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캐나다 록키산맥 연수보고서
Posted 2005/07/09 17:42, Filed under: 기록'잘 써야 한다'라는 마음은 있었으나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또 막판에 후닥닥 써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죠. 으음. 사실 여기 올리기에는 굉장히 민망한 수준(원래 예전에는 그야말로 '보고'수준이었는데 신경쓰라고 하다보니 기행문이 되어버렸습니다.)인데 다른 곳이긴 해도 어차피 웹에 올라가는 것이니 이 곳에도 후닥닥 올려봅니다. 그나마 드럼헬러랑 타이렐 쪽은 '나름대로' 신경써서 쓴 부분이에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다 다듬어서 제대로 써보고 싶은데 어찌 될 지 모르겠네요. 다른 사진들도 좀 같이 올리고 해야 하는데 흐음~ 뭐 시간되면 더 고쳐가는 걸로 하고 일단 이거라도 올려봅니다.
스크롤의 압박
연 수 보 고 서
[ 연수명 ] Canadian Rockies 주변의 고생대, 중생대 지층에 대한 야외조사 및 AAPG학회 참석
[ 연수목적 ] 캐나다, 앨버타 주 록키 산맥에 분포하고 있는 고생대 / 중생대 지층 야외조사를 통해 삼각주 전면에서부터 하성환경에 이르는 퇴적상과 조석대에서 만들어진 퇴적구조들을 관찰하여 현재 연구 중인 중국 산동 지방의 고생대 지층의 퇴적환경 연구에 기초를 마련한다. 또한 캘거리에서 열리는 미국 석유 지질학자 협회 (AAPG: American Association of Petroleum Geologists)의 연례회의에 참가하여 세계 전역의 퇴적학 연구자들과 교류한다.
[ 세부일정 ]
6월 13일 : 인천 공항 출국. 뱅쿠버를 경유하여 캘거리 공항에 도착.
6월 14일 : 밴프 국립공원의 도로 변 노두와 루이즈 호수 등에서 야외조사.
6월 15일 : 캔모어 주변의 그래시 호수에서 야외조사.
6월 16일 : 드럼헬러로 이동, 배드랜드 야외조사.
6월 17일 : 배드랜드 야외조사, 왕립 타이렐 박물관 방문. 에드먼튼 경유, 재스퍼로 이동.
6월 18일 : 재스퍼로 이동. 재스퍼 국립공원 도로 변 노두 야외조사.
6월 19일 : 재스퍼 국립공원 아이스필드 야외조사, 캘거리로 이동
6월 20일 : AAPG 연례회의 등록, 참가
6월 21일 : AAPG 연례회의 참가
6월 22일 : AAPG 연례회의 참가
6월 23일 : 캘거리 공항 출발, 뱅쿠버 경유.
6월 24일 : 인천 공항 도착. (날짜변경)
- 원래 일정은 14-15일 드럼헬러, 16일 밴프의 시비 댐, 17일, 밴프의 얌네스카, 18일 그래시 호수, 19일 밴프 도로변 노두 관찰이었으나, 17-19일 동안 캘거리, 밴프 부근에 수십 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서 야외조사가 불가능하였기에 일정을 다소 수정하여 재스퍼 국립공원 쪽에서 야외조사를 수행하였다. 원래 계획했던 시비 댐 부근 노두는 관찰하지 못했지만, 재스퍼 국립공원의 아이스 필드, 아타바스카 폭포 등에서 빙하, 빙하지형, 하성 퇴적층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 연수내용 ]이번 캐나다 야외조사는 몇몇 특정 장소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긴 했지만, 실제로 이를 엄격히 구분해내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전체 연수 내용을 일정별이 아닌 각각의 큰 주제(그래시 호수, 드럼헬러, 박물관 방문, 빙하지형, 학회 참가)로 묶어서 서술하도록 하겠다.
* 그래시 호수(Grassi Lake) - 데본기의 탄산염 퇴적암층
그래시 호수 주변에서는 데본기인 3억8천만 년 전부터 3억6천만 년 전 사이에 퇴적된 탄산염 퇴적암층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은 주로 산호초 퇴적암들로서 앨버타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저류암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가 잘 되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데본기 퇴적암층이 나타나지 않는데다가 이 곳과 같은 대규모의 산호초 퇴적암층을 보기가 쉽지 않았기에, 산호초 퇴적암층과 산호초를 이루는 생물의 화석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먼 곳에서 바라본 산호초 퇴적 지형 (노란 점선으로 표시한 왼쪽 부분). 지형적으로 작은 산과도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다. 지금껏 관찰해온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타나는 작은 둔덕 크기의 reef와는 크게 비교된다.

그래시 호수 옆의 노두. 멀리에서 주요 퇴적 단위들을 구분해낼 수 있다. 사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상부층서이며 사진 중앙 아래 쪽에 아주 작게 찍힌 사람을 통해 그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퇴적상이 shallow lagoon에서 stromatoporoid banks, bioherm, flank deposit등으로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노두에서는 Cairn 층과 Southesk 층이 나타나는데, Cairn 층은 층리가 명확하지 않으며, 흑색-암갈색 정도의 돌로마이트가 대부분인데, 회색의 스트로마토포로이드 화석이 많이 산출되고 있다. 이에 반해 Southesk 층은 주로 밝은 회색의 돌로마이트와 석회암으로 이뤄져있다. 산호초를 기술할 때에는 산호초의 크기, 평면에서의 모양 뿐 아니라, 산호초의 성장기에 서식했던 생물체들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곳 그래시 호수의 노두에서는 과거 산호초를 이뤘던 생물체들이 화석으로 잘 남아있었다.

산호초를 이루고 있는 생물의 화석들. (a) stromatoporoid, 사진에서와 같은 불규칙적인 공극 때문에 산호초 퇴적암이 석유 저류암으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b) branching coral (c) amphipora (d) gastropod
* 밴프 국립공원 - 밴프 트래픽 서클, 얌네스카 산, 런들 산
14일과 19일에는 밴프 국립공원 내에서 야외조사를 수행했다. 밴프 트래픽 서클에서는 쥐라기 후기에서 백악기 초기에 퇴적된 Fernie 층과 Morrisey 층에서 fine sand와 mudstone이 교호하는 것과 함께 층리면에서 flute mark와 흔적화석을 관찰하였다. 그 외 이동하면서 잠시 멈춰서 얌네스카 산이나 런들 산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캐나다 록키산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의 스러스트 구조들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런들 산(Rundle Mountain), 산허리로 스러스트가 지나가는 전형적인 캐나다 록키산맥의 모습을 보여준다.
* 드럼헬러 - 백악기의 쇄설성 퇴적암층
드럼헬러는 캘거리 시로부터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100여km에 위치하는데,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곳이라 식생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아 ‘배드랜드(badland)’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배드랜드의 지층은 기본적으로 후기 백악기인 750만-700만 년 전 사이에 퇴적된 Bearpaw층, Horseshoe Canyon 층으로 이뤄져있다. Bearpaw층은 적갈색의 셰일로 이뤄져있고, 그 위의 Horseshoe Canyon 층은 주로 밝은 색의 사암으로 이뤄져있으나 부분적으로 이암이나 탄층이 협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이 지층들은 삼각주, 하구, 조간대 등의 환경에서 퇴적되었고, 각 환경을 잘 반영하는 퇴적구조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해서, 현재 수행중인 중국 산동지방에 나타나는 조간대 지층의 환경해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럼헬러 지역의 전경. 유수의 침식 작용으로 조금 작긴 하지만 마치 그랜드 캐년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지형이 전형적인 배드랜드이다.
하지만 실제로 노두를 처음 보는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백악기의 지층임에도 이들 지층이 아직 고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 비가 내린 터라 점토들이 흘러내려서 퇴적구조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목표하는 부분을 도구를 이용해 긁어내야만 했다. 한 눈에 퇴적구조가 잘 관찰되는 단단한 쇄설성 퇴적암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처음에 당황하긴 했지만, 관찰을 거듭할수록 당혹감은 놀라움으로 바뀌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를 깎으며 생긴 작은 노두를 바라보면서 전체 환경을 상상해가며 해석했어야 하는데, 이 곳에서는 비록 가까운 곳에서는 긁어내야 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멀리서 봤을 때는 수십 km에 달하는 넓은 평원이 퇴적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상상하지 않더라도 전체 환경 자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현재 바다에서 하구부터 조간대에 이르는 땅덩어리를 통째로 들어올려 그 위에서 관찰하고 있다고나 할까?
지층을 하부에서 상부라는 수직적 관점만이 아닌,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는 식으로 수평적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새로웠다. 워낙 큰 규모로 지층들이 드러나고 있어서 사주는 어떻게 이동하는지, 같은 삼각주라고 하더라도 육지 쪽에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각각의 퇴적양상들은 어떻게 변하는지, 조간대에서는 어떤 퇴적구조들이 나타나는지, 늪지는 어떤 퇴적기록을 남기는지 등을 별다른 상상을 하지 않고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드럼헬러 지역의 노두 모습. 하부의 밝은 갈색을 띄는 부분이 Bearpaw 층이며, 그 위(사진에서는 오른쪽에 식생이 끝나는 부분)로 Horseshoe Canyon 층이다. 그 위로는 Whitemud 층, Battle 층, Scollard 층들이 덮고 있다. 이러한 큰 규모의 노두에서는 사주의 이동 등 큰 규모의 퇴적구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정상 부근에 보이는 검은 색의 층은 탄층이다.
퇴적환경 뿐만 아니라 과거 생물체의 흔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검게 보여서 쉽게 식별이 가능한 석탄층을 제외하고도, 규화목, 굴껍질 화석, 흔적화석 등이 관찰된다고 하는데, 이런 화석들을 환경해석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특히 생물체가 수직으로 모래를 파고 들어가다가 그 구멍이 무너지지 않게 자신의 분비물로 구멍의 벽을 단단하게 해준 흔적이 남은 것이라는 ophiomorpha나 굴껍질 화석의 경우 거의 곧바로 해당 퇴적환경을 짚어낼 정도였는데, 시기는 다르지만 중국 산동에서 비슷한 퇴적환경에서 나타나는 여러 흔적화석들로도 이러한 환경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래 드럼헬러에서 이틀간 야외조사를 하기로 했었고, 첫째 날은 윤승호 박사님의 가르침덕에 해당 지역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둘째 날은 학생들 스스로 관찰을 하며 토론을 해보고자 했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노두의 상태가 좋지 않아 관찰이 쉽지 않았다. 지층에 점토광물인 벤토나이트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물기를 머금을 경우 부피가 팽창하면서 쉽사리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얼음판보다 심한 미끄러움에 익숙해지던 점심 무렵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드럼헬러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다음에 기회가 다시 온다면, 드럼헬러 지역은 보다 시간을 갖고 면밀히 살펴보고 싶다.

(왼쪽) 여러 벌의 사층리 가운데 한 벌을 표시해봤다. (오른쪽) 흔적화석 ophiomorpha
* 왕립 타이렐 박물관 - 세계 최고의 공룡 화석 박물관
드럼헬러 부근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배드랜드(불모지)’이지만, 풍부한 것도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공룡뼈를 비롯한 각종 화석들이다. 1884년 J. B. 타이렐(Tyrrell)이 처음으로 Albertosaurs의 두개골을 발견한 이래로, 이 지역에서 공룡 뼈 화석들이 수도 없이 나왔고, 1985년 마침내 공룡산지 바로 옆에 왕립 타이렐 박물관이 건립되었던 것이다. 3000여 평 크기의 이 박물관은 적어도 공룡에 관해서만큼은 양과 질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고 얘기되고 있는데, 비록 공룡과 같은 척추동물 화석을 전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분야인 고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고생물학’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어 흥분됐다.
박물관 입구에는 여름 캠프 교육 프로그램 포스터 대회에 학생들이 응모한 것들을 전시해놓았고, 그 안 쪽으로는 과학관이 있었다. 밀도 차이는 무엇인지, 퇴적물들이 쌓일 때 입자 크기가 어떻게 분리되는지, 단층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 기초적인 부분들을 관람객들이 간단한 조작을 통해 실험을 해보고 원리를 깨닫도록 하고 있었다. 여타의 다른 과학관들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매패류와 완족류의 근육, 인대 움직임을 통해 껍질을 여닫는 모델도 전시해놓는 등 꽤 전문적인 내용들까지 다루고 있던 것이 특징이었다. 과학관을 지나면 박물관 건립에 보탬이 된 사람들, 이 지방의 공룡 화석들을 연구했던 선구자들의 간단한 약력과 그들이 발굴해낸 화석들을 전시해놓아, 이 지방의 ‘고생물학 연구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관 앞에는 실제 화석을 발굴할 때 쓰는 도구들과, 화석처리 연구실을 옆에 놓아 관람객들이 실제 연구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앨버타 지방 공룡화석 연구의 선구자, J.B.Tyrrell (2) 그가 채집한 화석 중 일부 (3) 야외에서 공룡뼈를 발굴해 실험실로 옮기는 방법 (4) 예전 연구자들이 발굴한 공룡화석들 (5) 실제로 화석 처리할 때 쓰는 연구실을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별 전시실을 지나고 나면, 각각의 시대에 따라 방이 구분되어있었는데, 고생대의 캄브리아기, 데본기, 페름기, 중생대의 백악기, 신생대의 제3기 등의 전시실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정도 규모의 박물관이라면 다른 곳에서 화석을 들여와서라도 모든 시대를 전시하려고 할 법도 한데, 이 곳 타이렐 박물관은 오직 해당 지역인 앨버타 주에서 나타나는 암석들과 화석들만 전시해놓고 있었다. 화석 산지도 아닌 곳에 박물관을 짓고 모든 시대의 화석들을 수입해서라도 구색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에 이렇게 해당 지역에만 충실한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타이렐 박물관의 각 전시실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의 화석 표본들이 있었다. 초기 생명의 형태 및 진화를 밝히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버제스 셰일 생물군부터 시작해서, 앨버타 지방에서 석유의 저류암 기능을 하는 데본기 산호초 퇴적암과 화석들, 그리고 백악기의 수많은 공룡들, 빙하기의 맘모스 등 화석 표본들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부족할 것만 같았다.

타이렐 박물관, 중생대 백악기 전시실의 전경
하지만, 타이렐 박물관의 진정한 힘은 ‘전시’만이 아니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모든 표본들을 적절하게 전시하고 설명하고 있었다. 곳곳에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들에 해답이 되도록 그림을 곁들인 설명이 적혀있었고, 각 전시실마다 비디오 장치가 있어서 해당 시대에 관해 기초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에는 컴퓨터를 설치하여 화석 데이터베이스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타이렐 박물관은 단순한 ‘화석 전시관’이 아닌 ‘거대한 교실’이 되어있었다.
2-3일에 걸쳐 화석들을 꼼꼼히 보고 설명을 충실히 이해할 시간을 갖는다면, 그 자체로 아마추어 화석 전문가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박물관의 프로그램 중에는 발굴에 관한 간단한 지식을 교육받고 이후 직접 발굴에 참여하는 것도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아마추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이다. 전문가와 일반 대중들이 완전히 괴리되어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통 사람들도 어지간한 아마추어의 소양을 갖고 있는 외국의 현실을 부러워했었는데, 바로 이런 박물관이 그런 기능을 해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박물관은 바로 수십 명 이상의 박물관 스탭들의 부단한 ‘연구’로 생겨날 수 있었다. 실제로 드럼헬러 지역에서 야외조사를 할 때 야외에서 화석을 채집하고 있는 박물관 직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매해 여름마다 십수 명이 팀을 이루어 발굴 작업을 계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자연사 박물관들이 ‘화석 수집 및 전시’에만 머무르며 ‘고정된 전시실’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타이렐 박물관은 ‘전시/교육/연구’라는 박물관의 3대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점을 느꼈다. 혹시라도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연사 박물관 건립에 한 손이라도 보탤 기회가 생긴다면 타이렐 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루이즈 호수 & 재스퍼 국립공원 - 빙하지형
야외조사 첫째날과 마지막날에 각각 방문한 루이즈 호수와 재스퍼 국립공원에서는 빙하지형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신생대에는 캐나다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있었고, 그런 빙하가 후퇴하면서 많은 호수와 현재의 지형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빙하 퇴적층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빙하 및 빙하 지형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교과서에서만 보던 빙하를 실제로 보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들이 보다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U자 침식지형, Lateral moraine, terminal moraine 등은 물론 빙하를 바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크레바스, 그리고 눈사태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재스퍼 국립공원, Columbian Icefield의 Athabasca 빙하. 빙하의 경계부를 매년 푯말로 표시해두고 있다. 약 15년 만에 빙하가 이토록 후퇴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밴프 국립공원, 빙하 침식으로 생긴 U자형 계곡
* 재스퍼 - 말린(Maligne)계곡, 로쉬 미에뜨 (Roche Miette), 아타바스카(Athabasca) 폭포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밴프 국립공원을 경유해 캘거리로 돌아올 때에는 말린 계곡, 로쉬 미에뜨, 아타바스카 폭포 등을 관찰하였다. 말린 계곡에서는 유수의 침식 작용으로 깊은 협곡이 생겨난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아타바스카 폭포에서는 과거 수로(abandoned channel)였던 곳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사층리가 여러 벌 발달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 미국 석유 지질학자 협회(AAPG) 연례회의
이번 연수의 마지막 사흘인 20일부터 22일까지는 캘거리에서 열리는 미국 석유 지질학자 협회(이하 AAPG)의 연례회의에 참석하였다. AAPG는 지질학, 특히 석유, 천연가스, 기타 자원 연구의 진전을 위해 결성된 85년 역사의 단체로서, 서로 다른 분야간 학자들의 교류를 위해 매년 연례회의를 갖고 있는데, 이번 캘거리 회의에서는 50명의 구두발표, 60개의 포스터 발표 등 사흘 동안 1000여건의 중요한 학술 발표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동안 국제학회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으나 이번 AAPG처럼 대규모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 코엑스 전시관과도 같은 큰 건물을 빌려 학회를 치루고, 등록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 줄을 서는 풍경에 낯설었다. 학회장은 공간적으로 크게 구두발표, 포스터발표, 기업전시회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구두 발표와 포스터 발표 쪽에 집중했다. 발표가 워낙 많아서 동시에 여덟 곳의 발표장에서 구두 발표가 이루어졌기에, 전체 일정표를 보고 듣고자 하는 발표를 잘 골라들어야 했다.

AAPG 연례회의, 회의장 입구
석사 과정 중에 천해성 탄산염 퇴적암인 강원도 태백층군의 대기층을 연구했었고, 현재 중국 산동에서 조간대 부근의 쇄설성 퇴적암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되는 주제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 shorefaces와 delta front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제언한 Bhattacharya 교수의 발표, 그리고 화성에서 나타나는 퇴적암체를 비롯해서 많은 중요한 발표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캐나다 흔적화석연구그룹(IRG : Ichnofossil Research Group)의 활발한 연구활동이었다.
IRG는 캐나다 앨버타 주립대학의 Pemberton 교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그룹인데, 구두 발표와 포스터 발표 양쪽에서 엄청난 양과 질의 발표를 하고 있었다. 현재 퇴적학 쪽의 주된 흐름이 그동안 다소 경시되어왔던 흔적화석을 이용해 과거의 퇴적환경을 유추하자라는 것인데, IRG는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캐나다 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구두발표에서 계속해서 화두를 던지는 등 해당 분야를 완전히 선도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남대 전승수 교수님의 학생들이 이제 막 연구를 시작했을 뿐, 학계 전반적으로는 흔적화석에 대한 연구가 아주 미약한 편인데, IRG의 연구활동들을 보고 있노라니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연구 중인 중국 지역의 쇄설성 퇴적암에서도 흔적화석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흔적화석을 연구하는 것은 바로 필자의 몫이기도 하다.
AAPG 연례회의는 그 개최목적에 맞게,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갔는데, 전반적인 학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 사사 ]
열흘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연수기간이었다. 초행길인데다가 예기치 않게 폭우가 쏟아져 애초 계획한 것을 수정해야 하기도 했다. 학회 참석 사흘을 제외하면 일주일 동안 약 2200km를 이동하면서, 매일 아침에 출발해 밤까지 조사를 하고 이후 숙소를 찾아 헤매는 등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찬 기간이었다.
‘지질학의 교과서’라고 부를 법한 캐나다의 자연 속에서 여러 구조, 지형, 퇴적환경 등을 관찰할 수 있었고, 타이렐 박물관을 방문하여 우리보다 앞서있는 대중교육 체계를 느낄 수 있었으며, AAPG 연례회의 참가를 통해 세계 학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압축적으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혹여나 다음번에 유사한 기회가 생긴다면 보다 철저히 준비해서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올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에 지도교수님과 사업단에 감사하는 문장은 블로그에선 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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