 성능 테스트를 해보고 싶을 때 보면 될 듯 하다. 색감 테스트, 음향 테스트. 완벽하지 않은가?
* 슈퍼스타 감사용 : 생각만큼 흥행이 안 되어 안타까운 영화.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였다. '꼭 이기고 싶었어요.'라는 그 말은 가슴에 참 오랫동안 남았다.
* 스텝포드 와이프 : 바로 이거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 2시간 눈과 귀가 즐거워도 그만이긴 하겠지만, 가끔은 머리도 좀 돌려봐야하지 않겠냐 말이다. 극장을 나서서 '아까 그 장면 엄청 멋있지 않았냐?'라는 말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이런 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사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문제점들도 짚었을 것 같은데 편집 과정에서 사라진 듯 하다라는 것.
* 주홍글씨 : 바로 이거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영화 시스템의 발달로 영화야 어쨌든 간에 때깔나고 소리좋은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웰메이드라는 옷을 입고 감독 혼자 젠 체하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 게다가 메이저인 양 극장까지 점령하고 말이다. 내 심정을 보다 드러낸 건 씨네 21의 글 두 편이었는데..하나는 듀나님의 장르영화 어쩌구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남성판타지라고 비판한 글이었다. (한석규의 연기는 호연이었다. 인정.)
* 나비효과 : 뭔가 과학적으로 보이는 장치까지 덧붙이고 심령 스릴러인척 했으나, 본질은 '인생극장'이었을까나. 감독판은 배드 엔딩이라는데.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것이 진실이겠으나, 그래도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 오페라의 유령 : '복제예술'로서의 영화 만세! 이 세트에 이 출연진이 실제 공연을 했더라면 공연료가 얼마 정도 되었을까? 영화의 '복제성'에 감사하자. 뮤지컬 창법의 대화가 스크린 위에서는 감정이입이 되기 힘들었다는 건 잊자. 원작에서 그려낸 그 미로같은 극장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는데에 미술제작진들에게 찬사를 보내자. 소설만 읽고 뮤지컬은 안 봤기에 의견이 좀 다를 수 있겠는데, 팬텀과 라울에게는 만족. 크리스틴 다에는 개인적으로 보다 '악'한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순진무구하게 그려진 크리스틴에 조금 적응이 안 되긴 했다.
* 인크레더블 : 같이 이미지를 빌려왔다고 해도, '반헬싱'은 상상력 부재라는 얘기를 듣고, '인크레더블'은 오마쥬라는 소리를 듣는다. 픽사는 천재이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원츄 원츄 원츄! 올 한 해 극장에서 최고로 많이 웃은 영화.
2004/12/2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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