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길러보고 싶은데..

Posted 2005/01/08 21:14, Filed under: 기록
요새 들어 부쩍 애완동물을 길러보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jopen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같은 곳을 다니다가 애완동물 가게를 보면 한참을 머물러 있게 되죠. 저는 주로 물고기 쪽에, jopen은 토끼 쪽에 서있는 편인데... 그 정도로 동물 구경(?)을 했으면 덜컥 사서 키워볼만도 한데, 맘에 계속 걸리는 게 있단 말이죠.

일단 어릴 때부터 집에서 별달리 뭔가를 키워본 적이 없어요(금붕어하고 청거북 정도). 어릴 땐 가족들 먹고 살기도 빠듯했으니, 굳이 뭔가를 더 키울 여유는 없었던 것 같네요. 다른 집에 가면 개나 고양이 등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저희 집에는 사람 외에 집안을 돌아다니는 포유류는 없었던 것이죠. (다른 사람들은 우연히 길에서 귀여운 개를 보면 '귀엽다'면서 쉽게 쓰다듬곤 하던데, 저는 보는 건 좋아하면서도 만지는 건 못 하거든요. 이런 성장배경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집에 약간 여유가 돌기 시작한 때쯤에는 제가 고3, 혹은 동생 고3 뭐 이런 식으로 걸려서 엄두도 안 냈던 것 같고. 그 뒤로는 저랑 동생이 대학 다니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고, 부모님께서는 자식들 적당히 가르쳐놨으니 마찬가지로 집에 식구가 늘어나는 걸 바라시지 않은 듯 합니다.

최근 1-2년 정도는 저와 동생 모두 '우리 집에도 뭔가(주로 개나 고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부모님께 가끔 조르고 있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의 답변은 아주 아주 명확하더군요.

"그거 누가 먹이주고 뒤따라다니면서 치우고 할 건데?"

... 솔직히 할 말 없죠. 촐랑촐랑 귀여움 떨 때는 좋아라 하겠지만, 그 녀석이 말을 안 듣거나, 사고를 친다거나, 깨끗이 치워줘야 한다거나 할 때는 엄청 귀찮을 것 같단 말이죠. 장난감 사듯이 그냥 좀 재미있자고 덜컥 샀다가 '아, 이거 생각과 다르게 성가시네.'하며 남한테 휙 넘긴다거나 길에 버린다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그 왜 며칠 전에 살아있는 개가 쓰레기 봉투에서 발견되어 난리난 적 있잖아요. 애완동물 기를까 하는 마음이 들때면 꼭 주위에서 그런 무책임한 인간들이 나오는 통에 저도 혹여나 그 전철을 따를까 싶어 고개가 절레절레.)

그런 걸 책임진다고 해도 아버지의 말씀이 또 맘에 걸리지요. "그거 죽으면 얼마나 슬픈지 아느냐?" 어린 시절이라 몰랐는데 꽤 큰 어항에 10여 마리의 금붕어를 키웠던(금붕어는 대충 5-6년이 고작이라던데, 저희집은 대부분 장수했고, 몇 녀석들은 9년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로서는 그 때의 감정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양이더군요.

먹을 것 줘야 하고, 사는 곳을 깨끗이 관리해줘야 하고, 해당 동물에 대해 공부도 해야 하고, 온갖 귀찮은 일들을 해야 하고, 떠나보낼 때 감정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등등등. 뭐든 간에 안 키우는 게 가장 '편한' 길일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왜 '그래도 키우고 싶어.'라는 생각이 계속 꿈틀댈까요. 로렌쯔 콘라드처럼 동물들에 파묻혀있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 때문일까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관찰일기'라도 쓰고 싶은 걸까요? 인간과 다른 존재를 보며 그 경외감에 빠져보고 싶은 걸까요?

여전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서 나와는 다른 생명을 주위에 하나씩 둘씩 끌어와볼까 합니다.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뭔가를 기르면 비염이 난리를 치겠지만, 주위에 아토피 걸린 형이 온갖 동물들 기르는 것도 봤는걸요.

에.. 이렇게 한참 썼으면서도 여전히 나랑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녀석들은 뭔가 두려워요. 개, 고양이를 비롯한 포유류들이여 당분간 안녕. 너희들은 내가 좀 더 준비가 되면 만나보도록 하자꾸나.

그래서 일단 생각 중인 건,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같은 곤충류와 물고기 정도입니다. (결론이 매우 이상한걸 -_-) 네, 정서적 거리가 무지 멀지요. 아마도 얘네들과 성공적으로 생활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기니피그(요건 아는 선배가 기르고 있고)나 토끼(요건 jopen이 좀 잘 아는 듯 하니)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1-2년 뒤의 얘기일테죠.

곤충류는 기르기가 비교적 쉽다는 얘기를 들었고, 전공 공부에도 조금은 도움이 될 듯 하지만(비록 5억년 전의 절지동물이긴 하지만, 같은 절지동물이긴 하니까.) 대부분 야행성인데다가 곤충을 보는 건 아주 좋아하지만 만지는 건 매우 싫어하는 이상한 성격 때문에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요. 성충은 괜찮은데 애벌레는 도저히 못 만지겠던데... (연구실 후배는 잘 키워내더군요. 죽으니까 잘 말려서 표본;;으로 만들기까지 하던데.)

물고기는 금붕어보다는 구피 류의 덩치 작은 관상어를 노리고 있긴 한데... ('산호어항'은 정말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데, 이건 비용이 장난이 아니니 일단 패스. 작게는 안 되려나. ㅠ_ㅠ) 작은 어항에 인조수초를 넣어두면 나름대로 보기에는 예쁘겠지만, 그 안에서 사는 녀석들은 어떤 기분일지 잘 모르겠는데 으읔. 그냥 매일같이 아쿠아리움에 출근 도장을 찍어버릴까요? -_-?

새해계획을 짜면서 1월계획도 같이 짰고, '뭔가를 길러본다'라는 게 1월 계획에 당당히 들어가있건만, 이래저래 주저하고 있습니다. '강철의 지름술사'라는 말도 들을만큼 구매 희망에서 실제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은 저입니다만, 이것만큼은 아무래도 쉽게 지를 수가 없네요. 아흑.

ps : 며칠 전 아버지와의 대화

子 - 물고기 키울래요.
父 - 뭐라? 안 된다.
子 - 그냥 제 방에 책상에 놓을만한 작은 걸로요.
父 - 뭐? 그거 누가 치우고 물갈고 그럴 건데? 니가?
子 - (다소 자신없이) 네.
父 - 허... 저번에 사다준 화분 결국 죽였잖아?
子 - 아니... 그게... 저...

역시 아버지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2005/01/08 21:14 2005/01/0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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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jopen 2005/01/09 15:52 Delete Reply

    화분은 파닥거리지 않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어요..^0^;;;;

  2. # HaraWish 2005/01/09 16:27 Delete Reply

    그것은 어제 같이 본 킬빌 vol2. !

  3. # 자유 2005/01/10 14:54 Delete Reply

    내 몸 하나와 방도 정리하기 힘든 마당에 애완동물은... 끄응~

    나중에 마당 너른 집에 살면 진돗개나 아니면 대형견 중 하나를 길러보고 싶기도 해. ^^

  4. # -_-; 2005/01/10 17:03 Delete Reply

    뜬금없는 리플이지만..
    킬빌 vol2 의 최고장면은 바로 맨마지막에 시전되는
    신/초/합/일 두둥!
    내가 칼집이 되고 칼집이 내가 된다는 궁극의 방어초식!

  5. # HaraWish 2005/01/11 20:05 Delete Reply

    자유// 구피를 보면 구피가 기르고 싶고, 물방개가 보면 물방개를, 육지 소라게가 그것이 기르고 싶으니... 아흑. 난 그냥 관찰대상(;;) 삼아 뭔가를 길러볼까 싶어서. ^^

    -_-;// 신초합일!에 이은 five finger heart breaking 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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