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등돌리는 마케팅, 감동주는 마케팅"이라는 글을 읽으며 분노했던 적이 있다. 한 보쌈집에 4명이 갔는데, 배가 좀 불러서 '중'자를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에서 계속 '대'자를 권해서, 무리해서 많이 먹을 것 없겠다는 생각에 나왔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바로 뒤에서 (재수없다고) 왕소금을 뿌려대더라....하는 게 핵심 사건의 골자인데,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가 저렇게 없나, 손님을 사람이 아니라 무슨 돈 떨어뜨려놓고 가는 지갑쯤으로 보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기분이 나빴었다.

어... 그런데 비슷한 일을 당했다. 소금을 맞지는 않았지만, 소금을 맞은 달팽이처럼 마음 한 켠이 마구 우그러들더라.

날이 굉장히 추웠다. 이것 저것 하려고 jopen과 간만에 종로로 나섰고, 삼청동 쪽에 갔다가 정독도서관을 거쳐 인사동 쪽으로 빠질 무렵, 배가 좀 출출해졌다. (오후 세 시 반.) 날도 춥고 해서 국물 생각이 간절했고, 라면 생각이 솔솔 났다.

그래서 꽤 유명하다는 (스노우캣에서도 한 번 사진이 나온 적이 있다.) '라면땡기는날'의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는 것은 정말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앞쪽의 쪽방(?)같은 곳에는 자리가 없었다. 다른 집을 찾아야 하나 하며 몸을 돌리려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뒤로 돌아오면 방이 더 있다면서 뒤로 돌아오라고 했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분식점은 'ㄷ'자 형태의 옛 가정집을 통째로 가게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뒤로 돌아가 'ㄷ'자 안 쪽의 마당에 서서 어디를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주방(마루에 투명 여닫이문을 해놓은)에서 한 아주머니가 음식을 들고 나오시면서 자리없냐고 묻는 우리에게 "조금 기다리셔야 되요."라면서 뭔가 일을 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날이 정말 꽤 추웠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덜덜떨며 있자니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어쩌랴 자리가 없다라는데 기다려야지. 패밀리 레스토랑도 아니고 웨이팅이라니 좀 우습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때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다라는 생각이었다. 요리를 만드는데도 먹는 데도 금방인 라면집이니까 자리쯤이야 금방 날테고, 추워도 조금 기다리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때 그 주방 아주머니가 주방의 여닫이문이 조금 덜 닫혀있는 걸 다시 제대로 꽉 닫는 걸 보게되었다. 어.. 물론 여닫이문이 열려있으면 바람이 세게 들어오니까 당연히 닫는 게 맞긴 하다. 그런데 우리는 추워 떨면서 안마당에 서있는데, 그렇게 문을 꽉 닫아버리니 약간은 야박한 마음도 들긴 했다. 하지만, 뭐 이 정도야 당연히 이해가 가는 거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좀 더 기다렸다.

그렇게 3-4분쯤 기다리는데, 그 아주머니가 다시 음식을 들고 나왔다. 마루를 건너 방문을 열고 그 안 쪽 손님들에게 음식을 차려주고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보자니 작은 방에 4인용(치곤 좀 빡빡한) 테이블이 두 개 있는데, 한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있었고 다른 한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뭔가 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주머니가 음식을 차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 얘기를 나눴다. 음, 저기 비어있네? 그러게. 예약석이라도 되는걸까? 설마. 무슨 사정이 있나보지. 음~ 그럼 물어보자. 정도.

그래서 아주머니가 음식을 차리고 나오길래 물어봤다. '저기 자리 있는데, 저기 앉으면 안 되나요?'라고 말이다.

그 아주머니 대답이.

"큰 상이라 (두 명은) 안 돼요."

라는 것이었다. 그 한 마디를 던져놓고 다시 주방으로 총총 들어가시더라.

... 의미를 파악하는데 0.5초쯤 걸렸고, 의미를 파악하는 순간 진짜 열받아서 아직 어리둥절하고 있는 jopen의 팔을 확 잡아 끌고 나왔다.

사람이 정말 그러면 안 된다. 아무리 돈벌자고 하는 게 장사지만, 1-2명 더 받겠다고 자리를 비워둔채로 추운 날 사람을 밖에다 세워두는 게 어디있나. 백번 양보해서 고기집 정도라면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요리 하는데 오래 걸리고 먹는데도 오래 걸리고 해서 한 30분에서 1시간쯤 걸린다면 그 사이에 더 '많은 손님'을 받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 정도야 '기분나쁘지만...'이라면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빨리 먹고 빨리 일어서는 라면집에서 '큰 상이라 안 돼요'라는 말을 듣다니.

그 아주머니가 그 날따라 집에 안 좋은 일이 있다거나 해서 기분이 안 좋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좋게 생각하려고 정말 노력 많이 해봤는데, 안 되더라. 그냥 안 받는다라는 것도 아니고 니네 말고 좀 더 큰 손님이 받고 싶다라는 거였으니까, 어떻게 해도 용납이 안 된다.

맨 앞에 링크를 걸어둔 글을 읽었을 때, "음식점이 너무 지나치긴 했지만, 그래도 저런 식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건 좀 꺼림칙하지 않은가. 그냥 그 식당 사람들과 직접 얘기를 해서 상황을 개선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그 글을 쓴 사람의 심정이 절절히 와닿았다. 그런 음식점 사람들과는 다시 상종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라는 것이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풍문여고에서 정독도서관에 이르는 그 길은 어딘지 마음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아니다. 그 집은 물론 그 집 부근조차 가기 싫다.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지나야 할 때는 내 몸에 소금을 뿌리며 지나가리라.

음식점 손님도 사람이다. 재료를 가공해 만든 음식을 소비하고 돈을 내놓고 가는 '지갑'이기 전에 손님도 사람이란 말이다. 사람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이토록 그리워질 줄이야.
2005/01/20 21:35 2005/01/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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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비스 마인드...

    Tracked from :+: 자유 쩜 오알지 :+: 2005/01/24 11:43 Delete

    어제 낮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한마디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랑스런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영화 시작 시각이 12시라 영화 보는 도중에

  1. # radiofun 2005/01/21 15:25 Delete Reply

    헉 너무하네요 이 추운 겨울에 4인용이라고 못앉게 하다니; 장사 하기 싫은가봅니다

  2. # 10021004 2005/01/21 15:27 Delete Reply

    허허

    헛웃음만 날 뿐이군...

  3. # 자유 2005/01/24 11:09 Delete Reply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곳은 도처에 널려있지.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잘못인 경우도 있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잘못인 경우도 있어. 대부분은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후자가 전자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듯. -_-;;

  4. # HaraWish 2005/01/24 15:01 Delete Reply

    흐~ 그러고보니 자유는 올 겨울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별의별 손님들을 다 만나봤겠구나. 그때 손님들 얘기 쓴 거 보니까 내가 더 화가 나던데. ^^

  5. # suha 2005/01/25 09:47 Delete Reply

    아아..삼청동 쪽이 좀 서비스가 안좋은 편이지요.
    굳이 친절하게 안해도 사람이 많이 오기 때문일까나..
    저도 그 동네 가서 기분상한 적이 많았다는..

  6. # HaraWish 2005/01/25 23:17 Delete Reply

    아는 분의 말에 따르면 그 동네는 회사원들이 주 타겟이기 때문이라 한 두명이 성질내도 별로 변할 게 없다던데. ^^; 뭐, 강남이나 대학로에서 이렇게 하면 금방 가게 문 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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