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6일. 사람들이 성탄절 연휴에 여전히 달콤히 젖어있을 무렵, TV에서 긴급속보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진도 9.0의 어마어마한 지진이 인도양에서 발생했고, 이후 쯔나미로 해안가가 초토화되면서 수만 명(현재는 수십 만명.)이 사망했다라는 소식은 사람들을 당혹케했지요. 해안선이 바뀌어버린 위성사진에 곳곳에 현지의 피해 사진들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도 궁금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거야?', '지진이니 판구조론이니 하는 건 그래도 조금 들어나 봤는데, 쯔나미라는 건 대체 뭐야?'
인접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조금은 긁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봅니다. 글에서는 쯔나미의 발생과 이동 등에 대해 설명하고 몇 가지 토막상식들을 다룰 생각입니다. 이번 쯔나미를 일으킨 지진이나 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판구조론 쪽에 대해서는 글의 주제상 다루지 않겠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비유를 들고 있는데 실제 현상은 이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음을 우선 밝힙니다. 참고 문헌을 달아둘테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죠. 그럼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지진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시작합시다.
쯔나미가 대체 뭐냐?
사람들의 첫번째 질문은 아마도 이것이겠죠. 뉴스고 신문이고 '쓰나미'. 혹은 '쯔나미'하며 난리를 치고 있는데, '쯔나미'라는 게 대체 뭐냐라는 질문 말입니다.
간략하게 용어 정리를 해봅시다. 쯔나미(津波 : tsunami)는 일본말로서 '바다물이 급격하게 출렁대면서 생긴 일련의 연속된 파도들' 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보다 얘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물이 가득 담긴 세수대야를 하나 생각해보죠. 그리고 그 세수대야의 바닥을 아래에서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아니면 위에서 돌멩이를 던져넣거나 흙을 확 붓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죠. 세수대야의 가운데로부터 물이 출렁이고, 그에 따라 세수대야 가장자리로 동그란 파문이 번져나갑니다. 세수대야의 가장자리에는 출렁이는 물결이 여러 번 연속해서 닿게 되는데, 그런 현상이 바다에서 일어난 것이 바로 '쯔나미'인 셈이죠.

쯔나미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동일하다?
물론 이번에 발생한 쯔나미는 세수대야 속의 물이 출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지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상해보고 싶다면, 위의 비유에서 세수대야에 가득찬 물을 인도양으로 바꿔보세요. 그리고 세수대야의 바닥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대신, 총길이 1,000km 구간의 해저에서 위아래로 10m정도 땅이 어긋난 진도 9.0의 지진(
관련기사)을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위에 있는 인도양의 바다물이 출렁대며 세수대야에서처럼 파도가 멀리 퍼져나가겠죠? 그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입니다.
그럼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쯔나미를 발생, 이동, 도착의 3단계로 나눠서 얘기해보지요. 그림이 좀 더 예쁘면 좋겠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주시길.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인지라 실제 비율과는 다릅니다.)
1단계 : 쯔나미의 발생
세수대야의 바닥을 때리듯이, 물을 (크게) 출렁이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쯔나미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번과 같이 해저의 지진이 쯔나미를 일으키지만, 화산 폭발이나 해안가의 갑작스런 사태(육지든, 빙하든 간에), 나아가 매우 드물긴 하지만 아주 큰 운석이 바다에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들 모두가 원인이 될 수 있죠. 무엇에 의해서든간에 바다가 크게 출렁이게 되면, 이는 파장(긴 것은 파장이 200km에 달하기도 한다는군요.)이 아주 긴 파가 되어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2단계 : 쯔나미의 이동
이 부분이 아주 쯔나미의 엽기적(?)인 부분이죠. 파도의 속도는 수심의 제곱근에 비례[V=루트(g*d), g는 중력가속도, d는 수심]하기 때문에, 깊은 바다에서는 이게 그야말로 초고속 파도가 됩니다. 이를테면, 태평양에서 어지간한 곳은 수심이 4,600m 정도 되는데, 이런 곳에서 쯔나미의 속도는 무려 초속(!) 212m를 자랑하게 됩니다. 에, 시속으로 하면 대충 750km 정도가 되나요? 파도의 전파속도가 이렇게 엽기적이다 보니, 알래스카의 알루샨 열도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파도가 꾸물텅 꾸물텅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에 도달하는 건 고작 5시간 정도 후라는 얘기입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소식 들었어? 저 멀리 지진났대."라고 사람들끼리 얘기할 정도면 쯔나미는 이미 해안 주변에 와있을 정도랄까요.
또 특이한 점은 먼바다에서의 쯔나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력한 파도'처럼 파고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먼 바다에서라면 파고의 높이는 고작 30-60cm 정도에 불과합니다. 시속 700km로 해수면을 가로지르면서 높이는 수십 센티미터. 먼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의 경우는 '응? 뭐가 지나갔냐?'라는 정도로 거의 인식조차 불가능하죠. 날씨 맑은 날, 먼바다에서 아무 이상없이 고기를 잡다가 마을로 돌아와보니 마을이 풍지박산 나있더라...하는 일본 어촌 쪽에 흔히 있는 쯔나미 전설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이 때문에 쯔나미의 예보가 힘들며, 쯔나미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해도 제대로 된 경보 시스템이 없다면 해안의 사람들이 피신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것입니다.
3단계 : 쯔나미의 도착(?)
지진 등으로 물이 출렁여서 발생한 파도들은 수백km를 아주 빠르고 낮게 '잠행'해오다가, 해안에 이르러 수심이 얕아지면 '살인파도'로서의 그 본색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파도는 지금까지 맹렬하게 달려왔었는데, 수심이 얕아지면서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뒤에는 계속해서 다른 파도들이 몰아닥치고 있지요. 어떻게 해야할까나. 좁은 공간에 파도들을 우겨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로 파도는 '높아'집니다. 그것도 무지무지 높아져요. 먼바다에서는 30-60cm의 높이에 불과했던 파도가 수심이 얕은 해안가에 와서는 갑작스레 10-20m(보통은 3m 수준이라고 하네요.), 조건에 따라서는 30m의 높이가 되어 해변을 덮칩니다. 이게 바로 지진 그 자체보다도 더 무서운 지진이 만들어낸 쯔나미의 실체이지요. 말이 30m이지 10층 건물 높이의 파도라니, 상상도 안 되죠.
쯔나미가 만들어내는 파도의 높이는 해안의 지형(산호초, 만, 하구, 해저지형) 등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상식적으로 쉽게 생각해봐도 바다 아래에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있어서 쯔나미의 파괴력이 줄어든다면 파도의 높이 또한 낮아지겠죠. 실제로 이번 쯔나미에서도 해안 주변에 산호초가 번성했던 몰디브 쪽은 파도의 높이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낮았다고 하지요(
관련기사). 게다가 파도의 속도가 수심에 비례하기 때문에, 바다와 접한 부분의 수심이 깊다면 파도가 속도는 빠르지만 높지는 않을 수도 있죠. 예를 들어 한 미군기지가 있는 섬이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이를 두고 음모설(
관련기사)이 퍼져나오고 있지만, 이는 미군 측의 성명대로 앞쪽에 깊이 4,500m의 해저협곡이 있는 데다가, 수심도 깊었기에 쯔나미의 파괴력이 적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요.
쯔나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실 '대처'한다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을테고, 쯔나미가 해안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그 징후라던가 양상같은 걸 짚어보려 합니다. 인생에 이런 자연재해를 겪게 되는 일 자체가 불행한 일이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조금이라도 덜 불행해지려면 정말 '아는 게 힘'이니까요.
쯔나미가 참 곤란한 것이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태풍으로 인한 해일 때와는 다르게, 쯔나미는 날씨와는 상관없이 덮칠 수 있으니까 그만큼 해안에서 피해를 입기 쉽습니다. 해안가 주변에서 쯔나미를 목격하고 "어, 쯔나미다."라며 대피한다면, 이미 늦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 멀리 눈에 보이는 수평선 부근에서는 쯔나미의 파고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바로 코앞에서 파도의 높이가 확 높아져서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늦어버리니까요.
경우에 따라서 파도가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해변에서 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수백-수천km의 바다를 시속 700km 정도로 달려오던 파도는 수심이 얕아지면서 속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떨어진다고 해도 시속 30-40km (때에 따라서는 시속 160km) 정도는 됩니다. 무릎 정도 밖에 오지 않는 파도라고 해도 그 정도의 빠르기라면 사람은 힘없이 쓸려가버리고 맙니다. 실제로 최근 뉴스에 방송된 영상에서는, 한 관광객이 파도가 오는 걸 보고도 해변에 그냥 앉아있다가 그냥 휩쓸려가는 끔찍한 모습도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쯔나미가 해안을 덮치기 직전에 바다물이 쫙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일이 몰려오기 직전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1km 정도 쑥 물러나길래 여행객들은 신기해하며 구경을 하는데 현지인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무사히 돌아온 한 관광객의 증언입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쯔나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 인간은 쯔나미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해안가에 있는데, 주변에서 지진이 났거나 혹은 쯔나미 경보 같은 것이 울렸다면, 무조건 해변으로부터 멀리, 그리고 높게 도망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있다면 얘기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에서 썼다시피, 먼바다에서는 파도가 빠를 뿐, 파고가 높지는 않기 때문에, 이 때는 어설프게 정박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먼바다로 나가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일본의 어부들처럼 말이죠. "오전 10시반쯤 현지인들이 갑자기 (물에서) 빨리 나오라고 하더니 배에 태워 먼바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피피섬 쪽을 보니 큰 파도가 몰려가는 게 보이더라. 그렇게 7시간 넘게 머물다가 오후 6시께 섬으로 돌아가보니 참혹했다. 우리가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며 다른 방갈로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죽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막 널려 있었다.(
관련기사)" 얕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현지인의 도움으로 먼바다로 나가 목숨을 구한 한 관광객의 말입니다.
또 기억할 것은 쯔나미가 단 한 번의 파도가 아니라 연속된 파도들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여러 개의 물결이 세수대야의 가장자리를 치는 것처럼, 쯔나미도 여러 번 파도가 칩니다. 완전히 안전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몇 십분이 될 수도, 몇 시간-하루가 될 수도 있습니다.)는 대피해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길게 썼지만, 간단합니다. 해안가에 있고, 지진이 났다 싶으면 일단 피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는 거죠.
쯔나미 경보 시스템
지진이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쯔나미의 경우도 예측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쯔나미가 발생했음을 좀 더 빨리 알아채고 대피할 수는 있겠죠. 20세기 들어 큰 쯔나미가 발생한 곳은 주로 태평양이었고, 미국, 일본 등의 태평양 인접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 26개국이 태평양에 쯔나미 경보시스템을 만들었죠. 쯔나미 경보 시스템은 태평양의 지진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바다에 센서를 장착한 부표들을 띄워놓고, 쯔나미가 감지(유속이 시속 수백km이상인 파도라던가 하는 식으로)되면 경보를 발효하게 되어있죠. 실제로 일본이나 하와이 같은 경우는 그동안 피해를 많이 입었었고, 그에 따라 경보/대피 체계 같은 것이 잘 되어 있어서 최근에는 피해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인도양에서는 그동안 큰 쯔나미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에, 이런 체계가 갖춰져 있지 못했고, 이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길게 늘어진 글을 몇 개의 토막상식들로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다음에는 보다 즐거운 소재로 써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해일? 쯔나미? |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쓰나미'가 맞겠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원어발음에 가깝게 '쯔나미'로 썼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왜 굳이 '쯔나미'라는 일본어를 쓰느냐, '해일'로 충분하지 않느냐라는 말도 있는 등 용어 자체가 좀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일단 '쯔나미'라는 말을 먼저 짚어보면, 일본어이지만 현재 국제공용어(tsunami)로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 워낙 일본이 쯔나미 피해를 많이 입었기에 그에 대한 연구 결과도 세계에서 제일 많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태풍의 세계공용어가 '타이푼(typoon)'이고 초밥의 세계공용어가 스시(sushi)인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물론 태풍이나 초밥과 같이 우리나라 말로 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일'로는 조금 부정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일은 단지 '파도가 해변을 넘어와 육지를 덮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폭풍으로 인한 해일 등과 구분하기 위해서는 '지진성 해일' 혹은 '지진 해일'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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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속의 쯔나미 | 2004년 인도양의 쯔나미는 그 피해에 있어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현재 2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후 전염병이나 기아 등으로 인명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나겠지요. 2004년 이전에 악명을 떨쳤던 쯔나미라면 1782년 남중국해의 지진으로 생긴 쯔나미가 있습니다. 사망자가 약 4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1883년에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분출로 인해 남자바해에서 쯔나미가 발생해 3만6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하고, 1868년, 칠레 북부 지방에서는 쯔나미로 인해 2만5천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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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이외 지역의 쯔나미 | 쯔나미는 태평양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긴 하지만, 카리브해, 지중해, 인도양, 대서양 등 다른 바다에서도 발생합니다.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쯔나미로는 1775년 리스본 지진과 관련해 생긴 쯔나미를 들 수 있는데, 이 때 포르투갈, 스페인,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6만명 가량이 사망했다고 하네요. 특히 이 지진은 카리브해에서도 높이 7미터 정도의 쯔나미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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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Tom Garrison, Oceanography, 1993, Wadsworth Publishing Company, pp234-237
2.
Tsunamis: Facts About Killer Waves - National Geographic News
ps : '피드백' 환영입니다. 글이 너무 길다라거나 재미없다라거나 뭔소린지 모르겠다 등등등 비판적 답글 환영입니다. 어떤 식으로 썼으면 좋겠다라던가 이런 부분은 괜찮은 것 같다라는 발전적인 답글도 환영입니다. 여러분의 답글이 앞으로 좋은 글을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는 아닌가. -_-;;;
에 실을만한 녀석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에... 너무 길고 재미없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