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마 2001년 4월이었을 겁니다. 당시 강원도 태백 부근에서
를 하면서 경상북도 봉화 쪽에 숙소를 잡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낮에 태백 시 쪽에 나왔다가 밤에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름다운 밤이었죠. 바로 옆에 제법 큰 시냇물을 끼고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는 건 꽤 운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굽이굽이 얼마나 돌아갔을까. 한 커브에 이르러서 이런 봄날 밤의 운치는 악몽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도로 오른쪽에는 시냇물, 왼쪽에는 산이 있던 그 커브. 도로 위에는 개구리(!)들이 잔뜩(!) 뒤덮고(!)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제대로 내리는 봄비를 맞아 개구리들이 냇가에서 나와 계곡의 웅덩이 같은 곳에 알을 낳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그 땐 정말 난감했습니다.
옆에 운전하던 형은 라이트를 미등으로 바꾸고(혹시 불빛에 더 달려드나 싶어서) 라디오 소리를 줄이고 개구리들을 어떻게든 덜 죽이며 가려고 이리 저리 핸들을 꺾었습니다..만...
차가 움직일 때마다 ‘뿌직 뿌직’하며 개구리가 깔려죽는 소리가 났고, 그 20여 m 구간이 그렇게 길어 보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수십 마리 정도는 밟고 갔던 기억인데, 기분이 정말 매우 매우 안 좋았지요. 뭐 저희에게는 그냥 기분 안 좋은 일이지만, 그네들에겐 생명이 달려있었다는 문제인건 당연하겠지요.
그 뒤 그런 경험을 할 일은 별로 없어서 (아, 그 다음해인가 우연히 비 온 다음날 지나가며 도로에 널부러져 있는 개구리 시체들을 보며 경악했던 적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잊고 지냈었는데 아래 기사를 보며 그 때 일이 다시 생각나더군요.
사실 양서류(혹은 거북, 악어 등의 파충류)들이 성체의 생존력은 굉장히 좋은 편인데 번식기 같은 때나 알에서 막 깨어나 이동할 때 같은 경우에는 취약한 편이죠. 바다거북이 수없이 알을 남기는데도, 이들이 모래톱에서 깨어나 바다에 도달할 때까지는 수많은 천적들이 도사리고 있듯이 말이죠.
게다가 아래 기사에도 나오듯이 이들의 이런 여정에 인간의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을 때는 정말 최악의 천적이라고 해야겠죠. 뭐 천적한테야 몇 마리 잡아먹히면 되는 것이지만, 자동차들은 인정사정없이 이들을 완전 몰살시켜버리니까요. 기사에도 나오듯이 부근의 해당동물의 씨가 마를 수도 있는 노릇이고, 이에 따라 해당 종 전체가 위험에도 처할 수 있는 일이지요.
이 때문에 유럽과 조금 뒤늦게 미국에서는 이들이 자동차 도로와 ‘공존’할 수 있도록 지하도 같은 것을 만들어주고 있나 봅니다. 우리나라도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생태통로’라는 것을 보긴 했지만, 이런 양서류를 위한 지하도라는 개념은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일년에 한 두 번 쓰기 위해, 그것도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미물’을 위해 비싼 공사비를 들이는 건 낭비일지도 모르겠지만(지난 번 고속철과 천성산 터널에서 크게 홍역을 치뤘듯이 말입니다.), 교통 통제 등 다른 대안도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쪽도 조금씩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돈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인간만이 사는 자연이 아닌만큼 그 정도는 자연의 한 구성원인 우리가 자연에 치뤄야 하는 ‘세금’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는 PDF 파일에서 무단;; 캡처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음음. 왠지 죄스럽군요. 말이 길었습니다. 글 나갑니다.
양서류가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두꺼비용 지하도’를 짓다.
내쇼널 지오그래픽 뉴스, 존 로취(John Roach)
2005년 4월 15일
이달 말쯤 따뜻한 봄비가 내려 미국 북동부 지역을 촉촉히 적시게 되면, 이를 신호 삼아 미국의 수천 두꺼비들이 자신들의 산란지로 쓸 연못을 향해 펄쩍펄쩍 뛰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두꺼비들은 그 곳에 가기 위해 서식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먼저 건너가야 할 것이다.
펜실베니아 주의 포코노 산맥의 박물학자인 존 세래오(John Serrao)는 이들의 도로횡단에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인근 지역의
Buffo americanus 및 그 외 양서류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두꺼비들은 전부 매년 보통 4월말에서 5월초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동시에 번식을 한다.
세래오의 말에 따르면, 두꺼비들은 땅이 따뜻해지고, 기온이 섭씨 18도 이상이며, 처음으로 봄비가 촉촉히 내릴 때, 산란지(연못)로 이동한다고 한다.
세래오는 “그들이 조상 대대로 산란지로 썼던 연못으로 가려면, 많은 이들이 도로를 건너가야 합니다. 날씨가 여전히 서늘하고, 활동적이지도 못하기 때문에 일년 중 이맘때면 꽤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치이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래오는 5년 전, 어느 4월 밤을 회상했다. 그날 그는 집 부근의 교외 도로로 나가서 두꺼비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을 관찰하고자 했다. 그는 100마리의 두꺼비를 세었는데, 그 중 95마리가 자동차에 깔려 죽고 말았다.
전세계의 다른 두꺼비, 개구리, 도롱뇽, 악어, 거북이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교통사고는 최근 전세계의 양서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이유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 통계 치에 따르면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그 외 양서류 동물들 5743종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보다 잘 알려져 있는 양서류 감소 요인으로는 지구 온난화, 살충제, 도로 포장으로 인한 습지의 감소 등이 있다.
양서류 지하도
애머스트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대학의 생물학자인 스캇 잭슨(Scott Jackson)은 아스팔트 포장 밑으로 소위 ‘양서류용 지하도’를 만드는 것도 양서류가 도로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양서류 지하도를 만들어왔다. 잭슨은 1987년 애머스트에 미국 최초로 양서류 지하도를 설치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다.
헨리 스트리트(Henry Street)라는 이름이 붙은 이 지하도는 점박이 도롱뇽(Ambystoma maculatum)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관찰 결과에 따르면 부근에 살고 있는 도롱뇽의 4분의 3이상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이 지하통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헨리 스트리트에서 쌓은 경험과 유럽의 다른 양서류 지하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잭슨은 양서류 지하도에 대한 권장사항들을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웹에서 찾은 '양서류 지하도' 디자인
그는 지하도가 적어도 가로 세로 0.6m씩은 되어야 하고, 천장은 터놓고 위에 철망을 씌워 지하도 안에 공기, 빛, 습기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하도 양쪽 출입구에는 바깥쪽으로 30미터 정도 가량의 담장 같은 것을 설치해서 양서류들이 이 담장을 따라 지하도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잭슨은 현재 미국에 수 백여 개의 양서류 지하도가 설치되어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으나, 그것들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품고 있다.
그는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신중하게 계획해서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잘 사용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주거-산업단지 개발자들이 이 생물학자에게 양서류 지하도 건설에 대한 조언을 얻곤 하지만, 곧이어 예산 절약을 위해 건축 디자인을 값싸게 바꿔버린다.
잭슨의 말을 빌리자면, 많은 건축가들이 철제 격자물을 사용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이것이 있어야 지하도 내에 습기가 계속 유지되고 이로 인해 동물들이 계속 움직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종종 그냥 지하도를 설치했으니 성공이다라는 식의 생색내기로 끝날 때가 많아요. 그 뒤에 그 지하도들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의 말이다.
교통 통제
생물학자들은 일년 중 어느 때, 그리고 어떤 조건 하에서 양서류들이 번식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교통 통제(도로폐쇄)가 양서류들의 교통사고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세래오는 얘기하고 있다.
세래오는 실제로 포코노 산맥의 델라웨어 협곡 국립휴양지(Delaware Water Gap National Recreation Area)의 임시 교통 통제를 이뤄낸 바 있다. 2002년 3월 그 곳에서 그는 고작 180 미터 구간의 도로에서 700마리 이상의 양서류들이 차에 깔려 죽은 모습을 봤었다.
“저는 공원 지배인에게 얘기를 했고, 이제는 공원 측에서 (처음으로) 봄비가 내리는, 그러니까 양서류들이 밖으로 기어 나오는 밤 4-5일 정도에는 도로를 폐쇄하곤 합니다.”
공원 측에 따르면, 2003년 3월 최초의 도로 폐쇄 때 한 생물학자가 상황을 관찰했는데, 거의 500여 마리의 양서류들이 무사히 도로를 건넜다고 한다.