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나는 이렇게 웃지 못했었다.
Posted 2005/07/04 22:32, Filed under: 기록
이번에 캐나다 갔을 때, 중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왔었다. 보통 구름은 태평양 쪽에서 록키산맥을 넘으면서 비를 다 뿌려버리기 때문에, 록키산맥의 서쪽은 늘 건조한 곳이라는데, 우연히 우리가 갔을 때는 몇십년만의 폭우가 와버렸던 것이다.
물론 그 폭우는 일기예보를 보고 다른 곳으로 피했지만, 그 폭우가 오기 바로 전날밤, 예고편처럼 비가 제법 왔었다. 아침에는 비가 그쳤기 때문에 야외조사를 하러 나가긴 했는데, 노두 상태가 정말 최악이었다.
이 지역은 점토광물이 많아서 평소에도 좀 습하다 싶으면 좍좍 미끄러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비가 내린 다음 곧장 갔으니 오죽했겠나. 정말 미친듯이 미끄러졌다. 경사진 뻘이라고 해야할까. 사진의 비탈을 다른 길로는 엄두도 못 내고 덤불들이 있는 곳으로 해서 겨우 올라갔었다. 올라가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좍좍 미끄러졌고, 어쩔 수 없이 손을 포기하고 네 발로 기다시피 다니기도 했다.
당연히 짜증이 났다. 진흙이 덮고 있어서 관찰도 쉽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조금 미끄러질때마다 쌍시옷소리를 해대며 투덜거리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 쪽 서점에서 산 그 지방 안내서를 보고 있자니 아래같은 사진이 있더라.

똑같은 지형이고, 이 사람은 아주 된통 미끄러졌다. 다친 곳은 없겠지만 옷은 왕창 버렸다. 참으로 xx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저 사람. 웃고 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이 여기까지도 '깔깔깔'하는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무슨 목적인가를 위해 어딘가로 가려다가 크게 미끄러져서 옷도 잔뜩 버렸는데 짜증은 커녕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없다는 듯이 웃고 있다.
똑같은 상황. 하지만 나는 이렇게 웃지 못했었다.
할일을 미루며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과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서로 완전히 다른 얘기이다. 바쁘게 일하면서도 저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일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마음 한 켠에 '어쩌지 어쩌지-'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은 겉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실제로는 삶에 쫓기고 있는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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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바쁘게, 마음은 여유있게 - 생활신조입니다만, 잘 되지 않아서 서글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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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몇십년이 아니라 200여년만이랬어요..;; -
여우사랑 // 몸은 여유있게, 마음만 바쁘...면 낭패일텐데 말이죠;;;
희진 // 정말? 그런 정도의 폭우였단 말인가. 하긴 수재민이 발생할 정도였으니. -
저..저것은.. 아마도... 바로전에 함 미끄러져서
에잇..옷도 버려버린것! 맘놓고 미끄러져 보세~
가 아닐까? 의외로 재미있을지도 -_-; -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차, 더구나 렌터카 더럽히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강했던 듯. 맘놓고 옷을 버려본지도 오래 되었구만. 훗훗. 재미는 있을겨. 저기 미끄러지는 게 거의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