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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영화
며칠 전 참으로 오랫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출국일날 개봉해서 저를 안타깝게 한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은 이미 내려버렸고, '혈의 누'가 잘 나가는 모양이던데 간만에 극장가는데 피를 많이 보고 싶지는 않고 해서 '킹덤 오브 헤븐'을 봤습니다.
사전 정보는 1002가 말해준 '액션 씬이 반지의 제왕 팬들에게조차 만족스러운 수준이다'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만족스럽습니다. 알고 보니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캇 감독 영화였지 뭡니까. 초반 한 3분의 1정도 극이 좀 어설프게 흘러가는 걸 제외하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 정도 알고 영화보러 가시는 것도 좋겠네요. ^^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실 분들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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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비록 '카톨릭의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으로부터 수복한다!'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긴 했지만, 여러 이유들이 겹쳐진 전쟁이었기에, 특히 그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서구 문명보다 문명이 발달한 이슬람 문명에서 뭔가 뺏어먹을 것 없었을까 싶어서 야만적인 서구인들이 떼로 몰려가 이슬람을 친다'라는 것이었기에, 서구인의 눈으로 그려진 십자군 전쟁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시대 배경 자체가 이미 그 이슬람을 친 뒤, 예루살렘을 빼앗고, 이후 카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하다가 전쟁이 발발, 카톨릭이 예루살렘에서 물러나는 쪽이니 딱히 문제될 부분도 없었다고 해야겠죠. :)
주인공 발리안이 프랑스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다가 어떤 영주(예루살렘에 영지를 갖고 있는 이였죠) 하나가 "내가 니 애비다."라며 등장하자, 이런 저런 일로 따라나서고 그러다 애비가 화살맞아 죽으면서 낙하산 영주가 되어 예루살렘에 정착하게 된다라는 게 초반 3분의 1정도입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했습니다. 주인공 발리안을 통해 당시 유럽에서 십자군전쟁에 참전하는 이들의 동기(이를테면 1. 발리안의 아내가 자살했는데, 성전에 참여하면 그 죄를 구원받을 수 있다. 2. 발리안은 봉건사회에서 지배계급이라 할 수 있는 사제를 살해했는데, 봉건 질서 내에 발붙일 곳이 없자 뭔가 인생 새출발의 땅으로서 예루살렘에 간다. 3. 대장장이에 불과한 발리안이지만 예루살렘에서는 영주가 되는 등 신분 이동을 할 수 있다.)같은 것을 비춰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약간은 산만하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부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아무리 당시 시대가 예루살렘에서 인생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대장장이 일을 하던 발리안이 이후 도시 계획, 치수, 전투, 전쟁까지 잘한다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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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전투 씬은 반지의 제왕 1편 마지막 숲 속 전투를 연상시킬 정도로, 혹은 그 이상의 박진감이 있긴 했지만, 극의 흐름 자체는 숲, 바다, 사막 등등 왔다 갔다 하며 좀 정신이 없었죠.
산만하던 극은 예루살렘에 이르러 신흥 낙하산 영주 발리안이 예루살렘의 왕 볼드윈 4세를 만나면서 중심을 잡아갑니다.
볼드윈 4세? 바로 '가면왕'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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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와는 공존할 수 없다며 한몫잡기 위해 툭하면 이슬람 세력을 도발하는 카톨릭 내 주전파들을 카리스마로 누르면서, 위태위태한 이슬람과의 공존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그 가면왕 말입니다. 나병에 걸려 팔다리가 문드러져가면서도 몸이 휘청휘청 비틀거리면서도, 가면 속의 언제 감길 지 모르는 그 충혈된 눈으로 이슬람 군사들을 설득해 돌려보내고 주전파들을 엄벌하는 모습들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도대체 저 배우는 누구길래 가면을 쓰고도 저런 오오라를 뿜어내는 것이냐!라고 궁금해했었는데, 에드워드 노튼이었다고 하는군요. 아흑 그러면 그렇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능력에 의존한 평화는 오래 가기 힘든 것이죠. 가면왕의 사후, 곧바로 주전파가 권력의 핵심에 등극하면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나, 대부분 영화 속의 주전파들이 그렇듯, '킹덤 오브 헤븐' 속의 주전파들도 큰 소리만 칠 줄 알았지 현실 감각 및 전술 능력은 꽝인지라 궤멸.
리들리 스캇의 영화답게 막판은 영웅의 손에 맡겨집니다. 근방 영지에서 치수 및 개간으로 내치에 힘쏟던 발리안은 아버지와 가면왕의 유지를 받들어 예루살렘 사수, 아니 예루살렘 주민 사수에 나서고, 이슬람의 술탄은 십자군의 주력을 궤멸 시킨 뒤 예루살렘 총공세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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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멋진-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전쟁신이 펼쳐집니다. 이건 정말 큰 화면에서 쾅쾅대는 소리와 함께 보시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일대일 전투, 소대 단위의 전투, 공성전 등등등 그 시대 전쟁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스크린에 쓸어 담고 있지 않나 싶네요. '스펙타클'이라는 말은 이런 때 써먹으라고 만든 말이지 싶을 정도이고, 병사들이 서로 부딪칠때의 그 박진감이란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손에 땀이 날 정도고 말이죠.
영화는 발리안이 끝까지 버텨서 예루살렘은 내주되 주민들은 유럽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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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습니다. 당대의 스타일리스트라는 리들리 스캇의 화면빨을 보고 있는 것도 즐거웠지만,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등 배우들의 무게감도 정말 좋았어요. 특히 올랜도 블룸은 언제 그렇게 훌쩍 커버렸는지 단단한 사나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더군요. 마치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트로이'의 헥토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연기를 못한 건 아니지만 영화에서 결국 싸나이들의 악세사리가 되어버리고 만 시빌라 공주 역의 에바 그린에게는 애도를..;;
ps : 그나저나 이렇게 스펙타클한 게 계속 나오니 영화감독들은 골머리 좀 앓겠네요. 관객들의 눈은 갈수록 높아진단 말이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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